은둔고립청년 릴레이 인터뷰_#8: 레오





존버는 승리한다! 

기다림 끝에 탈출구를 찾은 레오의 이야기







안녕하세요.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은둔을 4년 했고, 존버와 동물을 좋아하고 다시 한 번 다양한 활동을 통해 사회와 포옹해보려 하는 레오입니다.





은둔의 시작: 믿을 사람이 없어서





은둔하신 계기를 들려주실 수 있나요?

원래 어머니를 제외한 가족들과의 불화로 스무 살이 되자마자 대학을 진학하면서 독립을 했죠.

그러다 22살쯤에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했는데 회사에서 굉장히 심하게 데였는데, 그 이후에 친구들한테까지 배신을 당했어요.

가족, 사회, 친구들 모두에게 배신을 당하고 나니 뭐랄까, 믿을 만한 사람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22살 때부터 25살 때까지, 4년 정도 히키코모리로 생활을 했던 것 같아요.



회사에서는 정확히 어떤 일이 있었던 건가요?

좀 부당한 대우를 당했죠. 일단 제가 안 해도 되는 일인데 시키는 게 있었고, 무거운 걸 옮기거나 혹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작업들을 저한테 다 시키는 것도 있었고요. 또 말투도 "너 그것밖에 못해?"로 시작해서 "너 그렇게 해서 사회생활 하겠냐?" 같은 말들은 예사였고요.

저는 그런 말들로 충분히 감정이 상해있는 상태였는데 술자리에서 결정적으로 "너 그따위로 할 거면 회사 나오지 마." 이런 말을 계속 하시더라고요. 

그런 자존감을 깎는 말들을 들으면서 이게 사회 초년생의 현실인가라는 생각도 했었죠.

 

친구들 같은 경우에는 제가 빌려준 돈을 왜 안 갚냐고 몇 번 얘기를 하니까 연락이 끊기더라고요.

다행히도 그렇게 큰 돈은 아니었지만, 그런 식으로 친구가 없어지는구나라는 걸 느끼는 상황이었어요.



그런 여러 상황이 겹쳐서 은둔을 하시게 된 거군요.

네 맞아요.

 




외출을 안 해도 살 수 있겠지만





은둔에 들어가실 때는 어땠나요?

자연스럽게 은둔에 들어가게 됐다든지, 아니면 작정을 하고 안 나가려고 마음 먹었다든지, 레오 씨의 경우에는 어떠셨는지 궁금해요.

일단 대면으로는 사람을 만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해서 거의 온라인으로만 사람들과 대화를 했던 것 같아요.




은둔하시면서 나가고 싶다고 생각하신 적 있나요?

있었죠. 나가고 싶을 때는 유튜브 같은 걸 자주 봤었고,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 보면 반려동물을 데리고 모임 같은 걸 하잖아요. 그런 걸 볼 때 나가서 사람들하고 소통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죠.




그런데 외출을 하는 게 잘 안 되던가요?

은둔한 지 1, 2년 정도까지는 외출을 안 해도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3, 4년 지나면서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한 번 더 세상을 믿어볼까'

이런 생각이나 아니면 내가 그때 정말 안 좋은 사람들만 만났던 걸까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러시군요. 뭔가 희망이라고 할까, 그런 게 생기신 거네요.

그렇죠. 어떻게 보면 도전을 해본 거죠.



레오 씨가 인상 깊게 보았던 글귀. 레오 씨의 꽃은 이제 막 피고 있는 것일까.



그러면 은둔하실 때 아예 밖에 안 나가신 건가요?

집 앞에 작은 마트가 있어서 거기서 생필품 같은 것만 사고 사람들과 소통은 안 했어요. 물건도 거의 온라인을 통해 구매를 했었고요.





할 수 있는 데까지 사람을 만나보자 





은둔 극복 계기는 어떻게 되세요?

음, 제가 은둔하는 동안 코로나 기간이 겹쳤단 말이에요. 그래서 더 길게 집에만 있었던 것도 있는데, 제가 작년에 제대로 활동은 못했지만 은둔고수에 참여했었잖아요.

은둔고수 단톡에 저랑 비슷한 상황이신 분들이 이런저런 사진이라든지 쓰시는 글들을 보며 은둔을 탈출하려는 노력에 자극을 많이 받았던 것도 있고, 지자체에서 지원하는 심리상담 같은 것도 받았었고요.

결정적으로 온라인에서 알던 사람들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서 대면으로 만나봤거든요. 그런데 그분들이 저랑 굉장히 잘 맞는 부분이 있어서 그분들과도 자주 만나게 되면서 할 수 있는 데까지 사람들을 만나보자라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아요.



레오 씨가 신청했었던 ‘은둔고수’ 2기 모집 포스터 캡쳐.



와, 멋진 이야기네요. 결국 그런 생각으로 은둔을 극복하신 거군요.

그럼 은둔을 극복하신 지금은 좀 어떻게 지내세요?

제가 최근에 서울 청년센터 '오랑'이라는 곳을 알게 돼서 거기서 진행하는 원데이 클래스나 보드게임 동아리 같은 걸 참여하고 있고, 또 제가 반려동물을 좋아해서 유기견 봉사 같은 것도 가고 있어요.

이건 제가 아직 신청만 한 건데, '지역에서 한 달 살기' 프로그램에서 참여인원을 모집하더라고요. 그래서 거기 붙으면 한 번 가보려고 합니다.



양말목으로 네트백을 만드는 모습. 이것도 레오 씨가 오랑에서 배운 것일까?



와 대박. 멋져요!

그게 붙으면 다른 지역에서 살게 되시는 건가요?

네. 저도 최근에 알게 된 건데 청년 인구 소멸 이런 문제 때문에 지원해주는 그런 정책이 있나 봐요. 그래서 청년들을 모집해서 그들이 모여서 한 달 동안 프로젝트 하면서 지내는 것 같더라고요.

 



되게 다양한 활동을 열심히 하고 계시네요.

네. 일단 제가 여행을 좋아해서 일단은 제가 하고 싶은 분야에서 사람들 만나는 걸 해보려고 하고 있어요.



그렇군요. 좋네요.

그럼 은둔하실 때, 외로움을 느끼신 적이 있나요? 있다면 언제 외로움을 느꼈나요?

혼밥할 때는 기본이고, SNS에서 남이 잘 지내는 모습을 볼 때나 아니면 혼자서 영화 볼 때, 요리할 때도 그렇고요. 혼자서 뭔가를 할 때 그랬던 것 같아요.

 



온라인으로 사람을 만났다고 하셨잖아요.

레오 씨는 온라인으로 왜 사람들과 소통을 했을까요.

어떻게 보면 외형적인 걸 따지지 않고 진짜 마음에 있는 얘기를 하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차별이나 그런 게 없어서 더 편했고, 뭔가 더 대우해 준다는 느낌도 받았고, 비교적 상대방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된다는 것도 편했던 것 같아요.

 



뭔가 외로움을 해소하기 위해서 온라인으로 활동을 하셨던 걸까요?

네. 그리고 은둔 당시에는 항상 시간이 왜 이렇게 안 가지라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어떻게 하면 시간이 빨리 갈까라는 그런 생각을 계속 했었는데, 그래서인지 게임을 많이 했어요.

게임을 하거나 좋아하는 유튜브 채널을 보거나, 뭐 그런 식으로 시간을 많이 보냈던 것 같아요.






레오 씨의 은둔 기간 동안 동고동락했던 장비들. 이 장비들로 게임은 물론 사람들과 소통, 경제 활동까지 했다고 한다.





존버한 다음에

 




그렇군요. 은둔하셨을 때는 좀 어떤 기분이었나요? 은둔하면서 든 생각, 받은 느낌 아무거나 좋으니 말씀해주세요.

일단 30대는 돼야 사람들에게 무시를 안 받는다는 그런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제가 나이가 어리다고 막말하는 그런 사람들을 많이 봐서, 30대쯤 되면 사회생활 할 때 하대 당하지 않을 것 같다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죠.

그리고 은둔 당시의 제 모토가 존버였던 것 같아요. 항상 제 머릿속에 인생 설계 같은 걸 했었는데, 지금이 가장 힘든 시기니까 서른이 넘을 때까지 존버한 다음에 좀 괜찮은 직장에 들어가서 잘 살아보자라는 마음이 있었죠.




왜 하필 30대였을까요.

그때 저에게 상처를 준 직장 상사가 30대였고요. TV나 SNS를 보면 30대는 대부분 잘사는 것처럼 보였거든요.

그래서 저도 그 나이대가 되면 집도 차도 있고 회사에서도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는 시기라 걱정은 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20대를 은둔으로 보내고 30대에 은둔에서 나가면 갑자기 인생이 잘 풀릴 거라고 생각했던 걸까요? 어떤 느낌이었던 걸까요.

음, 그냥 20대보다는 30대가 더 살기 편한 세상이라고 생각한 거죠.

청년 실업률도 그렇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사회 초년생이 당하는 일들을 많이 보다 보니까 20대 때는 사람을 안 만나는 게 안전하다라는 생각을 했고, 시간이 지나 대통령이 바뀌면 취업률이나 경제가 나아질 거라는 기대가 있었던 것 같아요.




사실 제가 레오 씨가 하시는 말씀을 듣고 나서 조금 비현실적이다라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레오 씨는 그때 그런 생각을 했던 자신에 대해서 어떤 생각이 드세요?

지금 제가 그때를 돌이켜보면 결국에는 그런 타이밍을 기다리는 것보다 내가 기회를 찾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군요. 사실 맞는 말씀인 것 같아요. 그 당시의 레오 씨는 조금 수동적이었던 것 같죠.

네 맞아요.




하지만 지금은 굉장히 주도적으로 살려고 노력하고 계시네요. 좋은 것 같습니다.

그렇죠. 그렇게 바뀌었죠.




은둔에서 나오신 지금, 은둔 당시의 나를 생각해 보면 어떤 마음이 드시나요.

저는 지금 돌이켜 생각을 해봐도 당시의 내가 왜 그랬는지 이해가 가요. 그런데 세상에는 사람이 참 많고 경험해 볼 것도 많거든요.

만약에 제가 당시의 저에게 말을 걸 수 있다면, 다양한 경험을 해봐야겠다고 말해야 할 것 같아요.




은둔을 하던 내 자신에게 얘기를 한다면 '넌 좀 다양한 경험을 해볼 필요가 있어!'라고 말씀하실 건가요?

네. 끊임없이 도전하라고 말할 것 같아요.




좋네요. 그렇다면 지금 사실 굉장히 다양한 활동을 하고 계시잖아요.

그런데 뭐랄까, 많은 사람들이 은둔에서 나오기 위해 필요한 것 중 하나가 좋은 일자리라고 말씀하시거든요.

근데 레오 씨는 일을 안 하는 대신 다양한 경험을 하고 계신데, 이유를 좀 여쭤봐도 될까요?

저는 지금 일에 대해 굉장히 신중한 상황이에요. 왜냐하면 제가 또 함부로 취업했다가 같은 일을 당하거나 또 다시 취업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가 있을 것 같아서요.

그래서 최대한 천천히, 나라에서 시행하는 정책들을 활용해서 저에게 맞는 걸 찾아나가려고 하고 있죠.

그리고 저는 이제 취업에 있어서 급할 게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현재 국민취업 지원제도라는 걸 통해서 상담을 받고 있고, 국민내일배움카드라는 게 있는데 그걸 통해 자격증을 취득하고 스펙을 좀 높이면서 올해 하반기나 내년 상반기에 취업을 할 예정이에요.




그럼 오랑이나 유기견 봉사를 하는 건 일종의 준비 기간이라고 보면 될까요?

네. 재활이면서 힐링하는 그런 개념인 것 같아요.



레오 씨가 요즘 키우고 있는 식물. 잎이 싱그럽다.




(끝)




interviewer_하나 | 방 밖으로 나온 지 몇 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다시 은둔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

중학교를 중퇴하고 그대로 11년간 은둔했습니다. 우울증과 대인기피를 치료하기 위해 입원한 병원에서 1년 동안 두 번의 검정고시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우연한 기회로 K2인터내셔널코리아에서 운영한 '은둔고수' 1기와 2기를 수료했습니다. 은둔형외톨이 지원 영역에 발을 담그기 시작해 현재는 저술 활동과 더불어 관련 연구나 언론매체 인터뷰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hanahana122123@gmail.com)


* 은둔청년 릴레이 인터뷰는 매주 금요일에 업로드 됩니다. 

* 인터뷰를 받고 싶은 분의 신청도 받습니다. 또는 은둔청년에게 물어보고 싶은 질문이 있으면 보내주세요. (tintin@theseeds.as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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