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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둔고립청년 릴레이 인터뷰_#6: 하루-2


두려움도 있지만 즐거움도 있어 

3년간의 은둔생활을 마치고 난 하루의 이야기 (2)





하루 씨는 '재발성 우울장애'를 진단받으셨다고 하셨는데, 혹시 그게 뭔지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우선 우울장애라는 건 우울증을 주로 하는 정신장애거든요. 쉽게 말해서 우울증에서 더 발전하면 우울장애가 되는 건데, 재발성이 붙었으니까 한 번 재발을 했다는 의미인 거죠.

제가 고등학교 때 우울했던 게 괜찮아졌다가 다시 심해졌잖아요. 그걸로 인해 재발성 우울장애 판정을 받은 거예요. 개인적으로는 불안도 앓고 있긴 한데 불안장애로 진단을 받으려면 정말 엄청난 불안을 느껴야 하기 때문에 전 그 정도는 아니라서 불안장애를 진단받지는 않았어요.

 


그렇다면 그 우울장애를 진단받기 전, 정신과를 언제 처음 갔나요?

제가 두 번째 대학을 다니다가 어느 순간부터 이렇게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나 싶어서 입학한 해의 가을쯤에 학교를 그만뒀어요. 그러고 집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어느 순간 제가 성인이 됏으니 정신과를 가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충동적으로 정신과에 가게 됐던 것 같아요.


 

그렇게 정신과를 가서 재발성 우울장애 진단을 받았을 때 하루 씨의 어머니의 반응은 어떠셨나요?

어머니는 사실 지금도 절 잘 이해하지 못하세요. 우울증이라는 걸 경험해 보지 못하셨기 때문이겠죠.

저는 사람은 스스로가 경험해 보지 못한 건 절대 이해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머니가 절 이해해 주시는 것보다 다른 부분에 대해서 좀 더 잘해주시면 된다고 생각하려고 있어요.

물론 저를 알아주지 못한 것에 대해서 많이 원망스럽긴 하죠.

 


사전 인터뷰 때, 하루 씨가 학교를 그만두고 우울장애를 앓는 데 부모님이 가장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해서 부모님이 되게 미웠다고 하셨거든요. 하루 씨가 재발성 우울장애를 진단받기까지 부모님께서 하루 씨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가 좀 궁금한데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부모님께서 저에게 물리적인 폭력을 가한 건 아닌데, 아버지는 제가 정말 어렸을 적부터 소리 지르고, 술을 마시고, 물건을 던지고, 엄마에게 언어 폭력을 가하고, 그러면 엄마는 그런 부분에 대해서 울분을 토하시고. 그런 모습을 굉장히 많이 보면서 자라다 보니 저는 많이 불안했죠.

그래도 저희 어머니는 제가 어릴 땐 저에게 굉장히 헌신적이셨어서 제가 그래도 좀 버틸 수 있었는데 어머니가 어느 순간 지치시다 보니 아버지에게서 받은 스트레스를 저에게 풀기 시작하시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집 안에 믿을 사람이 아무도 없는 거예요.

그게 몇 년 동안 계속 지속되다 보니 사람이 학교에서도 힘든데 집에서까지 힘드니까 도저히 버틸 수가 없는 거예요. 그때 정말 괴로웠던 것 같아요.




'가고 싶었던' 정신과에 스스로 갈 수 있게 되기 까지 




하루 씨의 괴로움이 절절히 이해가 돼요. 저도 폭력적인 가정에서 자라 어린 시절이 정신적으로 참 불우했거든요.

그렇다면 재발성 우울장애 진단을 받은 이후로는 뭘 하면서 시간을 보냈나요?

결국에는 다시 대학을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제가 외로움이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심해지다 보니까 SNS 상에서 많이 활동을 했죠. 특히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서 많이 활동했던 것 같아요.



이외에도 차나 자전거를 타고 산책이나 여행도 다녀오시고 이런저런 활동을 많이 했다고 하셨는데, 그렇게 여행을 가거나 바다를 보러 가면 감정적으로 뭔가 해소되거나 하는 부분이 있었나요?

잠깐은 여행이나 바다 보러 오는 것도 괜찮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막상 하루 이틀 지나고 심지어는 한 30분만 지나도 기분이 원래대로 돌아오는 거예요. 결국에는 바다나 여행을 보러 간다고 해서 허전함이 채워지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답답하고 숨이 잘 쉬어지지 않는 어느 날 1시간 차를 몰아서 도착한 바닷가.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을 앞에 두고 어떻게 잠시나마 안 괜찮아질 수가 있을까.




잠시 동안은 괜찮았지만 결국에는 또다시 공허해졌다는 말이군요.

네. 정신과도 그래서 갔거든요. 여러 가지 활동을 했는데도 해결이 안 되다 보니까 최후의 수단으로 정신과를 방문했었어요.



그렇다면 그때 처음으로 정신과를 방문해서 지금도 꾸준히 다니고 계신데, 어머니의 반응은 좀 어떠세요.

사실 제가 정신과에 다니는 걸 딱히 좋아하진 않으시는데 그래도 납득은 하신 것 같아요. 어쩔 수 없이 납득을 하시는 느낌이랄까.



어떤 식으로 납득하신 것 같아요?

당신께서는 모르는 저만의 사정이 있겠지 하시는 것 같아요. 제가 병원에 가는 것에 대해 이해는 안 되지만 제가 힘들다고 하니까 '그래 그럼 어쩔 수 없지.' 그렇게 생각하시는 거죠.




외로움과 두려움을 딛고 나면 보이는 것들 




사전 인터뷰 때 하루 씨가 계속 강조하신 게 '나는 사람이 싫고, 인간관계에 환멸을 느끼고, 혼자가 편하다'라는 부분이었는데요. 그런데 왜 하루 씨는 온라인으로 사람과의 교류를 시작했을까요.

전 결국에는 저에게 상처 준 사람이 싫었던 거지 모든 사람이 싫었던 게 아니었거든요. 저는 상처받기가 두려웠던 거예요. 그리고 사람이라는 게 어쩔 수 없이 외로움을 많이 타잖아요. 그런(외로움) 영향도 컸던 것 같아요.



그러면 그렇게 오픈 채팅을 하면 외로움이 해소되는 순간이 있었나요?

그것도 여행이나 자전거와 마찬가지로 잠깐은 괜찮은데 결국에는 거기에 좀 더 의존하게 되는 그런 경향이 있었던 것 같아요.



하루 씨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취미 활동도 하셨고, 여행도 다녀오셨고, 여러 가지로 다양하게 많은 활동을 하신 걸 알 수 있는데요. 그런 여러 활동을 한 하루 씨에게서는 사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은둔형외톨이의 모습이 보이진 않아요.

그럼에도 본인이 은둔을 했다고 생각하는 데 이유가 있을까요?

은둔이라는 게 저는 제가 상처받는 것이 두려워서 저라는 존재를 방구석으로 몰았다고 생각하거든요. 더 이상 그 무엇으로부터도 상처받기도 싫고, 괴롭고 싶지도 않았던 것 같아요.

뭔가 새로운 걸 한다는 건 두근거리면서도 두려운 일이잖아요. 저는 정신적인 여유가 없다 보니까 그 두려움을 견딜 수가 없었던 거죠.

뭔가 그랬던 것 같아요. 제가 고등학교 때 공부를 했던 시절에는 새로운 걸 배워가면서 저만의 가치를 창조해야 된다고 생각했는데 20대가 되니까 그냥 무기력에 빠진 거예요.



올해 세 번째 대학에 입학인데, 하루 씨가 스스로 이제는 은둔을 탈출했다고 말씀해 주셨거든요.

그러면 스스로 생각하는 하루 씨가 은둔했을 때와 은둔을 탈출한 지금의 차이점을 얘기해 보면 어떤 차이가 있는 것 같나요?

결국에는 마음의 문을 여냐, 열지 않냐의 차이인 거 같아요.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고 새로운 시작을 하는 게 두렵긴 하죠. 그런데 지금은 두려움도 있지만 즐거움도 있기 때문에 마냥 두려워만 하지는 않으려고 하는 게 가장 많이 바뀐 마음가짐인 것 같아요.

보통의 경우, 보통의 사람들보다는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지만 저의 상황을 고려해 봤을 때 스스로 정말 많이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조금씩 열어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한 걸음 한 걸음씩 천천히 나아가고 싶어요.



마음이 답답하던 어느 날, 자전거 하나만 달랑 끌고 출발했던 춘천에서 서울까지의 여정.




뭔가 멋진 말이네요. 하루 씨는 은둔에서 나오셨잖아요. 은둔에서 나오시니까 느낌이 어떠세요? 하루 씨의 소감을 듣고 싶어요.

사실 이 은둔이라는 게 거창한 경험도 아니고, 전 그저 제가 괴로워서 그런 선택을 한 거지 저는 그 선택이 틀렸다고도 올발랐다고도 생각하지 않아요.

그냥 그때는 그럴 만한 사정이 있었기 때문에 은둔했고,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었고, 이제는 힘들고 괴로울 땐 잠시 쉬어가면서 한 걸음 한 걸음씩 차근차근 정진해서 나아가 보자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와, 하루 씨 멋있어요.

감사합니다.



솔직히 말해보세요. 이 멘트 준비하신 거죠?

하하, 아니에요. 제가 평소에 가지고 있는 생각들이에요.



그렇군요. 굉장히 멋있는 생각이에요. 알겠습니다.

혹시 나를 완전히 방 안에 가두는 신체적 고립이 아닌, 하루 씨처럼 정신적인 고립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그냥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사람이라는 게 꼭 잘나야만 가치가 있는 게 아니에요. 그냥 나니까 사랑해 줘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렇다고 못난 부분까지 사랑해 줄 필요는 없고, 그냥 나의 못난 부분마저도 그냥 이해해 주고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니까 좀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께 나아가보자 하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



그리고 완벽하지 않아도 돼요. 전 인간은 불완전하기 때문에 완전에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보통 완벽을 추구하는 사람은 상처가 많은 경우가 있더라고요. 저도 그랬거든요.

자기 자신이 마음에 안 들 수도 있어요. 그런데 그것도 어떻게 보면 저의 일부분이기 때문에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고 사랑해 주는 게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건 제 개인적인 생각이었고요. 병원은 될 수 있는 한 최대한 빨리 가시는 게 좋은 것 같습니다.



병원 중요하죠.

마지막 질문인데요. 하루 씨는 지금 희망이라는 걸 찾았나요?

희망이라... 아직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저의 희망이라는 게 모래 사장에 갇혀 있었다면 지금은 조금씩 그 모래를 걷어내는 과정에 있고, 조금씩 그 희망이 보여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조금씩 더 앞으로 나아가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끝)




interviewer_하나 | 방 밖으로 나온 지 몇 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다시 은둔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

중학교를 중퇴하고 그대로 11년간 은둔했습니다. 우울증과 대인기피를 치료하기 위해 입원한 병원에서 1년 동안 두 번의 검정고시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우연한 기회로 K2인터내셔널코리아에서 운영한 '은둔고수' 1기와 2기를 수료했습니다. 은둔형외톨이 지원 영역에 발을 담그기 시작해 현재는 저술 활동과 더불어 관련 연구나 언론매체 인터뷰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hanahana122123@gmail.com)


* 은둔청년 릴레이 인터뷰는 매주 금요일에 업로드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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