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고립청년 릴레이 인터뷰_#6: 하루-1

둥둥
2022-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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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병과 은둔 

3년간의 은둔생활을 마치고 난 하루의 이야기 (1)





안녕하세요.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3년간의 은둔 생활을 마치고 현재 대학교에 진학해서 1학년을 다니고 있는 23살 하루라고 합니다.

 


하루 씨 반갑습니다. 바로 본격적인 인터뷰로 넘어가서, 하루 씨가 은둔을 하게 된 계기를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저에게는 마음의 병이 있었거든요. 우울증도 그렇지만 가장 큰 건 제가 20살 때 처음으로 대학을 진학하게 되면서 새로운 인간관계에 대한 스트레스 같은 게 저 자신을 괴롭히다 보니까 안 그래도 있던 병에 우울함이 더해지니까 견딜 수가 없는 거예요.

그래서 첫 대학을 2주 정도 다니다가 그만둔 뒤 집에서 은둔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대학 생활을 하면서 우울함이 폭발했다고 하셨는데, 그렇다면 대학교 입학하기 전 원래도 우울함이 많았나요?

네. 어릴 때부터 가정불화가 심한 환경에서 자라 저는 불안을 굉장히 많이 느끼는 아이였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이상한 행동을 많이 하게 되고, 그런 행동들 때문에 사람들과 더 잘 못 지내게 되고, 불안하고 외로움을 많이 타다 보니까 그게 우울함으로 많이 이어졌던 것 같아요.




'왕따'라는 '관심'이라도  




중고등학교 때 이상한 행동을 했다고 하셨는데, 어떤 행동이었나요?

관심 받고 싶어서 뭐든 과하게 행동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굉장히 치근덕거린다든지 귀찮게 하는 행동을 했어요. 그리고 분노를 잘 참지 못해서 화를 낸다던가 물건을 부수려고 집어 던진다던가 혹은 벽을 치거나 소리를 지른다거나 그런 식으로 행동했었죠.



그런 분노에 찬 행동들이 같은 반 학우들에게 향했었나요?

직접적으로 누군가를 향해서 화를 표출한 건 아닌데, 다른 친구들에게 보라는 식으로 행동했던 것 같아요.

제가 누군가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건 너무 두렵다 보니까 저 혼자 분해서 소리 지르고 그랬는데 결국에는 그게 남들에게 보라는 듯이 행동하는, 일종의 과시였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러니까 중학교 때 반 친구들이 보는 앞에서 그런 폭력적인 행동을 하셨던 거예요?

네. 그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렇군요. 그러면 저희가 이제 하루 씨의 가장 어렸을 때부터의 기억으로 돌아가서, 저는 하루 씨가 어떤 어린 시절을 보냈는지 궁금하거든요. 당시에 부모님과의 관계가 좋지 않았다고 사전 인터뷰 때 말씀해주셨는데, 부모님과 좋은 관계를 형성하지 못했던 어렸을 당시의 하루 씨의 마음 상태는 어땠는지 좀 듣고 싶어요.

저희 아버지는 알콜중독자에 굉장히 난폭한 성격이셨고, 어머니는 굉장히 수동적이라 그런 아버지에게 맞춰주기만 하셨어요. 그래서 저는 어렸을 때부터 방치당해있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왜 방치를 당했다고 생각했을까요?

어머니가 아버지한테 맞춰주시느라 그렇게 생각했던 것도 있고, 항상 제가 하고 싶은 것보다는 부모님의 의사가 먼저였기 때문에 정말 어렸을 때부터 저 자체를 존중받지 못했다는 기분을 많이 느꼈던 것 같아요.



사실 하루 씨뿐만 아니라 한국의 많은 자식들이 느끼는 기분인 것 같아요.

그렇다면 중학교 시절로 넘어가서, 중학교 시절의 하루 씨는 어떤 아이였나요?

중학교 때의 저는 소위 말하는 나대는 아이였어요. 친구들에게 관심을 가져달라고 찝적거리고 자꾸 귀찮게 하니까 또래 친구들은 그걸 굉장히 안 좋게 봤고, 결국 그로 인해 따돌림에 구타까지 당했었거든요.

거기에 집에서는 어머니가 아버지한테 받은 스트레스를 저에게 풀고, 그런 게 중첩되다 보니까 저는 집 안팎으로 힘들고 괴로워지고 그런 힘듦으로 인해 그때 아마도 우울증이 생긴 게 아닐까 저는 추측하고 있어요.

중학교 2학년 때 제가 정말 심하게 왕따를 당했는데, 그때 당시에는 아예 한 친구가 주도해서 저를 광대처럼 자기네들을 즐겁게 해주지 않으면 왕따 시키고... 그때부터 저는 인간 관계에 대해 환멸을 많이 느꼈던 것 같아요.



중학교 2학년 때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그들은 저를 사람으로 보지 않았던 것 같아요. 제가 먼저 말을 걸어도 대답해주지 않고, 말로 저의 인격을 모독한다든가, 어떨 땐 제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때리기도 했었죠.



그렇게 왕따를 당했을 때 하루 씨의 마음은 어땠어요?

많이 힘들었죠. 되게 괴롭고 힘들었던 것 같은데, 근데 그때의 저는 그런 생각을 했나 봐요.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난 사람들에게 관심 받을 수 없어."

그때 저는 제 자신이 쓰레기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때는 그렇게라도 애쓰지 않으면 사람들과 어울릴 수 없고, 그래서 난 이렇게 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야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나에게 모멸감을 주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기 위해 그렇게 비굴하게 행동하고, 결국엔 의존적인 관계가 형성됐던 거죠.


 

어떤 의존적인 관계요?

저는 저를 괴롭히는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했었거든요.


 

그렇군요. 그래서 자기 비하도 하고 그랬다고 들었어요.

네. 이 자기 비하라는 게, 저를 따돌리던 친구들 중에서 누군가가 어떤 행동을 하면 "이런 바보 같은 짓은 나도 안 한다"고 스스로 자학 개그를 치는 식이었어요. 저는 그렇게까지 자기를 비하하면서 사람들에게 관심 받고 싶어 했던 것 같아요.


 

그렇다면 그때 그랬던 자기 자신에 대해서 지금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그런 제 자신이 너무 창피했어요. 근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사람이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랬을까 하면서 스스로를 안쓰럽게 생각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도 이야기를 들으면서 하루 씨가 조금 안쓰럽게 느껴졌어요.

그런데 사전 인터뷰 때 듣기로는 그렇게 자학 개그를 하다가 멈춘 계기가 있다고 들었거든요. 어떤 친구에게 "너 자학개그 하지 마."라고 듣고, 그 뒤로 그렇게 자기 비하를 하는 걸 그만두게 되었다고 하셨는데, 그 말을 딱 들었을 때 하루 씨는 어떤 기분이었어요?

정말 머리를 둔기로 한 대 맞은 기분이었어요.

생각을 해보니까 제가 그런 자학 개그들을 저 스스로도 모멸감을 느끼면서 했더라고요. 제 안에는 내가 이렇게 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 받을 수 없겠다 하는 그런 믿음이 있었던 거죠.

그 친구도 사실 저에게 잘해주려고 노력했는데, 그런 면에서는 되게 고마운 친구예요.




인간관계에 지쳐버린 10대 시절 





정말 그렇겠네요. 그리고 또 듣기로는 중학교 때 하루 씨에게 크게 영향을 미친 일이 하나 있었다고요.

네. 제가 중학교 3학년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거든요. 그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해 영향을 좀 많이 받았죠.

그래서 제가 혼자 고민을 해 봤는데, 그런 경우가 있잖아요. 예를 들어 어떤 것에 대해 굉장히 싫어하지만 한편으로는 의존하는 거요. 근데 그런 존재가 갑자기 없어지다 보니까 처음엔 편했는데 마음이 너무 허전한 거예요.

그러니까 저는 기댈 사람이 필요했던 거고, 또 제가 아버지를 싫어하긴 했지만 사랑하는 마음도 있었을 거 아니에요. 말하자면 아버지한테 애증을 느꼈던 거죠.

그래서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그런 여러 가지 이유로 되게 고생했고, 인간관계에 지쳐서 그 뒤로 진심으로 사람을 사귀지 않았던 것 같아요. 피곤하니까. 사람을 믿으면 배신당할 것 같다는 그런 느낌을 받았거든요.



그렇군요. 그런 일을 겪고 인간관계에 지쳐 버리다니, 많이 힘들었을 것 같아요.

네. 근데 저는 사람을 못 믿는다는 게 꼭 나쁘기만 한 거라고 생각하진 않는 게, 이게 피해망상 정도의 수준이 아니면 합리적으로 의심을 해볼 수 있잖아요. 의심이라는 게 이 사람이 왜 나에게 다가왔을까를 의심하는 걸 수도 있지만, 이 사람이 나의 이런 부분이 좋아서 나에게 다가오겠구나 그러면 저는 이런 부분을 맞춰주면 이 친구랑 좀 더 좋은 관계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식으로 승화시키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런 상대방의 마음을 의심하는 것을 긍정적인 쪽으로 승화시키셨네요. 그 부분이 참 좋은 것 같아요.

최근부터 그렇게 하려고 마음먹고 노력 중이라 아직은 미숙하지만 그래도 첫 시작을 하게 된 것 같아서 저에겐 굉장히 뜻깊습니다.



좋네요. 그럼 그런 고단했던 중학교 시절을 보내고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는 어땠나요?

사실 제가 사람을 못 믿겠다고는 했지만 되게 외로움을 많이 타기 때문에 사람들이랑 아무런 관계도 가지지 않고 산 건 아니거든요.

제가 고등학교에 입학해서 어떤 친구를 동경하게 됐어요. 그 친구는 여학생이었는데, 공부도 잘하고 자기 표현을 잘하는 거예요. 그 친구의 모습을 보면서 저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해서 그때 공부나 운동을 열심히 하면서 자존감을 쌓았거든요.

그때 남들에게 인정받는 것의 즐거움을 알게 되고, 성취감도 많이 느꼈던 것 같고 그러다 보니 제가 우울증이 많이 좋아진 것처럼 착각을 했어요.



착각을 했다면 그다음에는 다시 좋아지지 않았다는 걸까요.

당시엔 성취감도 느끼고 많이 좋아졌었는데, 이 성취감이라는 게 어느 순간 내성이 생기고 더 큰 성취를 원하게 되잖아요. 그러다 보니 결국 내가 행복회로를 돌릴 수 있는 성취감이나 여러 가지 것들이 사라지니까 다시 그 우울함이 저에게 밀려들어온 거죠.

그래서 그때쯤, 고등학교 2학년 때쯤에 어머니한테 울고 소리지르면서 정신과에 가고 싶다고 얘기했거든요. 근데 어머니의 반응은, 물론 저를 위해서 얘기하신 거겠지만 어머니가 하시는 말들이 저에게 큰 상처가 됐었죠.



정신과에 가고 싶다고 했을 때 어머니의 반응이 어떠셨길래요?

그런 데는 되게 안 좋은 사람들만 가는 거다... 이런 식으로 말씀하셨죠. 아무래도 옛날 분들 같은 경우에는 정신병원 하면 격리시키고 되게 편견에 가득한 이미지가 있다 보니까 그렇게 말씀하시는 어머니가 이해는 되는데 제대로 찾아보지도 않고 그렇게 얘기하시는 게 너무 섭섭했어요. 저는 그렇게 정신병원을 가지 못하고 고등학교를 졸업하게 됐죠.



하루 씨가 고등학교 지리 시간에 배웠던 곳에 방문했을 때 찍은 사진. 이곳에 가면 뭔가 의미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는데, 그가 찾으려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대학으로부터 도피하다 





네. 그러고 나서 대학에 진학한 뒤 2주 만에 자퇴하셨다고 들었는데, 어떤 마음이셨나요?

(자퇴하고) 처음에는 개운했죠. 처음에는 재미있게 놀았는데 이게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마음의 너무 허전한 거예요. 그리고 사람이 아무것도 안 하면 목표의식이 없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시간이 그냥 흘러가는데 이게 계속 흘러가다 보니까 제 자신의 가치를, 저의 정체성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떻게 보면 2주 만에 대학교를 자퇴했다는 건 뭔가 포기를 했다는 걸로 받아들여도 될까요?

그렇죠. 도피한 것에 가깝죠.



그러면 그렇게 자퇴를 선택해서 대학으로부터 도피한 자신에 대해서는 어떤 마음이 들던가요?

저는 그때 당시, 자퇴한 지 얼마 안 됐을 때는 제가 너무 한심하다고 생각했어요.

남들과 비슷한 흐름을 타지 못하고 집에서 놀고 있던 제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는데, 지금은 그런 과정들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제가 이렇게 조금씩 발전해나갈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솔직히 말해서 좋은 경험은 아니었지만 하나의 소중한 추억이었다고 생각해요.

소중한 추억이면서 기억이고 저를 성장시킨 발판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대학을 자퇴하고 집으로 내려가는 길에 찍은 사진. 하루 씨의 이야기를 들으니 하루 씨가 기숙사에서 집으로 내려오기 위해 짐을 싸면서, 그리고 이 짐들을 버스에 실으며 했을 생각들이 어렴풋이 그려지는 듯도 하다.




성장시킨 발판이라... 좋은 말이네요. 그렇게 첫 번째 대학을 자퇴하고 두 번째 대학을 입학하기 전까지 뭘 했나요?

수능 공부를 조금 하다가 결국엔 놀았죠. 집에서 컴퓨터만 하고 밤에는 늦게 자고, 그러면서 게임이나 소설이나 자극적인 컨텐츠들을 찾아보면서 시간을 보냈던 것 같아요.



그동안 친구를 사귄다던가 사회적인 관계망을 쌓은 건 없었나요?

그때는 없었던 거 같아요. 그냥 게임하고 소설 보고 자극적인 컨텐츠들 보고 그랬죠.



(2편에 이어서)



interviewer_하나 | 방 밖으로 나온 지 몇 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다시 은둔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

중학교를 중퇴하고 그대로 11년간 은둔했습니다. 우울증과 대인기피를 치료하기 위해 입원한 병원에서 1년 동안 두 번의 검정고시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우연한 기회로 K2인터내셔널코리아에서 운영한 '은둔고수' 1기와 2기를 수료했습니다. 은둔형외톨이 지원 영역에 발을 담그기 시작해 현재는 저술 활동과 더불어 관련 연구나 언론매체 인터뷰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hanahana122123@gmail.com)


* 은둔청년 릴레이 인터뷰는 매주 금요일에 업로드 됩니다. 이번 인터뷰는 내부사정으로 며칠 늦게 되었습니다. 기다리셨던 분들께 미안한 마음을 전합니다. 

* 인터뷰이 신청도 받습니다. 또는 은둔청년에게 물어보고 싶은 질문이 있으면 보내주세요. (tintin@theseeds.as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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