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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둔고립청년 릴레이 인터뷰_#2: 하나 -1



사람이 좋아서, 사람이 싫어서 

은둔경력 11년의 은둔고수 하나씨를 만나다 (1)






안녕하세요. 본인을 소개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은둔형외톨이 경력은 11년 정도 되었구요, 은둔에서 나온 지는 3, 4년 정도에 현재 안 무서운 회사에서 운영하는 쉐어하우스에 거주 중인 하나라고 합니다.

 

 

이번엔 존재 소개를 해볼 건데요. 존재 소개라는 건 나의 직업, 나의 학력, 나의 재산 같은 사회적인 정보를 빼고 정말로 나라는 사람에 대한 존재 그 자체를 소개하는 하나의 방법이에요. 하나 씨의 존재 소개를 해주시겠어요?

저는 오랜 은둔 기간으로 인해 사람을 좋아하게 되었으며,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싶어 하는 컴플렉스를 가지고 있는 사람입니다. 

 


답변이 흥미로운데요, 그렇게 본인을 소개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제가 은둔을 하기 전에는 사람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먼저 연락을 한다든가 하는 것을 잘하지 못하는 편이었는데, 오랜 은둔 기간 동안 사람과의 접촉을 단절하게 되면서 뼛속 깊이 외로움을 느끼게 되었어요. 언젠가 한 번은 사람이 너무 그리워서 울어 본 적도 있고, 그럼에도 정상적이지 못한 나의 삶에 자격지심을 느껴 온라인에서조차 사람을 사귀지 못했습니다. 그 영향으로 은둔에서 나온 뒤 사람을 좋아하게 된 거 같습니다. 

 


은둔을 하면서 인간관계에 대한 결핍을 느끼고 사람을 좋아하게 되었군요. 이제 본격적인 질문으로 넘어가 볼 건데요, 은둔은 몇 살 때부터 시작하셨나요?

제가 중학교 2학년, 14살 때 등교 거부를 하면서 자연스레 집 밖으로 나가지 않게 되고 그게 자연스레 은둔으로 이어졌습니다. 

 


은둔하게 된 계기를 좀 더 자세히 들려주실 수 있나요?

가정환경이 좋지 않았어요. 폭력 폭언 성향이 짙은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에게 매번 지고 마는 어머니, 그런 불안한 환경 속에서 유약하고 예민한 아이었던 제가 조금씩 깨져가고 있었던 거 같아요. 거기에 맞벌이로 인해 외동이었던 제가 밤늦게까지 혼자 방치되면서 자연스레 컴퓨터에 빠져들게 되고 게임 중독으로 이어졌죠.

 

그러다 사춘기가 오면서 그 모든 것들이 호르몬의 영향으로 폭발했어요. 집안의 집기가 남아나는 일이 없었고 저의 지속적인 폭발로 인해 집 분위기는 빙판 위를 걷는 것처럼 항상 살벌했어요. 당시의 저는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다름없었죠. 20대 초반까지 그게 이어졌던 거 같아요.

 

 

그렇다면 그런 힘든 환경 속에서 어떻게 집 밖으로 나올 수 있었는지도 말씀해주세요.

사실 저는 자의로 극복하게 된 건 아니었어요.

제가 11년 동안 집 밖으로 나오지 않고 어머니와도 한 집에 살지만 어머니가 거실에 있을 때는 밖으로 나가지 않았기 때문에 거의 4, 5년 가까이 소통을 단절했었죠. 그런 저를 참다 못해 어머니가 정신병원에 보호입원 시키셨어요. 거기서 좋은 담당 의사 분을 만나 차츰 마음이 열렸던 거 같아요.

 

제가 중학교 2학년 때 학업을 그만두었었고 때문에 최종학력이 초졸이라는 사실에 열등감이 심했는데, 병원에서 1년 동안 두 번의 검정고시를 봤어요. 공부에 손을 놓은 지가 오래라 수학이라는 과목이 너무 어려웠었는데 주치의 선생님께서 수학도 가르쳐주셨어요. 지금 생각하면 너무 감사한 일이죠.

 

그렇게 고졸 타이틀을 달고 곧바로 간호조무사 학원에 다니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학원과의 마찰로 중도에 그만둬서 결국 간호조무사는 되지 못했고, 퇴원하고 본가에 돌아와 다시 은둔을 시작하려는 찰나에 K2인터내셔널코리아라는 회사에서 진행한 '은둔고수' 프로그램에 멘토로서 참여하게 되고 그 뒤로 K2에서 운영하는 쉐어하우스에 입주하게 되면서 제 인생이 다시 한 번 달라졌죠.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결과적으로 정말 감사한 기회였다고 생각합니다. 병원에 입원해 좋은 의사 선생님을 만난 것도, 은둔고수라는 프로그램에 참여해 은둔형외톨이 지원 업계와 연이 닿은 것 등 모든 게요. 


은둔형외톨이를 지원하는 K2인터네셔널 코리아에서는 은둔 당사자들이 스스로를 이해하고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은둔 당사자들을 지원하는 훈련과 활동을 진행했다. 이 활동을 수료한 사람은 피어서포터즈 - '은둔고수'로 활동할 수 있는데 하나씨는 은둔고수 1기이다.





뒤죽박죽 은둔 생활 





하나 씨의 인생에는 좋은 사람들과 좋은 인연들이 많았군요.

다음은 수면 패턴에 관한 질문인데요. 이 수면 패턴이라는 게 많은 은둔형외톨이 청년들이 남들처럼 밤에 자고 아침에 일어나는 데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분이잖아요. 하나 씨의 수면 패턴은 어땠나요?

저 같은 경우에도 수면 시간이 널을 뛰었던 거 같아요. 고요한 새벽 시간이 좋아서 잠을 늦게 자다 보면 새벽 2, 3시에 자던 게 5시에 잠들게 되고, 그러다 잠 자는 시간을 더 놓치게 되면 아침 10시에도 자게 되는 일이 빈번했죠.

 

계속 아침에 자게 되면 어느 순간 이건 아니다 싶어 밤낮을 바꾸려는 노력을 하게 되는데, 여러 번 실패하는 과정에서 생체시계가 계속 돌았었어요. 건강한 삶을 살아보려고 노력하는 게 오히려 저의 건강을 망치는 습관이 됐던 거 같아요. 



하나 씨가 이용한 모 어플에서의 1469개 영상매체 평가 기록. 1113편의 영화와 356편의 TV 프로그램을 평가한 것을 볼 수 있다.



집에 있으면서 시간을 때우기 위해 주로 무얼 했나요? 뭐든 좋으니 무엇을 했는지 구체적으로 알고 싶어요.

10대 때는 컴퓨터로 게임을 많이 했었어요. 당시에 핫한 게임이라면 거의 다 해본 거 같아요. 그런데 그것도 은둔이 길어지고 나이를 먹으니 시들해져서, 영화나 드라마를 많이 봤어요. 영화는 현재까지 총 1100편 정도 봤고, 미국 드라마도 굉장히 많이 봤죠. 제가 은둔했었던 사실을 밝히면 항상 듣는 말이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은둔을 한 사람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었거든요. 아무래도 영화나 드라마를 많이 시청하면서 그런 영상매체 속에서 인간관계나 사람을 대하는 태도 등을 배운 덕이 컸던 거 같아요.


식사는 어떻게 해결하셨는지 궁금한데 알려주실 수 있나요? 

부끄럽지만 항상 어머니께서 차려주는 식사나 배달음식을 먹었어요. 11년이라는 시간 동안 어머니가 굉장히 고생하셨죠. 지금은 혼자 잘 차려 먹습니다. 본가에 가면 여전히 어머니가 집밥을 차려주시지만 쉐어하우스에서 살고 있는 지금은 룸메이트와 함께 요리를 해서 먹죠.


은둔 전에 비하면 굉장한 발전이네요. 요리를 잘하시나 봐요?

못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해요. 손이 큰 게 단점이라면 단점이지만 레시피를 보면 그럭저럭 먹을만 한 요리가 나오더라고요. 작년까지 밥 하는 법도 몰랐던 사람 치고 이 정도면 대단한 일 아닐까요?


하나 씨 말씀에 동의해요. 독립심을 많이 기르신 거 같아요.

하하... 제가 친구들과 식단일기를 써서 요리 사진이 많은데, 좀 보여드릴까요?



10대 때는 컴퓨터로 게임을 많이 했었어요. 당시에 핫한 게임이라면 거의 다 해본 거 같아요. 그런데 그것도 은둔이 길어지고 나이를 먹으니 시들해져서, 영화나 드라마를 많이 봤어요. 영화는 현재까지 총 1100편 정도 봤고, 미국 드라마도 굉장히 많이 봤죠. 제가 은둔했었던 사실을 밝히면 항상 듣는 말이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은둔을 한 사람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었거든요. 아무래도 영화나 드라마를 많이 시청하면서 그런 영상매체 속에서 인간관계나 사람을 대하는 태도 등을 배운 덕이 컸던 거 같아요.



식사는 어떻게 해결하셨는지 궁금한데 알려주실 수 있나요? 

부끄럽지만 항상 어머니께서 차려주는 식사나 배달음식을 먹었어요. 11년이라는 시간 동안 어머니가 굉장히 고생하셨죠. 지금은 혼자 잘 차려 먹습니다. 본가에 가면 여전히 어머니가 집밥을 차려주시지만 쉐어하우스에서 살고 있는 지금은 룸메이트와 함께 요리를 해서 먹죠.

말을 마친 하나 씨는 곧바로 자신이 만든 요리 사진들을 보여주었다. 전부 룸메이트와 자신이 직접 만든 것들이라고 말하는 것에서 은근한 자랑이 묻어나왔다.





나를 소개할 사회적 정보가 없다는 것 





그럼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서, 사실 은둔 생활을 지속하다 보면 사람이 그리워지기도 하잖아요. 그럴 땐 어떻게 해소했나요?

10대 때는 온라인 친구가 많았어요. 항상 게임을 하면 길드 같은 곳에 들어가서 사람들과 친하게 지냈었는데, 스무 살이 되고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나를 소개할 떄 나에겐 내세울 만한 사회적 정보가 아무 것도 없다는 걸 깨달았죠.

 

다니는 대학교, 혹은 대학교 진학을 하지 않았다면 일찍이 사회생활을 시작했다던가, 그것도 아니라면 현재 아무 것도 하고 있지 않다던지 하는. 하지만 현재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타인과 공감대를 형성할만한 고등학교 시절의 추억이 있겠죠. 하지만 저에겐 그런 게 아무 것도 없었어요. 다닌 고등학교도, 친구들과 밖에서 놀았던 기억도 까마득하게 오래된 일이라서 사람들과 이야기할 수 있는 주제가 없었죠.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사람들을 기피하게 되고, 그게 온라인 대인기피로까지 이어졌던 거 같아요.

  

내가 도피한 곳에서조차 대인기피라니 슬픈 일이네요. 그렇게 온라인에서조차 사람들을 밀어낼 때, 하나 씨는 어떤 기분이었나요?

공허하고 슬펐죠. 사실은 누구보다 사람과의 유대가 절실한 상황이었는데 그럴 수가 없었잖아요. 어쩌다 사람들과 어울리게 돼도 관계가 조금 더 발전할 즈음엔 일부러 잠수를 탔어요. 위에서 말한 것처럼 내가 방에만 처박혀 있는 방구석 히키코모리인 걸 들킬까 봐, 그래서 상대방이 그런 나를 비웃을까 봐서요.

 

은둔을 깨고 나오기 전의 하나 씨는 굉장히 외로운 사람이었을 거 같아요. 당시의 하나 씨를 만날 수만 있다면 제가 힘껏 안고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네요.

하하, 말만이라도 감사합니다.





 내가 은둔형외톨이?




 

다음 질문입니다. 본인이 은둔형외톨이로 정의된다는 걸 언제, 어떻게 알게 되었나요?

비교적 일찍, 10대 때부터 알고 있지 않았나 해요. 이렇게 병적으로 나가지 않고 엉망으로 생활하는 게 정상이 아니라는 것도 일찍이 알고 있었거든요. 게다가 하루 종일 인터넷에 빠져 살았기 때문에, 이런저런 정보에 빠삭한 편이었어요.

여느 날처럼 인터넷에서 의미 없이 유머글들을 보고 있었는데, 일본의 히키코모리에 대한 글이 보였어요. 읽어 보니 저와 다르지 않더라고요. 그때부터 나는 “아, 나는 히키코모리라는 부류구나”, 하고 알게 되었던 거 같아요.

  


은둔을 하게 되면서 얻었던 신체·정신적 질환이나 증상 같은 게 있나요?

20대 초반에는 정상적인 대화를 할 기회가 적다 보니 말을 더듬게 됐었어요. 일시적인 증상이었고 지금은 전혀 더듬지 않지만, 당시에는 조금 절망스러웠던 기억이 나요. 거기에 심각한 수준의 신체적 허약이 생겼었어요.

 

병원에 입원하고 처음으로 엄마와 외출을 한 날, 걷는 법을 도저히 모르겠더라고요. 온몸이 삐걱삐걱대는 느낌이었어요. 한 번은 횡단보도 신호가 간당간당해 건너려고 뛰었는데 정말 뛰는 법을 하나도 모르겠더군요. 거의 다리를 질질 끌다시피 해서 겨우 건넜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 굉장히 많은 충격을 받았었죠. 현재는 체력은 좋지 않지만 꾸준한 외출과 활동으로 인해 어렵지 않게 뛸 수 있게 되었어요.

 


뛰는 법을 잊는다니, 많이 당황스러우셨을 듯해요.

네. 정말로, 당시엔 굉장한 충격이었어요.



(2편에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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