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고립청년 릴레이 인터뷰_#14: 모카(2)



은둔형 외톨이는 약하지‘만’은 않아요 

은둔을 하는 시간은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가는 시간






모카님, 요즘은 어떻게 지내세요? 

얼마 전부터 문화예술 뿐만 아니라 성북구에서 지역을 더 좋은 방향으로 바꾸어보고자 하는 활동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일을 하게 되었어요. 이번에 용기를 내서 축제에 참여하게 되었어요. 거기에서 노래하는 분들을 보면서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옛날 생각(일본에서 밴드하던)도 많이 났구요. 예전에는 누구한테 말할 곳도 없었고, 혼자서 삭히는 스타일이었는데, 내가 나의 목소리를 유일하게 낼 수 있었던 것이 락이었어요. 최근에 유명 락밴드의 보컬에게 레슨을 받고 있어요. 저 스스로를 위해 의미있는 일을 하는 거죠. 잘 살고 있는 것 같아요. 



예전에 은둔했던 시절하고는 전혀 다르게 지내시네요. 좋아보여요. 

어떻게 보면 애증인 것 같아요. 옛날이 그립기도 하고, 꼴보기도 싫고...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고.... 예전의 제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부정하기만 한다면 쳇바퀴처럼 인생이 굴러갔을 뿐이니까요. 제가 겪었던 시간에 대해서 배워야 할 것도 있는 것 같아요. 다른 분들도 그렇지만 저도 힘들었던 부분은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고 느껴지는 거였어요. 방 안에 있었다는 것이나 자신이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대해서 고민이 필요 없었던 것 같지는 않아요. 지금 되돌아보면 필요했던 시간이었던 것 같고, 당시에는 죽을 만큼 아팠지만, 이제 생각해보면 내가 세상 밖으로 나왔을 때, 조금 더 멀리 뛰기 위한 발판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시간이 지나고 아픈 것을 다 겪고 나서야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방 안에 있었던 시간들이 그냥 허투루 지난 것이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 말이에요. 방안에서 있었을 때도, 음악 듣는 것, 영화 보는 것, 애니메이션 보는 것을 좋아하면서 깊이 알게 되기도 한 시기였어요. 세상 사람들하고 소통하고 싶어서 커뮤니티에서 맨날 소통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알아가는 시기이기도 했어요. 직접 만나지는 못했지만. 세상하고 격리된 공간에 있으면서도 세상을 알아갔던 시기가 아닐까 생각해요. 밖에 나와서는 주위에 있는 사람들밖에는 보지 못하고 맨날 만나는 사람밖에는 만나지 못했으니까요. 그런데 방 안에 있을 때는 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했고 항상 음악, 영화, 드라마로 세상을 즐겼으니까요. 그때는 갇혀 지냈지만 갇혀 있는 것이 아니었어요. 



그때 당시에는 그렇게 느끼지 못하셨을 것 같아요. 

당연하죠. 그 때 당시에는 제가 모니터 속으로 도피하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지금 말씀드렸던 것은 나중에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그렇게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약간 자기 합리화 같기도 하지만, 사실이니까요. 자조모임에 나오는 분들을 보면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눈이 번쩍거리시거든요. 



영화, 음악처럼 각자가 좋아하는 분야에서 말씀이시죠? 

네, 맞아요. 그분들도 세상 밖으로 나오신 거잖아요. 본인이 좋아하는 장르로 다른 사람에게 설명이 가능하고 어필할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거라고 생각해요.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 남에게 상세하게 어필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어요.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요즘, 뭐 들어?’라고 질문하면, ‘쇼미더머니’라고 간단히 대답할 수는 있어요. 그렇지만 자조모임에 오시는 분들을 보면 본인이 알고 있는 게 더 깊다는 느낌이 들어요. 미국 애니메이션 좋아하는 분도 계신데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를 설명하실 때 많이 그리고 깊이 알고 계시다는 느낌이 들어요. 어떻게 됐든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 가신다는 생각이 들어요. 왜냐하면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야 남에게 설명을 할 때 자세하게 설명할 수 있고 진짜 좋아해야 설명이 가능한 거잖아요. 그분들이 어떤 생각이신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모든 것이 스펙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분들과 대화하다 보면 재미 있거든요. 



지금 이야기 나누면서 드는 생각은, ‘은둔도 스펙이다’ 고 하는 것이 은둔의 경험 자체가 자신의 방 밖으로 나올 수 있는 자양분이고 다 필요한 시간이고 의미 있는 시간이다, 그냥 주어진 것은 아니라고 들리는데, 은둔 자체로만 스펙으로 보지 말고 조금 더 자기 경험을 깊이 있게 쌓아가고 자기만의 것으로 만들어보자, 그래서 그 경험을 나중에 방 밖으로 나와 사람들과 교류할 때 좀 더 의미 있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럴 때야말로 스펙으로 빛날 수 있다는 의미로 말씀하신다고 생각이 들어요. 어떠신가요?

써니님 말씀이 맞아요. 은둔 자체를 스펙으로 주목하는 것도 좋아요. 은둔고수 프로그램의 취지 자체가 그렇잖아요.
하지만 저는 좀 더 깊이 있게 들여다보고 싶었어요. 







은둔하는 시간이 가진 의미


모카님의 입장으로 생각해보았을 때, 내가 은둔했던 경험이 있는 당사자로써 나와 비슷한 다른 사람들이 이 상황을 탈피하고 적극적으로 이 사회에서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려면 어느 정도는 본인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은둔의 시간을 좀 더 의미 있게 만들어보면 좋겠다는 나름의 격려와 기대하는 마음이 느껴져요. 

맞아요. 당신이 방 안에 있었던 시간이 단순히 소모된 시간이 아니라, 그조차도 소중했던 시간이었다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었어요. 본인들이 방 안에서 겪고 경험했던 이야기를 하실 때는 모두 다 하나같이 그 분야의 전문가처럼 보였어요. 자존감도 뿜뿜하셨구요.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그분들을 단순하게 은둔 경험이 있는 친구로만 보면 안 되겠구나 싶었어요. 이미 그분들은 뭔가 하나에 빠졌던 매니아로써 빛나고 있었어요. 씨즈에서 하려고 하는 ‘삼삼오오’ 에서도, 내가 모임을 주최하고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풀어낼 때 얼마나 자존감이 올라가겠어요. ‘은둔도 스펙이다’ 하는 부분도 은둔 안에서의 경험까지 다 포함해서 생각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은둔, 그 자체만이 아니라, 그 때의 시간과 경험을 의미 있게 사고 싶었던 거죠. 

맞아요. 그리고 그것을 다른 분들도 알아주시기 원했고요. 



성북문화재단에서 일하시게 되었는데, 거기서 모카님의 역할은 어떤 것인지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재단에서 커뮤니티를 구축하고 활동가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소통하고 지역을 더 발전시키고자 하는 활동가들을 돕는 거예요. 지금 하고 있는 활동도 K2에서 해왔던 일들이나 은둔형 외톨이들을 위한 활동가들의 발자취를 엿볼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열심히 하려고 해요. 더 나아가 저도 이 지역에서 기획자가 아닌 활동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어요. 



문화예술로 은둔형 외톨이들을 만나고 싶다는 것은 지금의 일 경험이 쌓이고 나중에 해보고 싶다는 건가요?

‘해보고 싶다.’ 라기 보다는 ‘해야 합니다.’ 가 된 것 같아요. 



‘해야 합니다’ 가 되셨다면 정말 꼭 하셔야겠어요. 

네. (확신에 찬 눈빛으로) 사실 문화예술이라는 게 폭넓잖아요. 저는 방 안에서 있을 시간조차도 문화예술을 향유했다고 생각해요. 저와 같은 분들은 어떻게 보면 제대로 즐기신 분들이죠. 하지만 은둔형 외톨이이라고 하면, 범죄자 같고 실수할 것 같고 위험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사람들로 보는 것 같아요. 더 많은 은둔형 외톨이 한명 한명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이 사회가 관심을 가져주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은둔형외톨이는 도움을 받기만 하는 약자가 아니야



우리나라의 은둔형 외톨이 지원단체나 활동은 어떤가요? 

제가 보기에 봉사단체라는 이미지가 강해요. 왠지 환자들을 도와준다는 느낌이 있어요. 



무조건 일방적으로 도움을 받는 입장이라고 생각하시는 것이 불편하셨을까요?

네, 맞아요. 은둔형 외톨이들을 보면 한 명 한 명 보면 특출난 부분도 많고 뛰어나신데, 저는 그분들이 봉사단체에서 봉사를 받고 있다는 느낌이 싫었던 것 같아요. 



약자처럼 느껴졌나봐요. 

네, 약자처럼 느껴졌어요. 그들만의 예술성도 있고 방 안에 있는 세계도 인정받을 수 있는 스펙이라고 생각하는데, 이것을 봉사로 풀어나가는 것이 오히려 자존감이 떨어질 것 같아요. 



나는 도움을 받아야 하는 입장이구나, 약자구나, 당사자로써 그렇게 받아들이게 되는 것에 대한 불편함이 있으셨네요. 

처음부터 은둔형 외톨이 분들을 사회적 약자로 분류를 하는 게 맞나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모카님 보시기에, 지원 단체들이 은둔형 외톨이들이 방 밖으로 나와서 사회에서 한 일원으로 잘 섞이고 잘 자리 잡도록 돕는다는 것이 그렇게 들리시는군요. 하지만, 사실상 돕기도 하고 지원도 하고 응원하기도 하거든요. 지원 단체들의 역할이 그것이니까요. 
그렇다면 모카님은 외부에서 은둔형 외톨이를 보는 시선과 태도는 어떠해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조금 덧붙이자면 은둔형 외톨이를 떠올릴 때, 대개는 도움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을 할 것 같아요. 왜냐하면 그들이 방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이유가 분명히 있을 것이고, 방 밖으로 나오기 위해서 뭔가 기회를 줘야 한다거나, 계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을 하게 되거든요. 앞서 말한 ‘도움’이라는 말이 불편하거나 또는 사람들의 시선이 불편하다면, 과연 그들은 어떤 태도로 은둔형 외톨이를 바라봐야 할까요?

음,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고민)
저도 의문점이긴 해요. 항상 생각하는 점이기도 하고요. (계속 고민)
그냥 한 명 한 명 사실 ‘은둔형 외톨이’라는 말 자체부터 너무 마음에 안 들어요. 다른 뭔가가 없을까요?



대체할 용어, 저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처음 일본에서 히키코모리라는 단어가 사용되고 이후에 한국말로 번역이 됐을 때 ‘은둔형 외톨이’라고 하니까 이게 뭔가 그 단어에서 풍겨오는 편견이나 부정적인 어감이 있다는 생각했어요. 그래서 사실은 저로서도 당사자들을 그렇게 호칭하기가 조금 불편한 부분이 있어요. 

뭔가 너무 마이너스한 이미지가 있어요. 예전에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정말 충격받았던 것이, 어느 댓글 중에 '야, 이 히키코모리 새끼야' 이런 글이 있었어요. 지금은 은둔형 외톨이라는 말이 대중적으로 인식이 되서 다른 말로 바꾸기는 어렵죠. 그런데 ‘은둔형 외톨이’라고 하거나 ‘히키코모리’라고 하면 사고 치거나 마음이 아픈 분들로만 보여서, 그분들을 지칭할 때 좀 더 부드러운 느낌의 단어가 있으면 좋겠어요. 



순화된 다른 표현을 찾으면 좋겠네요. 전에는 부모님 중에 한 분만 계시는 가정을 ‘편모 가정, 편부 가정’ 이렇게 불렀었거든요. 근데 그게 부정적인 어감이 강하다고 해서 한부모 가정으로 바꿨잖아요. 그런 경우처럼 조금 더 편견이 제거되고 중립적인 어감을 가진 그런 용어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네. 뭔가 있으면 좋겠네요. 적어도 우리 사이에서 만이라도 사용할 수 있는... (고민) 그렇지만 사회적으로는 은둔형 외톨이라고 해야 사람들이 더 이해하기 쉽고, 한마디로 설명이 되잖아요.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비영리단체의 지원활동에 대해 저도 당사자의 입장을 좀 더 생각해 보게 되는 것 같아요. 저도 비영리 단체에서의 활동을 오랫동안 해온 활동가의 입장에서 당사자 입장을 많이 생각하면서 일을 하려고 노력했다고 생각하지만,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나는 도움을 받는 존재다, 난 너무 약하다, 늘 도움을 받아야 돼' 라고 하는 그 인식에서 당사자들이 벗어날 수 있게, 그분들이 자기 삶의 주체로서 설 수 있도록 어떻게 할 수 있을까 하는 그런 고민도 들고요.

맞아요. 제가 말씀드리고 싶었던 게 그거예요. 그냥 단순히 봉사단체에서 봉사를 받고 있는 입장이 아니고 당신들 한 명 한 명, 방 안에서 얼마나 엄청난 스펙을 쌓고 있는 중인지를 알려주고 싶었어요. 이 사회에서 은둔형 외톨이들이 친화적인 이미지를 어떻게 가질 수 있을까 하는 맥락이에요. 은둔형 외톨이라고 해서 너무 과한 배려는 오히려 독이 된다고 생각해요.



지난번에도 지나친 배려는 지양했으면 좋겠다. 이런 얘기하셨잖아요. 그런 맥락이신 것 같아요.

그래야만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좀 좋아질 것 같고 우리는 사회적 약자가 아닌 언제든지 발돋움을 할 수 있는 존재에요. 한부모 가정, 차상위계층, 기초생활 수급자, 이런 말도 솔직히 저는 진짜 마음에 안 들어요. 근데 그거를 이제 다 하나로 뭉뚱그려서 사회적 약자 계층, 거기에 은둔형 외톨이가 들어가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어떻게 보면 은둔형 외톨이가 사회적 약자라는 인식은 가장 처음. 누가 주위 사람들 중에서 누가 갖게 되나 생각을 해보면 사실 당사자의 가족분들이 아닐까 싶어요. 

가족들이 이제 은둔형 외톨이인 자식들, 제가 그랬지만 ‘어디 내놔도 부끄러운 자식들’, 약간 이런 이미지를 가지고 사회적 약자라는 생각을 하는 건 아닌가 싶어요. ‘구해줘야 하는 아들, 꺼내줘야 하는 아들’.



그렇네요. (슬픈 공감) 만약에 저희 가족 중에 누군가 은둔하고 있다면 조바심이 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좀 들어요. 언제까지 계속 저 상태로 머물러 있을까 걱정되는 마음, 그러니까 빨리 구해줘야지, 아니 구해주는 것까지는 아니라도 그 상황에서 빨리 좀 벗어나게 해주고 싶은 마음 때문에라도 약간의 조바심이 나지 않을까? 그래서 계속 뭔가를 해야 될 것 같고. 모카님이 불편하게 생각하셨지만,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도 들 것 같아요. 은둔하지 않았을 때 봤던 가족의 '본 모습'이 있는데 그걸 빨리 좀 되찾게 하고 싶고, 그런 기대감 같은 것들이 있지 않을까요?

제가 말씀드린 사회적 약자라는 인식 자체가 정부에서 정한 그런 약자라는 그런 게 아니잖아요. 맞나요? 정부에서 정했나요?



아까 말씀하신 다른 사회적 약자들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처럼 그렇게 법적 테두리 안에서 은둔형 외톨이를 사회적 약자로 명명하고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중앙 정부 차원의 법적 지원체계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렇지만 서울시나 몇몇 지자체에서 청년들의 활동을 지원하는 정책이 있어요.


★Tip_고립․은둔 청년에 대한 공식적인 전국실태조사는 시행되지 않았으며, 서울시가 2022년 말까지 서울시 실태조사를 진행할 계획임. 2019년 광주시가 최초, 이후 서울시, 부산시가 지원조례를 만들었고, 중앙정부 차원으로는 2023년부터 구직 단념 청년들이 구직 프로그램을 이수할 경우 300만원의 도약준비금을 지원하는 예산을 반영하기로 했음. 서울시의 경우, 권역별 6개 청년이음센터를 통해 사회적 고립척도 개발, 은둔청년을 위한 소규모 공동생활 추진 등 고립은둔 청년을 위한 맞춤 지원을 계획, 진행중임. 


은둔형 외톨이가 사람들의 인식 속에서 사회적 약자가 되고, 봉사를 받아야 되는 입장이라는 게 강한 것 같아요. 어느 커뮤니티에 들어가 봐도 그런 이야기들(사회적 약자로 보는 인식)이 있거든요. 어찌 됐든 부모님들이 조바심을 내는 것을 보면 진짜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저는 ‘잘생기고 예쁘게 낳은 우리 아들이 아픈 건 인정하기 힘들다.’ 하는 이런 이야기를 어머니한테 들어왔기 때문에 부모님한테 말하기 힘들었던 것도 있었어요. 어렸을 때 정말 잘 웃고 밖에 나가 잘 놀고 친구들도 많았는데, 은둔을 시작한 다음부터 너무 힘들어하니까 부모님 입장에서는 빨리 꺼내주고 싶으셨겠죠. 얼마나 조바심이 났는지 알 것 같기도 하고, 이제서야 조금 이해가 돼요. 출구가 안 보이기 때문에 정말 두려운 사람은 부모님이 아니었을까. 사실 그 전까지는 은둔을 하고 계신 분들의 부모님에 대해서 조금 안 좋은 생각을 많이 가지고 있었어요. 왜냐하면 저희 부모님에 대해서도 이해를 바라지 않았으니까요. 근데 안무서운 회사에서 부모님들을 두 차례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생각이 많이 바뀌었던 것 같아요.







엄마의 노력이 보이기 시작할 때 



부모님들을 만나셨을 때 어떠셨어요?

사실 처음에는 조금 벽을 치고 갔어요.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해도 안 들으시겠지.’ 하고 갔는데, 좀 다르더라고요. 어떤 분들은 메모도 하시고 어떤 분들은 녹음도 하시고, 이야기를 들어주시려고 하시는 그런 부분들이 눈에 보였어요. 그러면서 우리 엄마도 앞에서는 관심이 없는 것처럼 행동을 했지만 뒤에서는 다른 분들처럼 이렇게 하시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고, 제가 32살인데 지금에서야 엄마가 그때 이런 걸 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그때 제가 먼저 엄마한테 ‘보고 싶다’고 이야기했어요. 원래 자주 그래요. 엄마한테 사랑한다, 보고 싶다는 말을 아끼지 않는 편이에요. 그때 조금 눈물 날 뻔했어요. 어떻게 표현을 해야 할지 어려워했던 것뿐이지 사실은 다 보고 계시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어요.



우리 부모님들이 살갑거나 요즘 젊은 세대처럼 표현이 구체적이지는 않으시잖아요. 마음은 있어도 표현을 못하실 수도 있고요. 

근데 제가 느끼기에는 거기 나오신 부모님들이 참 대단하다고 느꼈어요.



노력하시려고 하는 면이요?

노력하시려고 하는 것도 대단하셨고, 전문가가 되려고 너무 노력하세요. 자식을 위해서 모든 걸 다 희생하시는 분들이신 것 같아요. 근데 아마 집에 가서는 막상 못 그러시겠죠. 지금 당장 현실에 답답하고 가족의 아픈 모습을 보기 힘드니까, 그런데 그것도 이해가 돼요. 



가족이 은둔하고 있는 아픈 모습을 보면서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당사자분들은 어떻게 해야 될 것인가, 이 세상에 대한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나, 아니면 그 시간들을 어떻게 보내야 되는 게 좋은지, 또는 가족들이나 주변 사람들은 그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또는 지원단체들은 어떻게 일해야 하는지? 그분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이런 아주 기본적인 것들이 중요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제가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것이 써니님께 잘 전달됐으면 좋겠어요. 방 안에서 부모님 힘들게 하는 존재가 은둔형 외톨이잖아요. 사람들의 인식이 그렇잖아요. 바꾸기 힘들겠죠. 근데 조금 더 완화되기 위해서 뭔가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긴 해요.



무엇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하세요?

요즘에 고립 청년이라는 말 많이 쓰는데요. 제가 계속 문화예술을 이야기하는 것도 어떻게 보면은 사실 은둔형 외톨이들끼리 회사를 세워서 으쌰으쌰 하고 사무실을 마련해서 무엇이든 해보자, 단체를 만들어보자 이런 경우는 뭔가 조금 다른 것 같고요. 제가 말씀드린 문화예술은 소통의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문화예술은 당사자끼리도 그렇지만 그 외에 다른 사람들과도 같이 대화하고 소통할 수 있는 좋은 연결고리가 될 수 있는 것 같아요. 

이어서 궁금한 것은, 당사자가 은둔하는 동안에 당사자도 그렇지만 당사자의 가족들이나 지인들도 그 시간을 함께 잘 보내야 된다고 생각하는데요. 당사자도 힘들겠지만, 옆에서 지켜보는 입장에서의 어려움도 있으니까요. 조바심 나고 애는 타는데 상황이 바뀌지 않으면 당사자에게 괜히 화내고 잔소리하게 되잖아요. 
제가 잘 견딜 수 있었고, 지금도 어머니를 정말 사랑하고 많이 아끼는 이유가 그런 게 없었다는 거에요. 



다그치거나 화내고 막 이러시는 거요?

네, 일절 없었어요. 정말 그랬네요. 



어머니를 만나뵈어야 할 것 같은데요. 어머니가 어떠셨을지 궁금해요. 

오히려 걱정거리도 이야기를 잘 안 하셨던 것 같아요.



그냥 내버려 두셨나요?

제가 힘들다고 말 안 하니까. 그냥 거의 내버려 두셨던 것 같아요.



혹시 어머니 혼자 감정을 삭히고 그러지는 않으셨을까 싶네요. 어머니도 아들한테 부담을 주니까 얘기를 못하고 아마 혼자서 좀 그런 시간을 보내셨을 수도 있겠어요.

그럴 수도 있죠. 대신에 은둔하는 기간에 부딪힌 건 없었던 것 같아요. 방안에 있을 때는 사실 매정하다고 좀 생각을 할 수도 있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은, ‘우리 아들은 방 안에서 아들 나름대로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렇게 생각하셨던 것 같아요. 그냥 '아들, 오늘 뭐 영화 뭐 봤어? 아들 뭐 시켜줄까? 아들, 집에 밥 해놓을까?' 밖에 나가서 친구들 만나라고 등 떠미는 소리는 못 들었던 것 같고, 아들이 방 안에서 사회에서 받은 상처에서 회복되고 쉬고 있는 시간이라는 것을 부모님은 알고 계셨던 것 같아요.



부모님한테 혹시 그런 힘든 내가 그럴 때 힘들었다든지 하는, 상처에 대한 얘기를 해 본적이 있으세요?

없어요. 저는 그런 거 말 못해요. 이번에 방송에서 처음 이야기를 해봤어요. 어머니는 그냥 ‘아들이 힘든 일이 있어서 저런 시간이 필요한가 보다.’ 생각하셨던 거겠죠. 저희 어머니가 완전 쿨하시거든요. 저를 그냥 놔두신 것 같아요. 그렇다고 애정을 안 주신 건 아니에요. 사랑한다고도 많이 말해 주시고 인사할 때 안아주시기도 하시고 그러셨는데, 그게 저희 어머니만의 표현 방법이었던 거죠.



그냥 내버려 두셨다고 하는 게 저는 대단히 노력하신 거였다고 생각해요. 왜냐면 많은 부모님들은 그냥 놔두시려고 하지 않으시거든요. 그러니까 뭔가 개입하시거나 관여하시거나 잔소리를 하고 화를 내신다든지 뭔가라도 자꾸 얘기하시려고 할 텐데, 그냥 놔두시는 것 자체가 굉장히 애쓰시고 노력하신 거였을 거에요.

그런 것 같아요.



(3편에 계속)




interviewer_써니 | 이 시대의 고립과 은둔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사람 


약 15년 동안 사회복지사로 아동, 청소년, 청년들, 그리고 가족들을 만나왔습니다. 자립의 문턱앞에서 머뭇거리거나 행여 문턱을 넘었더라도 쉽게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섞이기 힘들어하며 고립과 은둔의 세계로 들어가는 여러 청년들을 보며 함께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시대의 고립과 은둔, 외로움에 관해서 함께 들여다보고 함께 고민하는 기회를 만들기 위해 인터뷰와 두 번째 책 준비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sunnyokay7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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