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한 연구일지 - 8주차] 비 오는 날 나들이

와감
2023-05-06
조회수 296



[연구일지 작성 양식]

1) 연구 참여를 인증할 사진/이미지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어린이날. 어린이가 아니게 된 지 아주 한참 된 어른은 혼자 우산을 들고 광화문 교보문고에 다녀왔습니다.

그 와중에 짐이 많아지니 우산이 거추장스러워서, 세상에는 우산, 우비 말고 손을 안 대고 비를 피할 수 있는 도구나 과학 기술이 정녕 없나. 온종일 투덜거린 어른입니다.


광화문, 그 단어를 들으면 어떤 게 생각나시나요? 광화문, 광화문 광장, 청와대, 이순신 장군 동상, 세종대왕 동상... 다양하게 있겠지만 저는 그중에서도 교보문고 광화문점이 떠올랐습니다.

어린 시절 처음으로 광화문 교보문고에 갔을 때 그 넓은 공간에 책이 가득한 광경이 신선한 충격을 받았고 또 즐거웠던 기억이 있어 좋아하는 장소입니다. 다만 대중교통만 최소 1시간을 타고 가야 할 만큼 집과 거리가 좀 있어 평소에 가고 싶어도 조금 고민할 정도로 시간 관계가 있었지만, 이번 연구 주제를 핑계 삼아 오랜만에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광화문 교보문고 하면 크다, 큰 서점이 저절로 떠오를 만큼 매우 넓은 서점입니다. 그만큼 동네 서점에서 보지 못했거나 새로운 책들이 많이 쌓여있어 역 근처 놀거리, 볼거리라 하면 꼽히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이것저것 구경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겠더라고요.

제가 갔을 때 교보아트스페이스 전시공간에서 4월 30일까지 한다던 '나란한 얼굴' 展 그림 참여 공간이 아직 남아있더라고요. 사람들이 모여 있어서 호기심에 봤더니 다들 얼굴을 그리고 있어 저도 하나 그리고 왔습니다. 비루한 그림 실력이라 그린 결과물은 차마 올리지 못하겠네요... 다양한 행사나 이벤트도 열리는 게 큰 서점의 장점으로 보입니다.


개인적으로 도서관보다 서점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다양한 책들이 진열되어 있어 새로운 책들을 발견하고 구경하는 재미도 있지만, 글을 오래 읽는 편이라 도서관 대출 기간 안에 결말까지 다 읽지 못한 채로 반납한 경험이 왕왕 있어 곤란해질 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서점은 구매하면 오랜 기간 걱정 없이 볼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으로 느껴지더라고요. 또한 어릴 때 한정된 금액 안에 사고 싶은 책 딱 한 권을 골라오라는 말에 신중하게 고르고 골라 그 책을 선택해 품에 안고 왔던 그때를 차마 잊을 수 없습니다. 책 안에는 무슨 일이 펼쳐지고 있을지 궁금하고, 기대되고, 갓구운 슈크림처럼 부풀어 올랐던 그 두근거림은 말로 다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그렇게 오늘도 신중히 한 권을 집어 들고 왔습니다.


그리고 집에 와서 앞으로 가고 싶은 곳을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역 근처에 새로 생긴 카페가 있던데. 지나가면서 봤던 음식점, SNS를 둘러보다 봤던 전시회, 내가 좋아하는 바다를 보러 동해, 아니면 대전의 성심당, 아니면 친구가 있는 부산, 그도 아니면... 이렇게 가고 싶은 장소가 많았나 싶을 정도로 마구 피어오르더라고요. 예전에 심했을 땐 집 앞에 있는 편의점에 가는 것도 힘들어하고 밖에 나간다는 생각조차 못 했는데 이제는 거리낌 없이 장소가 떠오르고 언제 갈까, 일정을 잡는 제 모습과 퍼뜩 마주하니 심정이 미묘했습니다.

이날은 여기에 가기로 했으니 가야 한다. 이 생각이 들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렀는지. 그러다 인터넷에서 봤던 어떤 글이 생각났습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 익명으로 올라온 어느 날에 자살하겠다는 글. 거기에 다른 익명분께서 다음 날에 딸기 축제에 가자는 댓글을 남겼습니다. 그 뒤로 어떤 분은 모레 나랑 바다 보러가자는 댓글을, 며칠 후에 월급날인데 맛있는 거 먹자, 곧 생일인데 아이스크림 케이크 나눠줄게 등 가까운 미래를 약속하며 위로와 버틸 힘을 전달하는 모습. 하루만 더 버티게 해줬던 힘들. 내일만 버티면, 오늘만 버티면. 비로소 가까운 미래를 기대하고 기다릴 수 있게 해준 누군가의 따뜻한 마음이 전달되어 저도 지금까지 살아있을 수 있었을까요.


가고 싶은 장소는 언젠가 다 가보려 합니다. 방 안에 틀어박힌게 아닌 바깥으로 나와 그 풍경들을 직접 눈에 담고 싶습니다. 또다시 상처를 입고 안에 틀어박히게 될 수도 있겠지만, 이미 한 번 나온 경험을 했으니, 그 다음은 더 수월할 거라 믿고 싶습니다.


우선 지금 잡아둔 제일 가까운 일정은 다음 주에 집-중력 연구실에 가보는 거네요. :)


2) 연구 참여 소감

새로운 장소를 발견하러 간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평소에 가고 싶던 장소라 갔습니다. 가는 김에 근처 맛집도 가야지 싶어 검색 결과에 '영업 중'이라 뜨길래 가봤더니 불이 꺼져있고 문에 붙은 '공휴일 휴무'와 마주쳤을 때의 심정은........

실낱같은 희망을 붙잡고 근처를 계속 돌아다녀봤지만 공휴일이라 그런지 근처 밥집들이 거의 다 휴무더라고요.  1시간 동안 밥집을 찾아다녔지만 다 문을 닫았고... 비가 와서 습하고 다리는 아프고 배는 고프니 짜증이 난 나머지 결국 스타벅스에 들어가 케이크로 끼니를 때웠습니다. 그래도 달달한 걸 먹으니 기분이 나아지더라고요. 든든히 먹고 서점을 향해 출발했습니다.

다만 공휴일과 비로 인해 사람이 더 모여서 우글거렸고, 제가 갔을 때 딱 어린이를 위한 마술쇼를 했던 모양인지 마술쇼 종료 방송이 퍼진 후 어린아이와 같이 온 부모님들이 유독 많이 보이더라고요. 사람이 정말 많았고 날씨도 비와 습기로 인해 조금 힘들지만 즐거운 외출이었습니다. 


3월에 첫 번째 글을 쓰던 기억이 선명한데, 벌써 5월이 오다니 시간이 참 빨리 지나간 것 같습니다. 지난 8주 동안 많은 일이 있었고 바뀐 것들이 있었습니다. 그중 가장 인상 깊은 것은 '너 요즘 되게 밝아졌다.'라는 말을 들은 것. 이런 좋은 기회를 얻어 다시 한번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챌린지에 참여하신 모든 분께 수고하셨다는 박수를 보내드리고 싶습니다. 매주 올라온 글을 대부분 읽었지만 댓글 달기엔 너무 부끄러워 차마 눈팅만... 죄송합니다... 읽은 모든 글에서 많은 위로와 좋은 힘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글을 써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두더지땅굴의 모든 분이 행복하시길, 행복해지시길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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