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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둔고립청년 릴레이 인터뷰_#7: 수관-1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1)

경계선 지능장애를 받아들이게 된 수관의 이야기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은둔을 1년 반 정도 했던, 요즘 생활 패턴이 망가져서 걱정인 수관이라고 합니다.

 


재밌는 소개네요. 생활 패턴이 망가지셨어요?

그렇죠. 자취를 하다 보니까 어쩔 수 없는 부분이죠.





코로나로 (모두가 은둔하기 시작했을 때 나도 자연스럽게) 은둔을 시작했다





하하. 동의합니다.

본격적인 질문으로 넘어가서, 수관 씨가 은둔하게 된 계기를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일단은 가정사 문제도 있고요. 제가 어렸을 때부터 존중을 못 받는, 낮은 자존감을 조성하는 환경에서 자라왔거든요.

제가 집안의 막내라는 이유로 모두의 보살핌을 받는 입장이었거든요. 사실 제가 하는 일은 전부 어수룩한 게 당연한 건데, 그런 어수룩함에 대해 긍정을 받지 못했어요.

예를 들어 제가 완성한 결과물이 있으면 결과물을 완성시킨 그 자체에 대해 긍정해주지 않고 이건 이렇게 틀린 거다, 이런 식으로 교정을 자꾸 해주시더라고요.


일단 간접적인 원인으로는 그런 게 있었고, 직접적인 원인으로는 제가 성인이 된 이후에 가정 환경이 전보다 많이 안 좋아진 것도 있고요.

제가 대학교에 입학했는데 그곳이 굉장히 이름이 없는 대학교였어요.

그런데 제가 다니는 대학교를 스스로 '지잡대'라고 프레임화 시키다 보니까 그게 자기 자신을 되게 망가뜨리더라고요.

거기에 아르바이트를 다니게 되었는데 일머리가 없어서 좌절했던 경험도 많았어요.

그러다가 2020년 1월쯤, 코로나가 터졌을 때쯤에 우울증이 시작되고 자연스럽게 밖에 나가지 않는 환경이 되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은둔을 하게 됐던 것 같아요.



은둔을 했을 때부터 자신이 은둔형외톨이라는 걸 알고 계셨다고 들은 것 같은데, 은둔형외톨이라는 개념에 대해 어떻게 알게 되었나요?

맞아요. 제가 원래 인터넷을 많이 하거든요. 제가 은둔을 할 때 저와 같은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 있는지 검색을 하다 보니까 은둔형외톨이라는 개념을 알게 되고, 증상 같은거 보면서 '이거 나 같은데?' 하면서 되게 공감하고 그러다 보니 내가 은둔형외톨이인가라고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1년 반 정도 은둔을 하셨다고 말씀하셨는데, 본인이 생각하시기에 은둔이 그렇게 장기화된 원인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코로나 같은 특수한 환경도 있고, 대학교에서 원격 수업을 하다 보니 굳이 나갈 필요가 없어졌던 것도 있고요. 저 같은 경우에는 또래 친구들이 대학교 1학년을 마치고 군대를 가는 것 때문에 교우관계가 더욱 좁아지고, 연락할 사람이 없어지고... 게다가 가정사 같은 걸 친구들한테도 얘기를 쉽게 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보니 더더욱 친구들을 잘 안 만나게 되고 그러다 보니까 서서히 고립됐던 것 같아요.



방 안에 있는 동안 은둔을 극복하려는 시도를 해본 적이 있나요? 있다면 어떤 것이었나요?

굉장히 많이 했죠. K2인터내셔널코리아라는 은둔형외톨이를 지원하는 사회적기업에 입소를 하려고도 했었지만 가족들의 반대로 좌절됐던 경험도 있고요.

내가 경제력이 없어서 가족들한테 무시 당하는 건가 싶어서 인터넷 방송 같은 걸로 돈을 벌려고 했던 적도 있고요. 물론 이건 구체적인 계획이나 욕심 없이 막연하게 했던 거라 오래 버티지는 못했어요.

그리고 아르바이트를 여러 번 시도해봤는데 일 경험이나 일머리 같은 게 부족하니까 잘 되지 않았고, 결론적으로 아르바이트가 오래 이어지지 않아 은둔에서 탈출하지 못했죠.





은둔과 외로움 





그렇군요. 은둔을 하는 동안 주로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냈나요?

핸드폰을 많이 했죠. 인터넷이나 유튜브 같은 데에 시간을 많이 썼어요. 은둔 당시, 자취를 했을 때의 제 생활 패턴은 식사를 하러 나갈 때 빼고 전부 핸드폰을 하는 시간이었어요.




그렇다면 말씀하신 것처럼 식사를 위해 나간다던지 하는 식으로 은둔 기간 동안 외출을 한 적이 있나요?

평소에는 잘 안 하는데, 머리가 어지럽다든가 하는 몸의 이상 신호가 오면 몸 관리를 해야겠다 하면서 하루 이틀 정도 산책을 나가요. 그런데 그것도 중간에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많았죠.




은둔할 때 외로움이 문득 치밀 때가 있지 않았나요? 그럴 때 수관 씨는 어떻게 반응하셨는지 궁금해요.

아직까지도 외로울 때가 가끔 찾아오는데, 그럴 때는 그냥 속으로 삭히는 경우가 많으니까 사실 그런 부분은 아직까지도 어려운 것 같아요.

사실 지금 제 상태로는 제가 은둔에서 탈출한 게 맞나 싶기도 하고요.




탈출한 게 맞나 싶다고 생각하시는 데에 이유가 있을까요?

결국 제가 혼자인 상황에서, 외로움 같은 것에 대해 무뎌져야 되는데 잘 안 되잖아요. 그런 것들 때문인 것 같아요.




지금도 그렇게 외로움이 문득 치미실 때가 있나요?

그렇죠. 최근에 몸이 안 좋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되게 힘들더라고요.

아픈데 나는 지금 혼자인 데다가 나를 신경 써줄 사람도 없고... 이런 것들이요.




힘드셨겠어요. 지금은 몸은 좀 괜찮으신 건가요?

치료 받고 있는 중이에요.




건강하셨으면 좋겠어요.

네. 감사합니다.




수관 씨도 혹시 힘이 들 때 극복하려고 애를 썼던 적이 있나요?

핸드폰을 보면서 관련 정보들을 많이 찾았던 것 같아요.

제가 집을 나온 다음에 부모님이 사시는 원룸에 잠깐 같이 산 적이 있었거든요. 그때 부모님 두 분 다 주무실 때 저는 잠을 잘 안 자고 늦게까지 깨어 있었는데, 그때 불 꺼진 방 안에서 핸드폰을 보면서 은둔형외톨이에 대해 정보를 찾거나 그랬던 경험이 많아요.





나는 나, 가족은 가족 





그렇구나. 은둔 당시 가족들과의 사이는 어땠나요?

사전 인터뷰 때 제가 (가족에 대해) 원망을 안 한다고 말씀드렸잖아요. 근데 솔직하게 말하면 은둔 당시에는 꿈속에서 아버지랑 주먹다짐까지 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심한 경우에는 잠꼬대로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그랬거든요.

작년 3, 4월쯤에는 부모님이 너무 원망스러워서 정말 화가 났었거든요. 당시에는 진심으로 분노가 치밀고 그랬는데 지금은 그나마 나아졌죠.

지금도 부모님과 같이 지내라고 하면 못 지낼 것 같긴 한데, 그래도 많이 나아졌어요.




수관 씨가 가정이 해체된 뒤 마음이 힘들고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았을 때 쓴 유서 중 일부분. 현실의 벽 앞에 좌절한 그의 마음이 절절하게 느껴지는 듯하다.




지금은 원망을 안 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 있는 걸로 받아들여도 될까요?

원망을 안 하려고 노력한다기보다는, 저에게는 미래가 있잖아요. 그런 과거의 트라우마 때문에 제가 앞으로 나가지 못한다는 게 싫더라고요.

제가 상담을 받으면서 '가족은 가족이고 나는 나다.'라는 말을 굉장히 많이 들었거든요. 그러니까 지나간 건 어쩔 수 없다, 이렇게 생각하려고 하는 거죠.

그리고 저는 어차피 부모님한테 의지를 해야 되는 상황이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타협을 하는 것도 맞아요.




지금은 따로 나와 살고 계신 걸로 아는데, 가족과 분리된 지금 다른 가족들과의 관계는 어떤가요? 예전 같나요, 아니면 뭔가 변한 점이 있을까요.

딱히 변한 점이라든가 그런 건 없어요.

다시 문제가 터지면 똑같은 상황이 반복될 거라고 저는 생각해요. 그리고 제가 부모님에 대해 갖고 있는 감정이라든지 그런 것도 아직까지는 똑같다고 생각하고요.

그냥 맞춰주는 거죠. 어떻게든 화를 안 내려고 하고, 좋게 좋게 가려는 그런 거요.




(2편에 이어서)



interviewer_하나 | 방 밖으로 나온 지 몇 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다시 은둔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

중학교를 중퇴하고 그대로 11년간 은둔했습니다. 우울증과 대인기피를 치료하기 위해 입원한 병원에서 1년 동안 두 번의 검정고시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우연한 기회로 K2인터내셔널코리아에서 운영한 '은둔고수' 1기와 2기를 수료했습니다. 은둔형외톨이 지원 영역에 발을 담그기 시작해 현재는 저술 활동과 더불어 관련 연구나 언론매체 인터뷰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hanahana122123@gmail.com)


* 은둔청년 릴레이 인터뷰는 매주 금요일에 업로드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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