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청년 문제는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김밐의 이야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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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나에게 도움이 주어졌다면, 도움을 줄 수 있는 것들을 알았다면 은둔을 막을 수 있었을 텐데.
그동안 고생 너무 많으셨습니다. 솔직히 누구나 한 번쯤 이런 상황에 놓이면 탈출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수 있잖아요. 혹시 탈출하고 싶지는 않으세요?
많이 했죠. 지금도 하고 있어요. 실제로 지금 계획 중인 것도 있어요. 물론 예전만큼 절실하게 당장 내가 나가 살겠다는 것까지는 아니지만, 독립은 결국 인간의 인생에서 필요한 과정 중에 하나라고 보거든요.
예전에는 사실 제가 부모님께 굉장히 의존적인 상태였기 때문에 가출할 거야, 하고 나서 뛰쳐나간 적은 있지만 거기까지 였어요. 그냥 동네 정자에서 앉아 있는 정도였는데 지금은 그래도 제가 돈도 벌고 있고, 예전에 기숙사 생활도 해보긴 했었거든요.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자취 생활을 소소하게 계획 중에 있습니다.
그렇군요. 그런 대학생들이나 청년들을 돕기 위해서 나름의 구제 방안들이 있기는 한 걸로 알고 있어요. LH전세 임대라든지 매입 임대라든지, 아니면 가정폭력 쉼터라든지. 이런 제도들을 그때는 알지 못하셨던 거죠.
뭐, 그렇죠.
그거 알려주는 사람도 없었을 거고.
알려주는 사람도 없었고, 그 당시에 제가 굉장한 의존 성향을 보이고 있었고, 그리고 무기력증이 심하다보니까 스스로 뭔가를 검색하고 생각하고 계획하는 게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어요. 그것을 극복 중에 있지만 그런 걸 떠올릴 여유조차 없었던 것 같아요.
맞아요. 다들 탈출하고 싶다고 하셔도 못 하시는 분들이 대부분이시거든요. 그런 사각지대에 놓이신 분들이 되게 많아요. 그런 제도들을 누구나 쉽게 알 수 있었다면 은둔 극복을 더 빨리했거나 아니면 애초에 은둔으로 안 갔을 것 같은데 너무 안타깝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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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와 정신, 뗼레야 뗄 수 없는 관계.
한쪽이 무너지면 다른 한 쪽도 같이 무너져 개미지옥의 무한굴레에 빠지다.
은둔 하시면서 어떤 게 제일 힘드셨어요?
아무래도 복합적이죠. 은둔을 하면 심리적으로 당연히 안 좋은 상태인 건 맞지만 그 심리적 안 좋은 상태를 더 안 좋게 만드는 게 신체적인 문제라고 생각을 해요.
신체화 증상 말씀하시는 건가요?
신체화 증상도 있고, 보통 사람들이 우울과 불안을 잘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거든요. 그것과 비슷하게 신체적 증상과 본인의 정서적 이상을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요. 예를 들어서 내가 심장이 벌렁벌렁 뛰는 게 느껴지면 불안하거든요. 뭔가 나한테 신체적 이상이 생겨서 심장이 벌렁거리는 걸 내가 불안하다고 느끼는 건지, 아니면 내가 지금 공황이 터져서 심장이 벌렁거리는 건지를 구분을 잘 어려워요. 사실
맞아요. 그런 정신적인 부분은 재단하기 어렵죠.
그런 면에서 사실 심리적 이상과 신체적 이상은 굉장히 밀접하다고 생각해요. 옛날에는, 조금이라도 더 어릴 때는 술도 이제 막 마시고 건강하지 못한 삶을 살고 밤새도 별 문제는 없었어요. 피곤하긴 했지만. 원래는 탄산음료 같은 것도 거의 물처럼 마시고 이러고 있었는데 어느새 시간이 좀 지나다 보니까 그런 것들이 굉장히 불편해지더라고요, 몸이.
그때부터 정말 이러다 죽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그런 느낌이 확 와요. 그렇게 되면 내 생활 환경이라든가 제약이 너무 커지다 보니까 생활 반경이 굉장히 좁아져요. 방 안에서도 할 수 있는 활동이 점점 줄어들고 활동할 수 있는 시간도 굉장히 적어지고, 몸이 아프기 시작하면 굉장히 많은 시간을 또 무기력하게 누워서 보낸다거나 멍때리는 걸로 보낼 수밖에 없거든요.
그전에 하던 게임같은 것도 피곤해져서 많이 못하게 되고, 그렇게 되다 보면 그나마 유지한 일상생활도 어려워지고, 그게 심리적으로 타격이 바로 와요. 나중에는 내가 이상해서 지금 몸이 안 좋은 건지, 몸이 아파서 내가 이상한 건지 구분도 안되요. 그래서 내게 이상이 뭔지 내 상태가 어떤 건지도 흐릿해지는 게 큰 문제라고 보고요. 그리고 덩달아서 이런 상태가 지속이 되면 그나마 가족이 ‘쟤는 좀 그래. 좀 우울한 상태니까 좀 봐줘야지.’라고 생각하던 것도 돌아서요. 전문 간병인도 힘들어하는데 정서적으로 안 좋은 데다 몸까지 안 좋아서 가족들이 그것까지 케어해줘야 되면 정말 힘든 상황이란 말이에요. 그리고 대부분의 많은 분들이 가족 때문에 상처를 받아서 틀어박힌 경우가 많을 텐데 그 가족한테 의존을 해야 되니까 이게 악순환이 계속 돌고 도는 거죠.
완전 개미지옥의 무한굴레에 빠지는 거네요.
네. 그러다 보니까 그 상태가 되면 사실상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집 안에서 누워서 있다가 나와서 뭔가 중독에 빠져서 허우적거리고 집 안 잡기 부수고 다니는 정신 이상자의 모습으로 점점 변모하는 거예요. 내가 제정신을 못 차리고 스스로를 감당하지 못하고 가족도 가정도 붕괴하는 거죠. 그 당시에는 굉장히 힘들었어요. 누구한테 도움을 청할 수도 없고.
네, 그때는 이런 인식조차 없던 때였잖아요.
맞아요. 가장 많은 문제가 내가 어떤 심리 상태인지, 내가 어떤 상태에 놓여 있는지, 어떻게 해결해 나갈 수 있는지, 그걸 아예 모르는 거라고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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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둔이 남겨준 마지막 장점
그러면 은둔을 하시면서 그나마 마지막 장점 같은 거는 없었을까요.
일단 제가 생각하기로는 그 시간을 보냈을 때 가장 큰 약점이 더 장점이 될 수도 있거든요. 누군가가 보기에는 아무것도 안 하는 사회에서 박탈되고 도피의 자기 합리화의 오랜 시간이라고 볼 수도 있고, 그리고 실질적으로 그 시간이 고통스럽기도 하고요.
잘못하면 안 좋은 길로 빠지기 쉽긴 한데, 일단은 당장 사회의 자극에서 버티기 힘들어진 나를 어느 정도 문제가 되는 상황과 멀리 떨어뜨린 후 그 안에서 스스로 케어하고 객관적으로 자기반성이나 위안의 시간을 가지면서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러면서 나에게 부족한 것이 무엇이었는지, 혹은 이제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더 나아가면 내가 앞으로 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볼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집안의 눈치처럼 현실적인 제약들도 있겠지만 그런 것들이 보장이 된다면, 그래도 그 좁은 방 안에서 내 스스로 선택할 수 있어요. 요즘 세상이 이제 굉장히 디지털 사회잖아요. 유튜브도 원하는 거 있으면 바로 구글도 검색해 볼 수 있고. 그러다 보니까 책 같은 경우도 웹소설처럼 데이터 형태로 많이 나오고 있고요. 그런 것들을 봤을 때 사실 집 안에서 배울 수 있는 게 생각보다 굉장히 많아졌거든요. 내가 표현할 수 있는 창구도 많아졌기 때문에 사실상 그 방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이 굉장히 무궁무진해요. 운동 같은 경우도 굳이 헬스장을 안 가더라도 유튜브에서 홈트 영상을 보면서 혼자서 방 안에서 달릴 수도 있고, 그래서 그런 것들이 공부하기도 편하고 심지어는 돈을 벌 수 있는 환경도 되더라고요.
좀 위험할 수도 있긴 하지만, 온라인에서 소통하는 게 그나마 사회와의 연결 끈을 놓지 않을 수도 있다고 봐요. 물론 온라인의 소통에는 굉장히 한계가 있고, 건강하지 못한 부분도 저는 알고 있고, 피해를 보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기도 했어요. 하지만 잘 쓰면 사회와의 감각을 잃지 않게 해줄 수도 있고, 내 방향성을 제고 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거죠. 그게 오래되면 될수록 실질적으로 사용해야 되는 순간이 더 빠르게 다가오긴 하겠지만, 잘만 사용한다면 굉장히 자기에게 유익한 시간으로 돌릴 수도 있다고 생각을 해요.
네, 그저 이제 그냥 방 안에만 틀어박혀 있고 무기력한 시간이 아니라 자신을 돌아보고, 재도약을 준비하기 위한 시간으로 쓸 수도 있다. 이 말씀인 거죠.
실질적으로 그게 지금 돌아가고 있는 게 은둔 고수라는 제도라고 봐요. 지금 굉장히 실험적인 제도로 보고 있는데 잘만 사용하면 그분들이 직접 활동하지는 않으시더라도 자기가 쌓아온 장점을 발견하고, 그것들을 본인 삶에서 이용할 수 있는 영역들을 찾아갈 수 있다고 보거든요. 그래서 되게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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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둔고수 프로그램이란?
신기합니다. 은둔 고수는 어떻게 알게 되신 거예요?
일단 맨 처음에 발견했던 게 안 무서운 회사 대표님의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알게 되었어요. 사실 이 활동들의 모체에는 K2라는 회사가 있다고 들었거든요. 지금은 이제 한국 지사가 코로나와 재정적인 상황 때문에 잠시 후퇴했다고 알고 있어요. 거기서 밀고 있던 활동 포맷이 은둔고수라고 알고 있는데 그 전신을 이어받아서 계속 활동해 주고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활동들을 보면서 많이 자극받았죠. 실제로 이제 아까 말씀드린 유승규 님이라든가 하나님 그분도 이제 은든고수 출신이신데 굉장히 많은 영감을 얻었고 뭐라고 해야 될까요. 마음의 빚이 있어요.
은둔고수 3기 모집 공고문. 안무서운회사에서 은둔고수 양성 프로그램을 3년째 운영 중이다.
완전 돌파구가 된 계기였겠네요.
그거 말고도 여러 가지 다른 계기가 있었지만, 터닝포인트 중의 하나였다고는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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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잠시나마 겪었던 치료의 긍정적 경험이 남아
사전 질문에서 은둔을 시작했을 때 뭐부터 하셨냐고 했던 질문에 정신과를 가셨다고 했는데 의외여서 놀랐어요.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정신적으로 힘드신 분들은 병이 있다고 인정을 안 하세요. 가더라도 정신과에 대한 낙인, 비용적인 측면도 있어 곧 발걸음을 돌리시죠. 그런데 병원부터 가셨다고 하는데 어떻게 가게 되셨는지가 궁금합니다. 병원부터 가셨다는 것부터 대단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보통 은둔했다 하면 아무것도 안 하고 그냥 방안에 숨어있다고 생각하잖아요.
저도 물론 병원을 가기 전에는 당연히 그런 시기를 단기간 거쳤었고, 굉장히 혼란스러운 상황을 지나갔었는데요. 한 중학생 시절에 공식적인 정신과 치료는 아니었지만, 오은영 선생님 센터가 주거지 가까운 데 있어서 거기서 치료를 받은 적이 있었거든요. 약물치료, 또래 간 집단 상담을 거치면서. 물론 선생님이 바쁘셔서 거기 다니면서 딱 한 번밖에 못 뵈긴 했는데 제가 접했던 첫 번째 치료기는 해요. 그때 당시에는 이제 부모님이 이해도도 굉장히 떨어지셨고 치료 효과도 크게 못 보는 것 같고 금전적인 문제 때문에 그만뒀었거든요. 그래서 거부감이 크게 없었던 것 같지만 내가 정신과 치료를 정신과를 받아야된다는 생각은 크게 못 했죠. 아무래도 그런 센터랑 정신과는 좀 다른 느낌이니까.
오은영 박사님. 양육의 중요성. 부모교육의 중요성을 국민들에게 인식 시켜준 분 중 하나.
저희 동네에도 굉장히 유명한 정신병원이 하나 있어요. 하지만 정신병원 인식이 저도 부모님도 그렇고 굉장히 안 좋았거든요. 아무래도 좀 많이 어려우신 분들이 가는 곳이다 보니까. 그런데 제가 방황하고 있을 때 누나가 먼저 권유를 해줬어요.
누나 본인도 힘든 상황인데 자기도 항상 방문하기를 망설이고 있었다. 그런데 내가 힘들다는 연락을 받고 한번 같이 가보고 싶은 용기가 생겼다며 권유를 했어요. 그래서 같이 내원을 시작했습니다. 물론 부모님의 반대도 굉장히 심했죠.
사실 치료를 받으면서도 늘 그런 연속이었던 것 같아요. 정신과를 다니는 제가 부끄럽다든지 아픈 게 아닌데 자꾸 의식의 문제인 것 같은데 자꾸 병이라고 한다던지, 이런 말도 많이 말씀하셨어요.
치료 과정에서 좀 병적으로 제 병세를 좀 과시하는 경향도 컸어요. 다른 사람들에게 나 이만큼 힘들다, 나 이런 병 앓고 있다. 이런 식으로 힘들게 했거든요. 합리화도 많이 했던 것 같은데 그것도 병증의 하나였고 약물 치료를 병행하면서 스스로 어느 정도 컨트롤하려 노력했어요.
그런데 약물은 호르몬의 교정일 뿐이잖아요. (그렇죠) 근본적으로 치료가 되려면 상황이나 본인의 생각들을 교정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서 스마트폰 터치가 왜 이렇게 잘 안 되지 하면서 그냥 불편감을 느낄 때가 있잖아요. 생각이 계속 꼬리에 꼬리를 물고 가다 보면 이런 생각까지 가는 거예요. 이 핸드폰이 혹시라도 나에게 맞지 않게 만들어진 건가? 그렇다면 이 문제는 공정의 문제인가? 혹은 이 사회가 이 핸드폰을 나에게 맞지 않게 만드는 불평등의 문제인가? 이런 식으로 계속 논의가 엇나가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까 굉장히 자극적이거나 감당할 수 없는 가치관에 빠지기도 했고, 그 과정에서 얻은 것도 있지만 위험했던 상황이었어요. 지금은 그것을 전문적인 정신과 치료 과정을 병행하면서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고, 긍정적인 경험을 많이 얻은 게 큽니다.
어릴 때 경험이 크군요.
그렇게 운 좋게 좀 극복을 할 수 있는 발판들이 마련되어 있던 것 같아요. 정신과 치료는 진짜 중요합니다.
맞습니다. 그럼 치료는 대략 몇 년 정도 하신 거예요?
병원도 많이 옮겨 다녔고 부가적인 상담 같은 것도 많이 옮겨 다니기도 했고 끊었다, 말았다 이런 경우도 있었는데 기간으로 따지면 아까 처음에 말씀드렸던 8 ~ 9년 정도 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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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둔하게 만든 이유를 사회적인 측면에서 찾을 수 있을까?
실례되는 질문인데 최근에 가장 마음이 힘들었던 순간이 있었을까요. 이거는 하고 싶지 않으면 빼도 돼요.
괜찮습니다. 이것도 지금 제 상황을 설명하기에 굉장히 중요한 질문이라고 보기 때문에. 은둔을 극복해 나가는 게 굉장히 쉽지 않았거든요. 말씀드렸듯이 어느 부모님이나 마찬가지일 것 같아요. 네 사실 이게 은둔하시는 분들은 이런 폐해를 많이 가장 많이 겪으신 분이라 그러는데 모든 부모의 양육방식이 완전할 수가 없어요. 당연히 그리고 어떤 좋은 양식 방식을 가져다 놔도 아쉬운 게 있을 수밖에 없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의 양육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여기는 이유가 한 사람의 인격이 형성돼가면서 그 사람의 온전한 경험들이 쌓이고 쌓여서 습관이 되고, 그것이 성격이 되고 이제 한 성인으로 자라났을 때 그것이 그 사람의 개성과 특성 으로 불릴 수 있는 것으로 변모를 하잖아요. 그런데 그 중요성만큼 가치 평가를 받고 있지 않다고 생각해요. 사회적으로도 그렇지만, 우리나라 특유의 그런 게 있잖아요.
그래도 부모다?(한숨)
네. ‘그래도 부모인데’, ‘모든 부모는 위대하다.’ 물론 좋은 말이에요.
우리나라는 양육자의 중요성, 양육의 중요성을 그렇게 설파하면서도 정작 그 양육의 폐해라든가 과학적 진단에 대해서는 경시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런 문제가 생기면 개인의 일이니까, 그냥 가정 내의 일이라고 치부하는 경우도 많잖아요.
어쨌든, 당신 부모님들의 양육 방식이 잘못됐고 당신들이 인생이 잘못됐기 때문에 우리가 이렇게 삐뚤어졌다며 탓을 하기 위한 건 아니에요. 부모 본인도 살아왔던 환경이 굉장히 척박하고 양육을 올바르게 받지 못했던 경험들이 있기때문에 그걸 대물림하는 거예요. 다만 이제 그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거죠. 왜냐. 자식은 부모 인생의 종착지잖아요. 그런데 이제 자신의 마지막 인생의 목표가 내가 망쳐놨다고 하는 것은 사실상 인생 전체를 부정당한 거라고 봐요. 본인도 어렸을 때 케어를 받지 못했는데 본인이 그나마 이룩하고자 했던 것마저 목표마저 망쳤다. 그걸 인정하는 건 사실 개인에게 너무 폭력적인 거죠. 물론 모든 부모님을 이해하고 보듬어주고 우리가 용서하자는 말은 아니에요. 그건 개인의 몫이고 하지만 어느 정도 이거를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거시적으로 보자면 그렇다는 거죠?
과학적으로 진단을 하고 넘어가야 우리가 이 부분을 해결할 수 있다는 거예요. 원인을 정확히 알아야 그 문제 해결 방법을 떠올릴 수 있잖아요. 그래서 사실 이거는 당사자만 치료하는 문제가 아니라 가족 다 같이 전반적으로 가족분들의 상처도 같이 들여다보면서 풀어나가야 할 숙제라고 생각해요.
맞아요. 그 부분 굉장히 참 동의합니다. 최근에 마음이 가장 힘들었던 질문으로 돌아가자면 어떻게 될까요?
일렁였던 순간 그걸로 돌아가 볼게요. 그래서 어쨌든 그런 것들을 제가 이제 처음에는 부모님이 굉장히 원망스럽고 항상 사회에 대한 원망이 가득했어요.
그래도 지금 같은 경우는 어느 정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어요. 그러기 위해 연습과 관찰을 많이 했거든요. 부모님이 굉장히 원망스러운 건 사실이지만 계속 원망만 품고 살기에는 제 감정이 남아나지도 않고, 그 상태로 오래 살아오셨던 부모님을 바꿀 수는 없어요. 그게 쉽게 가능했다면 정말...
애초에 은둔을 안 하셨겠죠.
부모는 어릴 때부터 내 삶에 내 생명의 주도권을 쥔 사람이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그 사람들에게 많이 휘둘릴 수밖에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상처를 많이 받는 거고, 그래서 부모님이라는 절대자가 나한테 약간 상처를 준다는 느낌보다는 ‘저분들은 과거에 어떤 상처를 받았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컴퓨터처럼 입력된 대로 나오는 것뿐이다.’라고 건조하게 바라보기 시작하면 내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나와요. 답이랑 패턴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어요.
심정적으로 완벽하게 분리하는 건 당연히 어렵죠. 하지만 대처 방안을 생각하면서 이리저리 하다 보면 그것도 어느 정도 대처법이 생기고 익숙해져요. 그리고 스트레스 원인을 없애지 못하면 그걸 해소해야 되거든요. 물론 무조건 그걸 참고 살면 언젠가 또 다른 큰 병이 생길 수 있는데, 최대한 그 스트레스를 건전하게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본인이 찾다 보면 그 대안을 생각할 시간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해요. 충분히 그 과정에서 본인도 성장할 수 있는 거고 취미적으로나 감정적으로나. 혹시 제가 너무 편협하게 말했을까요?
괜찮습니다. 원래 본인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야 하니까 충분히 말씀하실 수 있는 거고, 이제 그것도 하나의 해결 방안 중 하나로 떠오를 수도 있는 거죠.
제가 대단한 사람이 되는 건 아니지만, 저와 비슷한 분들이 있다면 참고하시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어요. 물론 모든 케이스가 다 똑같은 건 아니라는 말도 코멘트를 달고 싶네요.
(3편에 이어서)
interviewer_뚝깨비 / 뚝배기 깨는 도깨비, 탈출의 정령
은둔수저를 물었지만, 세상을 움직이는 리더가 되고 싶은 뚝깨비입니다. 고립에서 벗어나 여러 도전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탈출의 전략이 필요하신 분은 연락 주시면 도움 드리겠습니다. ttukkabi@naver.com
* 은둔 청년에게 물어보고 싶은 질문이 있으면 보내주세요. (dudug@theseeds.asia)
은둔청년 문제는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김밐의 이야기(2)
/
만약 나에게 도움이 주어졌다면, 도움을 줄 수 있는 것들을 알았다면 은둔을 막을 수 있었을 텐데.
그동안 고생 너무 많으셨습니다. 솔직히 누구나 한 번쯤 이런 상황에 놓이면 탈출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수 있잖아요. 혹시 탈출하고 싶지는 않으세요?
많이 했죠. 지금도 하고 있어요. 실제로 지금 계획 중인 것도 있어요. 물론 예전만큼 절실하게 당장 내가 나가 살겠다는 것까지는 아니지만, 독립은 결국 인간의 인생에서 필요한 과정 중에 하나라고 보거든요.
예전에는 사실 제가 부모님께 굉장히 의존적인 상태였기 때문에 가출할 거야, 하고 나서 뛰쳐나간 적은 있지만 거기까지 였어요. 그냥 동네 정자에서 앉아 있는 정도였는데 지금은 그래도 제가 돈도 벌고 있고, 예전에 기숙사 생활도 해보긴 했었거든요.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자취 생활을 소소하게 계획 중에 있습니다.
그렇군요. 그런 대학생들이나 청년들을 돕기 위해서 나름의 구제 방안들이 있기는 한 걸로 알고 있어요. LH전세 임대라든지 매입 임대라든지, 아니면 가정폭력 쉼터라든지. 이런 제도들을 그때는 알지 못하셨던 거죠.
뭐, 그렇죠.
그거 알려주는 사람도 없었을 거고.
알려주는 사람도 없었고, 그 당시에 제가 굉장한 의존 성향을 보이고 있었고, 그리고 무기력증이 심하다보니까 스스로 뭔가를 검색하고 생각하고 계획하는 게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어요. 그것을 극복 중에 있지만 그런 걸 떠올릴 여유조차 없었던 것 같아요.
맞아요. 다들 탈출하고 싶다고 하셔도 못 하시는 분들이 대부분이시거든요. 그런 사각지대에 놓이신 분들이 되게 많아요. 그런 제도들을 누구나 쉽게 알 수 있었다면 은둔 극복을 더 빨리했거나 아니면 애초에 은둔으로 안 갔을 것 같은데 너무 안타깝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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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와 정신, 뗼레야 뗄 수 없는 관계.
한쪽이 무너지면 다른 한 쪽도 같이 무너져 개미지옥의 무한굴레에 빠지다.
은둔 하시면서 어떤 게 제일 힘드셨어요?
아무래도 복합적이죠. 은둔을 하면 심리적으로 당연히 안 좋은 상태인 건 맞지만 그 심리적 안 좋은 상태를 더 안 좋게 만드는 게 신체적인 문제라고 생각을 해요.
신체화 증상 말씀하시는 건가요?
신체화 증상도 있고, 보통 사람들이 우울과 불안을 잘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거든요. 그것과 비슷하게 신체적 증상과 본인의 정서적 이상을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요. 예를 들어서 내가 심장이 벌렁벌렁 뛰는 게 느껴지면 불안하거든요. 뭔가 나한테 신체적 이상이 생겨서 심장이 벌렁거리는 걸 내가 불안하다고 느끼는 건지, 아니면 내가 지금 공황이 터져서 심장이 벌렁거리는 건지를 구분을 잘 어려워요. 사실
맞아요. 그런 정신적인 부분은 재단하기 어렵죠.
그런 면에서 사실 심리적 이상과 신체적 이상은 굉장히 밀접하다고 생각해요. 옛날에는, 조금이라도 더 어릴 때는 술도 이제 막 마시고 건강하지 못한 삶을 살고 밤새도 별 문제는 없었어요. 피곤하긴 했지만. 원래는 탄산음료 같은 것도 거의 물처럼 마시고 이러고 있었는데 어느새 시간이 좀 지나다 보니까 그런 것들이 굉장히 불편해지더라고요, 몸이.
그때부터 정말 이러다 죽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그런 느낌이 확 와요. 그렇게 되면 내 생활 환경이라든가 제약이 너무 커지다 보니까 생활 반경이 굉장히 좁아져요. 방 안에서도 할 수 있는 활동이 점점 줄어들고 활동할 수 있는 시간도 굉장히 적어지고, 몸이 아프기 시작하면 굉장히 많은 시간을 또 무기력하게 누워서 보낸다거나 멍때리는 걸로 보낼 수밖에 없거든요.
그전에 하던 게임같은 것도 피곤해져서 많이 못하게 되고, 그렇게 되다 보면 그나마 유지한 일상생활도 어려워지고, 그게 심리적으로 타격이 바로 와요. 나중에는 내가 이상해서 지금 몸이 안 좋은 건지, 몸이 아파서 내가 이상한 건지 구분도 안되요. 그래서 내게 이상이 뭔지 내 상태가 어떤 건지도 흐릿해지는 게 큰 문제라고 보고요. 그리고 덩달아서 이런 상태가 지속이 되면 그나마 가족이 ‘쟤는 좀 그래. 좀 우울한 상태니까 좀 봐줘야지.’라고 생각하던 것도 돌아서요. 전문 간병인도 힘들어하는데 정서적으로 안 좋은 데다 몸까지 안 좋아서 가족들이 그것까지 케어해줘야 되면 정말 힘든 상황이란 말이에요. 그리고 대부분의 많은 분들이 가족 때문에 상처를 받아서 틀어박힌 경우가 많을 텐데 그 가족한테 의존을 해야 되니까 이게 악순환이 계속 돌고 도는 거죠.
완전 개미지옥의 무한굴레에 빠지는 거네요.
네. 그러다 보니까 그 상태가 되면 사실상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집 안에서 누워서 있다가 나와서 뭔가 중독에 빠져서 허우적거리고 집 안 잡기 부수고 다니는 정신 이상자의 모습으로 점점 변모하는 거예요. 내가 제정신을 못 차리고 스스로를 감당하지 못하고 가족도 가정도 붕괴하는 거죠. 그 당시에는 굉장히 힘들었어요. 누구한테 도움을 청할 수도 없고.
네, 그때는 이런 인식조차 없던 때였잖아요.
맞아요. 가장 많은 문제가 내가 어떤 심리 상태인지, 내가 어떤 상태에 놓여 있는지, 어떻게 해결해 나갈 수 있는지, 그걸 아예 모르는 거라고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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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둔이 남겨준 마지막 장점
그러면 은둔을 하시면서 그나마 마지막 장점 같은 거는 없었을까요.
일단 제가 생각하기로는 그 시간을 보냈을 때 가장 큰 약점이 더 장점이 될 수도 있거든요. 누군가가 보기에는 아무것도 안 하는 사회에서 박탈되고 도피의 자기 합리화의 오랜 시간이라고 볼 수도 있고, 그리고 실질적으로 그 시간이 고통스럽기도 하고요.
잘못하면 안 좋은 길로 빠지기 쉽긴 한데, 일단은 당장 사회의 자극에서 버티기 힘들어진 나를 어느 정도 문제가 되는 상황과 멀리 떨어뜨린 후 그 안에서 스스로 케어하고 객관적으로 자기반성이나 위안의 시간을 가지면서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러면서 나에게 부족한 것이 무엇이었는지, 혹은 이제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더 나아가면 내가 앞으로 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볼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집안의 눈치처럼 현실적인 제약들도 있겠지만 그런 것들이 보장이 된다면, 그래도 그 좁은 방 안에서 내 스스로 선택할 수 있어요. 요즘 세상이 이제 굉장히 디지털 사회잖아요. 유튜브도 원하는 거 있으면 바로 구글도 검색해 볼 수 있고. 그러다 보니까 책 같은 경우도 웹소설처럼 데이터 형태로 많이 나오고 있고요. 그런 것들을 봤을 때 사실 집 안에서 배울 수 있는 게 생각보다 굉장히 많아졌거든요. 내가 표현할 수 있는 창구도 많아졌기 때문에 사실상 그 방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이 굉장히 무궁무진해요. 운동 같은 경우도 굳이 헬스장을 안 가더라도 유튜브에서 홈트 영상을 보면서 혼자서 방 안에서 달릴 수도 있고, 그래서 그런 것들이 공부하기도 편하고 심지어는 돈을 벌 수 있는 환경도 되더라고요.
좀 위험할 수도 있긴 하지만, 온라인에서 소통하는 게 그나마 사회와의 연결 끈을 놓지 않을 수도 있다고 봐요. 물론 온라인의 소통에는 굉장히 한계가 있고, 건강하지 못한 부분도 저는 알고 있고, 피해를 보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기도 했어요. 하지만 잘 쓰면 사회와의 감각을 잃지 않게 해줄 수도 있고, 내 방향성을 제고 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거죠. 그게 오래되면 될수록 실질적으로 사용해야 되는 순간이 더 빠르게 다가오긴 하겠지만, 잘만 사용한다면 굉장히 자기에게 유익한 시간으로 돌릴 수도 있다고 생각을 해요.
네, 그저 이제 그냥 방 안에만 틀어박혀 있고 무기력한 시간이 아니라 자신을 돌아보고, 재도약을 준비하기 위한 시간으로 쓸 수도 있다. 이 말씀인 거죠.
실질적으로 그게 지금 돌아가고 있는 게 은둔 고수라는 제도라고 봐요. 지금 굉장히 실험적인 제도로 보고 있는데 잘만 사용하면 그분들이 직접 활동하지는 않으시더라도 자기가 쌓아온 장점을 발견하고, 그것들을 본인 삶에서 이용할 수 있는 영역들을 찾아갈 수 있다고 보거든요. 그래서 되게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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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둔고수 프로그램이란?
신기합니다. 은둔 고수는 어떻게 알게 되신 거예요?
일단 맨 처음에 발견했던 게 안 무서운 회사 대표님의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알게 되었어요. 사실 이 활동들의 모체에는 K2라는 회사가 있다고 들었거든요. 지금은 이제 한국 지사가 코로나와 재정적인 상황 때문에 잠시 후퇴했다고 알고 있어요. 거기서 밀고 있던 활동 포맷이 은둔고수라고 알고 있는데 그 전신을 이어받아서 계속 활동해 주고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활동들을 보면서 많이 자극받았죠. 실제로 이제 아까 말씀드린 유승규 님이라든가 하나님 그분도 이제 은든고수 출신이신데 굉장히 많은 영감을 얻었고 뭐라고 해야 될까요. 마음의 빚이 있어요.
은둔고수 3기 모집 공고문. 안무서운회사에서 은둔고수 양성 프로그램을 3년째 운영 중이다.
완전 돌파구가 된 계기였겠네요.
그거 말고도 여러 가지 다른 계기가 있었지만, 터닝포인트 중의 하나였다고는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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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잠시나마 겪었던 치료의 긍정적 경험이 남아
사전 질문에서 은둔을 시작했을 때 뭐부터 하셨냐고 했던 질문에 정신과를 가셨다고 했는데 의외여서 놀랐어요.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정신적으로 힘드신 분들은 병이 있다고 인정을 안 하세요. 가더라도 정신과에 대한 낙인, 비용적인 측면도 있어 곧 발걸음을 돌리시죠. 그런데 병원부터 가셨다고 하는데 어떻게 가게 되셨는지가 궁금합니다. 병원부터 가셨다는 것부터 대단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보통 은둔했다 하면 아무것도 안 하고 그냥 방안에 숨어있다고 생각하잖아요.
저도 물론 병원을 가기 전에는 당연히 그런 시기를 단기간 거쳤었고, 굉장히 혼란스러운 상황을 지나갔었는데요. 한 중학생 시절에 공식적인 정신과 치료는 아니었지만, 오은영 선생님 센터가 주거지 가까운 데 있어서 거기서 치료를 받은 적이 있었거든요. 약물치료, 또래 간 집단 상담을 거치면서. 물론 선생님이 바쁘셔서 거기 다니면서 딱 한 번밖에 못 뵈긴 했는데 제가 접했던 첫 번째 치료기는 해요. 그때 당시에는 이제 부모님이 이해도도 굉장히 떨어지셨고 치료 효과도 크게 못 보는 것 같고 금전적인 문제 때문에 그만뒀었거든요. 그래서 거부감이 크게 없었던 것 같지만 내가 정신과 치료를 정신과를 받아야된다는 생각은 크게 못 했죠. 아무래도 그런 센터랑 정신과는 좀 다른 느낌이니까.
오은영 박사님. 양육의 중요성. 부모교육의 중요성을 국민들에게 인식 시켜준 분 중 하나.
저희 동네에도 굉장히 유명한 정신병원이 하나 있어요. 하지만 정신병원 인식이 저도 부모님도 그렇고 굉장히 안 좋았거든요. 아무래도 좀 많이 어려우신 분들이 가는 곳이다 보니까. 그런데 제가 방황하고 있을 때 누나가 먼저 권유를 해줬어요.
누나 본인도 힘든 상황인데 자기도 항상 방문하기를 망설이고 있었다. 그런데 내가 힘들다는 연락을 받고 한번 같이 가보고 싶은 용기가 생겼다며 권유를 했어요. 그래서 같이 내원을 시작했습니다. 물론 부모님의 반대도 굉장히 심했죠.
사실 치료를 받으면서도 늘 그런 연속이었던 것 같아요. 정신과를 다니는 제가 부끄럽다든지 아픈 게 아닌데 자꾸 의식의 문제인 것 같은데 자꾸 병이라고 한다던지, 이런 말도 많이 말씀하셨어요.
치료 과정에서 좀 병적으로 제 병세를 좀 과시하는 경향도 컸어요. 다른 사람들에게 나 이만큼 힘들다, 나 이런 병 앓고 있다. 이런 식으로 힘들게 했거든요. 합리화도 많이 했던 것 같은데 그것도 병증의 하나였고 약물 치료를 병행하면서 스스로 어느 정도 컨트롤하려 노력했어요.
그런데 약물은 호르몬의 교정일 뿐이잖아요. (그렇죠) 근본적으로 치료가 되려면 상황이나 본인의 생각들을 교정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서 스마트폰 터치가 왜 이렇게 잘 안 되지 하면서 그냥 불편감을 느낄 때가 있잖아요. 생각이 계속 꼬리에 꼬리를 물고 가다 보면 이런 생각까지 가는 거예요. 이 핸드폰이 혹시라도 나에게 맞지 않게 만들어진 건가? 그렇다면 이 문제는 공정의 문제인가? 혹은 이 사회가 이 핸드폰을 나에게 맞지 않게 만드는 불평등의 문제인가? 이런 식으로 계속 논의가 엇나가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까 굉장히 자극적이거나 감당할 수 없는 가치관에 빠지기도 했고, 그 과정에서 얻은 것도 있지만 위험했던 상황이었어요. 지금은 그것을 전문적인 정신과 치료 과정을 병행하면서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고, 긍정적인 경험을 많이 얻은 게 큽니다.
어릴 때 경험이 크군요.
그렇게 운 좋게 좀 극복을 할 수 있는 발판들이 마련되어 있던 것 같아요. 정신과 치료는 진짜 중요합니다.
맞습니다. 그럼 치료는 대략 몇 년 정도 하신 거예요?
병원도 많이 옮겨 다녔고 부가적인 상담 같은 것도 많이 옮겨 다니기도 했고 끊었다, 말았다 이런 경우도 있었는데 기간으로 따지면 아까 처음에 말씀드렸던 8 ~ 9년 정도 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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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둔하게 만든 이유를 사회적인 측면에서 찾을 수 있을까?
실례되는 질문인데 최근에 가장 마음이 힘들었던 순간이 있었을까요. 이거는 하고 싶지 않으면 빼도 돼요.
괜찮습니다. 이것도 지금 제 상황을 설명하기에 굉장히 중요한 질문이라고 보기 때문에. 은둔을 극복해 나가는 게 굉장히 쉽지 않았거든요. 말씀드렸듯이 어느 부모님이나 마찬가지일 것 같아요. 네 사실 이게 은둔하시는 분들은 이런 폐해를 많이 가장 많이 겪으신 분이라 그러는데 모든 부모의 양육방식이 완전할 수가 없어요. 당연히 그리고 어떤 좋은 양식 방식을 가져다 놔도 아쉬운 게 있을 수밖에 없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의 양육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여기는 이유가 한 사람의 인격이 형성돼가면서 그 사람의 온전한 경험들이 쌓이고 쌓여서 습관이 되고, 그것이 성격이 되고 이제 한 성인으로 자라났을 때 그것이 그 사람의 개성과 특성 으로 불릴 수 있는 것으로 변모를 하잖아요. 그런데 그 중요성만큼 가치 평가를 받고 있지 않다고 생각해요. 사회적으로도 그렇지만, 우리나라 특유의 그런 게 있잖아요.
그래도 부모다?(한숨)
네. ‘그래도 부모인데’, ‘모든 부모는 위대하다.’ 물론 좋은 말이에요.
우리나라는 양육자의 중요성, 양육의 중요성을 그렇게 설파하면서도 정작 그 양육의 폐해라든가 과학적 진단에 대해서는 경시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런 문제가 생기면 개인의 일이니까, 그냥 가정 내의 일이라고 치부하는 경우도 많잖아요.
어쨌든, 당신 부모님들의 양육 방식이 잘못됐고 당신들이 인생이 잘못됐기 때문에 우리가 이렇게 삐뚤어졌다며 탓을 하기 위한 건 아니에요. 부모 본인도 살아왔던 환경이 굉장히 척박하고 양육을 올바르게 받지 못했던 경험들이 있기때문에 그걸 대물림하는 거예요. 다만 이제 그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거죠. 왜냐. 자식은 부모 인생의 종착지잖아요. 그런데 이제 자신의 마지막 인생의 목표가 내가 망쳐놨다고 하는 것은 사실상 인생 전체를 부정당한 거라고 봐요. 본인도 어렸을 때 케어를 받지 못했는데 본인이 그나마 이룩하고자 했던 것마저 목표마저 망쳤다. 그걸 인정하는 건 사실 개인에게 너무 폭력적인 거죠. 물론 모든 부모님을 이해하고 보듬어주고 우리가 용서하자는 말은 아니에요. 그건 개인의 몫이고 하지만 어느 정도 이거를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거시적으로 보자면 그렇다는 거죠?
과학적으로 진단을 하고 넘어가야 우리가 이 부분을 해결할 수 있다는 거예요. 원인을 정확히 알아야 그 문제 해결 방법을 떠올릴 수 있잖아요. 그래서 사실 이거는 당사자만 치료하는 문제가 아니라 가족 다 같이 전반적으로 가족분들의 상처도 같이 들여다보면서 풀어나가야 할 숙제라고 생각해요.
맞아요. 그 부분 굉장히 참 동의합니다. 최근에 마음이 가장 힘들었던 질문으로 돌아가자면 어떻게 될까요?
일렁였던 순간 그걸로 돌아가 볼게요. 그래서 어쨌든 그런 것들을 제가 이제 처음에는 부모님이 굉장히 원망스럽고 항상 사회에 대한 원망이 가득했어요.
그래도 지금 같은 경우는 어느 정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어요. 그러기 위해 연습과 관찰을 많이 했거든요. 부모님이 굉장히 원망스러운 건 사실이지만 계속 원망만 품고 살기에는 제 감정이 남아나지도 않고, 그 상태로 오래 살아오셨던 부모님을 바꿀 수는 없어요. 그게 쉽게 가능했다면 정말...
애초에 은둔을 안 하셨겠죠.
부모는 어릴 때부터 내 삶에 내 생명의 주도권을 쥔 사람이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그 사람들에게 많이 휘둘릴 수밖에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상처를 많이 받는 거고, 그래서 부모님이라는 절대자가 나한테 약간 상처를 준다는 느낌보다는 ‘저분들은 과거에 어떤 상처를 받았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컴퓨터처럼 입력된 대로 나오는 것뿐이다.’라고 건조하게 바라보기 시작하면 내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나와요. 답이랑 패턴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어요.
심정적으로 완벽하게 분리하는 건 당연히 어렵죠. 하지만 대처 방안을 생각하면서 이리저리 하다 보면 그것도 어느 정도 대처법이 생기고 익숙해져요. 그리고 스트레스 원인을 없애지 못하면 그걸 해소해야 되거든요. 물론 무조건 그걸 참고 살면 언젠가 또 다른 큰 병이 생길 수 있는데, 최대한 그 스트레스를 건전하게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본인이 찾다 보면 그 대안을 생각할 시간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해요. 충분히 그 과정에서 본인도 성장할 수 있는 거고 취미적으로나 감정적으로나. 혹시 제가 너무 편협하게 말했을까요?
괜찮습니다. 원래 본인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야 하니까 충분히 말씀하실 수 있는 거고, 이제 그것도 하나의 해결 방안 중 하나로 떠오를 수도 있는 거죠.
제가 대단한 사람이 되는 건 아니지만, 저와 비슷한 분들이 있다면 참고하시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어요. 물론 모든 케이스가 다 똑같은 건 아니라는 말도 코멘트를 달고 싶네요.
(3편에 이어서)
interviewer_뚝깨비 / 뚝배기 깨는 도깨비, 탈출의 정령
은둔수저를 물었지만, 세상을 움직이는 리더가 되고 싶은 뚝깨비입니다. 고립에서 벗어나 여러 도전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탈출의 전략이 필요하신 분은 연락 주시면 도움 드리겠습니다. ttukkabi@naver.com
* 은둔 청년에게 물어보고 싶은 질문이 있으면 보내주세요. (dudug@theseeds.as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