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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둔고립청년 릴레이 인터뷰_#14: 모카(4)




어렵지만 다가가고 싶어

유학생활을 포기하고 돌아와서부터 은둔하게 된 모카의 이야기 (4)






써니님이 써주신 인터뷰 보고 주변에서 연락이 많이 왔어요. 잘 보고 있다고.


아, 그래요? 많이들 봐주셔서 다행이네요.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고찰 같은 느낌이라고 하더라고요. 감상평 같은 연락이 많이 왔어요.

다른 은둔형 외톨이분들이 조금 더 자기 경험과 생각을 나누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모카님은 다른 사람들의 눈치 보지 않고 할 수 있는 일, 하고 싶은 일, 또는 은둔 고립 청년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일들을 자유롭게 생각해 보실 수 있을 것 같아요.


네, 한번 생각해 봐야겠어요.


요 근래 몸이 안 좋으셨는데, 지금도 공황 약을 드시고 계세요? 모험가님도 모카님 건강에 대해서 걱정 많이 하시더라고요. 일도 하시고 다리도 다치셨는데 공황까지 와서 많이 힘드시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도 목소리를 들으니까 좀 괜찮으신 것 같아서 다행인 것 같아요.

모카님께서 나오신 SBS 방송 봤어요. 아직 한 번 남았죠?


네네. 한 번 남았어요.


방송 보면서 스스로 신청해서 자발적으로 방송까지 나오시고 얼굴을 노출하는 것도 그렇지만 자신의 경험을 드러내는 출연자분들이 대단하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왜냐하면, 모르는 누군가에게까지 자기를 드러낸다는 거는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그런데도 용기 있게 자신을 오픈하신 것에 박수를 보내드리고 싶었어요. 방송을 나오는 거 보셨을 텐데, 어떠셨어요? 긴장되셨을 것 같기도 해요. 사람들의 반응이나 방송에 어떤 모습으로 담겼을지도 궁금하셨을 것 같고요.


그냥 딱 제가 생각했던 반응 그대로였어요. 처음에는 되게 많이 긴장했는데 후회는 없어요. 그냥 바뀐 건 별로 없는데….


반응들은 어떻던가요? 처음 생각하셨던 대로라고 하셨는데….


처음에는 약간 댓글을 못 볼 생각을 하고 있었었는데 모험가님이 댓글 좀 보라고 해서 봤는데 댓글이 너무 좋은 거예요. 그래서 그거 보고 저도 괜찮아졌어요.


많이 힘이 되셨을 것 같아요. 응원하는 글들이 많더라고요. 저도 댓글을 보면서 모카님이 방송 전에 조금 걱정하셨는데 반응이 좋아서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했죠.


진짜 다행인 것 같아요. 사람들이 좋게 봐주셔서….



방송에 나온 모카님은 밝고 환한 얼굴이었다


부모님이나 가까운 분들은 어떤 이야기를 하셨나요?


처음에 부모님이 이해하지 못하실 줄 알았는데 많이 이해해 주시더라고요.


왜 이해하지 못하실 거로 생각하셨나요?


이야기하긴 했지만 사람들의 시선이 있으니까 ‘괜찮겠니?’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거든요.


사람들의 반응이나 시선이 걱정되셨군요. 방송이긴 했지만 실제로 곰손카페에서 일 하는 과정은 어떠셨어요? 힘든 부분들은 없으셨고요?


있었죠. 아무래도…. 뭔가 같은 은둔형 외톨이분들하고 일할 때 서로서로 배려해야 되는 부분이 있는데 아무래도 서로 익숙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 보니까 ‘어떻게 조심해야 할까?’ 하는 그런 생각들을 많이 했었던 것 같아요.


방송 댓글들을 봤을 때 두 가지 양상이었던 것 같아요. 하나는 용기 내서 본인을 세상 밖으로 내어놓고 뭔가 시도하고 노력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응원한다는 격려의 글이었고, 한편으로는 출연자들처럼 나도 은둔의 경험이 있는데 나와 비슷한 또 다른 누군가 이렇게 자신을 오픈하는 모습을 보니까 많이 공감하고 자기 일처럼 느끼면서 고마워하시는 분들이 계셨어요. 모카님도 은둔 경험이 있는 당사자들이 직접 쓴 댓글도 좀 보셨어요?


네, 다 봤죠. 보면서 ‘내가 좋은 기회를 잡았었구나. 그리고 다른 분들이 아직 기다리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방송처럼 특별한 기회는 아니어도, 많은 은둔 고립 청년들이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는 계기가 될 만한 일들이 다른 분들한테도 좀 주어지면 좋겠다 생각이 들어요.





아이러니한 나의 외로움


지난번 인터뷰를 마치면서 다음 인터뷰에는 '외로움'에 관해서 하실 이야기가 많다고 하셨어요. 오늘 그 이야기를 좀 해보도록 할게요. 사람들하고 관계를 끊고 혼자 조용히 지내셨을 때 모카님은 많이 외로우셨어요?


저는 외롭기도 했지만, 제 나름의 시간을 보내기도 했어요. 저는 요즘에 흔히 말하는 ENFP고 사람을 좋아하는데 이제 볼 수가 없으니까요. 어디서 이해를 받을 수 있는지, 연결을 할 수 있는지…. 그런 것 때문에 조금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 당시에 모카님은 사람들하고의 관계가 단절되어 있었잖아요. 어떻게 보면 그 부분은 사실 자발적이기도 했을 텐데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사람들하고 연결되고 싶었다고 하시니 누군가가 듣기에 되게 아이러니하게 들리기도 할 것 같아요.


그렇죠.


본인이 사람들하고 안 만나고 싶어서 스스로 관계를 끊고, 단절된 시간을 보냈는데, 한편으로는 누군가와 계속 연결되고 싶었다는 것에 대해서 얘기해 주실 수 있을까요?


그게 되게 좀 어려운 부분인 것 같아요. 뭔가 연결되고 싶어 하지만 인간관계가 좀 힘든 건 아무래도 자존감이 낮아서 그랬겠죠. 내가 어떤 상태인지 알고 있으니까, 그리고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볼지 알고 있으니까 그게 조금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누군가한테 상처받거나 힘든 관계 때문에 사람들의 관계를 맺고 유지하기가 조금 조심스러워지는 거 상황이었지만, 그렇지만 또 다른 누군가하고는 연결되고 싶은 그런 복합적인 상황이셨던 거죠?


네, 맞습니다.


그런 이질적이고 아이러니한 상황에서 외로움을 더욱 많이 느끼셨을 것 같은데요. 외로움이 느껴질 때 어떻게 극복하려고 하셨는지, 지난번에 인터넷에 글 썼던 얘기도 잠깐 하셨지만, 밖에도 많이 다니셨는데, 또 다른 방법이 있으셨을까요?


사실 방 안에 있을 때 글 쓰는 거 말고는 없는 거 같아요. 밖에 나가기도 하지만, 밖에 나가서 갑자기 ‘저 은둔형 외톨이었어요. 저를 이해해 주세요.’ 하기는 힘드니까요. 그리고 저와 같은 분들이 어디 계신지도 몰랐고 그런 분들을 도와주는 곳이 있는지도 몰랐고 아무래도 그런 게 좀 있었죠.


인터넷으로 사람들을 만나고 글을 쓰는 것이 외로움에 대해서 표현하는 방법이셨다면, 글을 쓰실 때 외로움과 관련해서도 써보셨나요?


써보고 싶기는 해요. 사실 외로움이 어떻게 보면 내면에서 오는 거잖아요. 자신의 자존감이나 나 자신의 상태를 내가 스스로 판단하고 내가 만들어내는 게 외로움인데 그거에 관해서 이야기를 좀 써보고 싶기는 하네요.


누군가가 그때 모카님께 다가와서 친구가 되든지, 어떤 방식으로든 이야기를 걸어주었다면 좋았을까요?


당연하죠. 편견 없이 이야기를 들어준 사람이 한 명만 있어도 조금 더 빨리 좋아지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어요. 예전에도 말했지만,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도 되게 좋아요.




외로운 이에게 다가가주는 넓은 품, 말하지 않아도 안기고 싶은 깊은 마음이다



보통 상담에서도 내담자의 이야기를 귀담아듣고 경청하는 것이 가장 기본이 되고 내담자에게 도움이 되는 것처럼 말씀이시죠? 그런데 아무래도 은둔하던 중에는 자기 이야기를 쉽게 꺼내기가 어렵잖아요.


네. 그렇죠.


저 같은 경우에는 은둔의 경험이 있으신 분들한테 관심이 많고 다가가고 싶거든요. 그래서 어떤 방식으로든 손을 내밀어드리고 친구가 되고 싶어요. 그런데 제가 지금까지 인터뷰하는 분들은 그래도 어느 정도 극복하시거나 노력하시는 분들이지만, 그렇지 않으신 분들은 어떻게 다가가야 할까, 혹시 누군가가 자신들에게 다가오는 것만으로도 힘들거나 부담스러운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물론 그 당시의 모카님이었다면 누군가가 저와 같이 이렇게 다가갔으면 지금 물론 좋았을 것 같다고 얘기하셨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은 어떻게 다가가야 할까요?


되게 어려워요. 근데 그런 분들을 알아야 또 저도 앞으로 이야기할 수가 있는 거겠죠. 사실 그런 분들이 저희 영역 밖이기는 해요. 어떻게 생각을 해도 저희의 얕은 한마디로는 오히려 더 상처를 건들 뿐이지, 어떻게 좋아질 수는 없는 거니까요. 그래도 이미 밖에 나와 있거나 조금이라도 괜찮아지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뿐이죠.


그분들에게는 시간이 필요한 문제일 수도 있겠다고 결론을 맺기도 하는데요. 그러다가 또 마냥 시간이 지나가기만을 기대하면서 기다리기에는 그분들에게 너무 오랜 시간이 흐르고 있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해요.


네, 저도 굉장히 고민이 많이 돼요. 그렇다고 그냥 (은둔생활에서) 꺼낸다는 생각 자체가 너무…. 얼마 전에도 학부모 협회에 다녀왔거든요. 근데 학부모님들이 꺼내고 싶어 한다는 말씀은 이해하지만, 뭐라 해야 할까요. 근데 진짜 기다려주는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은둔에서 꺼내줘야지, 꺼내는 데 도움을 줘야지.’ 하는 표현이 당사자는 아직 나가고 싶지 않은데 또는 나갈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데 그분들(부모들)이 꺼내주고 싶어서, 본인들의 마음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거라고 생각 하시나요?


아무래도 상호 이야기가 더 필요한 부분이죠. 근데 보통 이야기를 더 많이 풀어낸 가정 같은 경우에는 그렇게 쉽게 나오라고는 말을 못 하시더라고요.


그렇군요. 쉬운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어떤 해결책이 있다고 단정 지어서 말할 수도 없고 모든 사람의 상황이 다르고 본인들이 느끼고 있는 자신의 처지라든지 입장도 다르고요. 한편 은둔과 고립을 심하게 겪는 분들한테는 다른 사람과의 소통 자체가 어려우니까 그분들의 마음을 알기도 어려우니 어떤 도움을 드린다든지 정말 시간이 필요한 건지 판단하기도 쉽지 않다고 생각이 들어요. 통계를 보니 우리나라에도 현재 은둔하고 있는 분들의 규모가 굉장히 커졌더라고요.


그렇죠. 신경 쓰기 시작한 다음부터 나오는 게 또 있죠.


모카님 이야기하신 대로 이 사회가 조금 더 신경 쓰기 시작하니까 보이기 시작하는 것일 수도 있어요. 그전에는 얼마나 되는지 어떤 상황인지 잘 모르고 있다가 조금씩 관심을 끌게 된 것이 오래된 것 같지는 않아요. 은둔의 경험을 가진 분들이 어떻게든 자기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되고, 그 상황을 벗어나는 분들이 점점 많아져야 되겠다는 생각도 더불어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네, 더 알아봐야 하고 더 많은 사람을 만나봐야 할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모카님도 앞으로 하실 일들이 많으실 것 같아요. 저도 은둔 경험자들을 더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만나서 이야기를 듣고 이렇게 글로 기록을 남기면서 많은 사람에게 이야기를 전해드리고 함께 생각해 보고 싶기도 해요.


이제 시작인 것 같아요.


맞아요. 이제 시작이죠. 제가 같이 할 일이 있으면 저도 손을 보탤게요.


정말 감사하죠. 저는 앞으로도 더 알아가야 하고, 방 밖으로 나왔지만, 편견에는 갇히고 싶지 않거든요. 그래서 더욱 많은 사람의 이야기도 듣고 싶고 써니님의 이야기도 들어보고 싶고요.


그런 자리들이 있고 기회들이 있으면 좋겠네요.

모카님을 만나면서 소위 은둔형 외톨이의 경험이 있는 사람을 만났다기보다는, 이 사회를 이루고 있는 건강한 한 사람, 자신의 삶을 고민하며 사람들과 계속 섞여서 잘 지내기를 원하는 청년을 만난 기분 좋은 만남이었습니다. 모카님은 인터뷰를 하시면서 어떠셨어요?


여태까지 제가 한 번 더 어떤 식으로 생각하고 있었는지 되돌아볼 수 있어서 참 좋았어요.


은둔의 경험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많은 경험 중에 하나로 여기고 오늘날 나를 잊게 하는, 앞으로의 내가 살아갈 어떤 방향성을 또는 만들어주는 어떤 여러 가지 경험 중에 하나로 여기고 당당하게 설 수 있는 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다들 자기 인생에 대해서 타인에게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로, 그렇게 부끄러운 게 아니고 잠시 쉬었다고 생각을 했으면 좋겠어요.


네, 맞아요. 저도 그런 마음과 기대로 인터뷰를 진행했어요. 제가 만났던, 혹은 앞으로 만날 분들의 경험이 아픈 시간만이 아니라, 멈추었다가 쉬었다가 하는 그런 시간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그 시간을 통해 자신들의 상처 나 아픔을 극복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기대와 바람이 들었고요.

아무쪼록 인터뷰 글을 읽고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 아껴줄 마음, 방 밖으로 나갈 용기, 살아갈 힘이 나는 분들이 계시기를 바라며 인터뷰 마무리를 하겠습니다.

얼른 몸 회복하시고요. 건강하게 다시 뵙기를 기대합니다. 감사했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끝)



interviewer_써니| 이 시대의 고립과 은둔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사람


약 15년 동안 사회복지사로 아동, 청소년, 청년들, 그리고 가족들을 만나왔습니다. 자립의 문턱 앞에서 머뭇거리거나 행여 문턱을 넘었더라도 쉽게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섞이기 힘들어하며 고립과 은둔의 세계로 들어가는 여러 청년을 보며 함께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시대의 고립과 은둔, 외로움에 관해서 함께 들여다보고 함께 고민하는 기회를 만들기 위해 인터뷰와 두 번째 책 준비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sunnyokay7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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