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한 연구일지 - 8주차] 정말 마지막이네요

탈퇴한 회원
2023-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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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카페에서 한 친구를 만나기로 했다.  원래라면 내가 원하는 카페로 가려고 했는데 멀기도 하고 무엇보다 날씨가 너무 안 좋아서 이번에는 그 친구가 아는 장소로 가기로 했다. 

건물에 처음 들어갔을 때는 살짝 낡아 보여서 솔직히 기대 하지 않았다. 그러나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와 여기다' 싶었다.

사람도 적고, 공부 할 수 있고, 보고 싶은 책도 맘껏 볼 수 있고, 커피도 마실 수 있고, 좋은 스피커도 있는 최적의 장소였다.   

조금 감동받았다. 자기가 아는 소중한 장소를 개방하는 것은 어려운 일인데 친밀한 사이가 아닌 나에게 자신의 장소를 소개해준 것이 감사했다. 

이번 과제가 끝나면 개인적으로 보기가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최근에 맡은 일이 많아져서 일대일로 만나고 싶어도 만날 시간과 에너지가 없다. 이 부분이 고민이긴 하다) 뭔가 이 장소에서 간간히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 내심 기분이 좋았다. 

평소 나는 가보고 싶은 장소가 있다면 스스로 결정하는 편이다. MBTI 성향과도 관련이 있을 것 같다. 난 J 점수가 높은 편이다. 개인적으로 일을 할 때는 J로 사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일상을 즐길 때는 P로 사는 것이 좋다고 느낀다. 그래서 어떤 장소를 찾을 때 미리 알아보지 않는다. 그냥 길을 걷다가 우연히 마음에 드는 곳에 들어간다. 자연스럽게 누군가와 함께 가기보단 나 혼자 가는 경우가 다반사다. 설사 누군가와 함께 갈 일이 생긴다고 해도 내가 좋아하는 장소로 그 사람을 초대할 만큼의 사이라면 괜찮은데 그렇지 않을 경우 지나친 개방을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그러기도 하다. 이렇게 20년 넘게 살아왔는데 최근 조금씩 변화하는 중이다. 


내가 바뀌니까 주변 사람들이 도와주기 시작하데예.
자연스럽게 신뢰가 생긴 거지예.
식당에서 3년 동안 일하면서 결근을 한 번도 안 했어예.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그냥 일을 하니까 얼마나 믿음직스럽겠어예.
그러니 주변에서 그걸 보고 일을 맡긴 거지예.
그게 되더라고예.
처음엔 갈 데도 없고 아무 것도 없이 시작했는데.
내가 변하니까 나를 돕는 어떤 위대한 힘이 있나 싶더라고예.
그 전에는 내 돈 빼앗으려는 놈들 밖에 없었는데.

(김해 다르크 원장 한부식, 전 15년 마약 중독자입니다 中)


나 자신이 변하려고 노력하니까 주변 사람들이 나를 돕기 시작했다는 말이 무엇인지 깨닫는 중이다.
전공 특성 상 프로젝트를 많이 하는데 이 글을 보고 난 뒤 혼자 다 해내야 된다는 비장함을 내려놓기로 했다. 그랬더니 오히려 팀원들이 더 열심히 하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외에도 모든 관계에서 비장함과 진지함을 내려놓으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지는 것을 느낀다.
여전히 신은 믿지 않지만 이건 내 혼자만의 힘으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챌린지를 처음 시작할 때는 거의 하루 걸러 한 번씩 두더지땅굴에 들어왔던 것 같다.
인생에 고민이 많았고, 그것을 글로 풀어내야만 해결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글쓰기에 집착했던 것 같다.
물론 그 과정에서 내 마음을 정리할 수 있었기 때문에 좋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의문이 들었다. 


"글로만 쓰고 실천하지 않으면 변화가 생길까"


그래서 세상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내가 글로 표현하던 것을 말로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어제 다짐한 것을 오늘 행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두더지 땅굴에 글을 올리는 횟수는 줄어들었다. 

시실 할 일이 많아서 컴퓨터를 자주 볼 시간이 없었다.

그러나 불안하지 않았다. 

내가 힘들고 지칠 때 언제나 돌아올 곳이 이곳임을 알기 때문이다.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관계에 어려움을 느낄 때, 나를 포근하게 맞이해주는 곳이 이곳임을 알기 때문이다. 

두더지 땅굴은 나에게 물리적인 고립을 선택하는 대신 정신적인 고립을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알려주었다. 

그리고 물리적 고립으로 해결되지 않는 것을 정신적 고립은 가능케 했다. 

앞으로도 두더지 땅굴에 계속 글을 올릴 예정이고, 이들과 함께 소통할 것이다. 

특히 토요일 온라인 자조모임을 계속 참여할 것이다. 

그곳에서 만난 미노루 선생님과 다른 분들은 나에게 성찰의 기쁨과, 함께 고통을 나누는 것 기쁨을 알게 해주기 때문이다.  

이런 곳을 만들어 준 미미님과 둥둥님 그 외의 다른 선생님들께 깊은 감사를 전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이곳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삶의 행복을 느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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