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2편] 잊을만 하면 찾아오는 암흑의 시간

Hyejin
2023-09-19
조회수 487

  이상한 주기가 생긴 건 아마 공무원 시험 공부를 시작하고 나서가 아닌가 싶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그저 '하면 되겠지' 하는 순진한 마음으로 공부에 임했었다. 학창 시절 공부를 못했던 터라 내게 맞는 공부법조차 없었는데, 그래서인지 이 '무작정 하는 공부'는 회의감만 심어 주었다. 그때는 오로지 내가 부족한 탓이라며 내 능력만 의심하고 있었다.

  그러니 공부가 손에 잡힐 리 없었다. 열심히 한다고는 하는데 성과는 나오지 않으니 아무것도 하기 싫어진 것 같다. 기숙사에 살며 공부했는데, 잠만 자며 시간을 보내던 일이 많았던 것 같다. 그렇게 소위 말하는 '슬럼프'에 빠지고 나면 그 일수는 확실하진 않지만 일주일 정도는 아무것도 안 했던 것 같다. 그러다 '이러면 안돼. 정신 차려야지' 하는 순간이 오면 다시 공부를 붙잡는데, 그게 그리 길게 이어지진 못했다. 이내 또다시 슬럼프에 빠지고, 그런 생활을 반복했다. 


  공무원 공부를 포기한 이후에도 이 주기는 여전히 몸에 밴 듯 남아 있었다. 이때는 공부를 슬기롭게 잘하지 못해 생기는 실망이 원인은 아니었다. 주로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 생긴 마음의 상처 때문이었다. 뭔가 마음에 울적함이 남으면 그렇게 혼자이길 자처하고 아무것도 안 했다.

  이 '암흑'은 대개 일주일이면 거진 회복되었다. 하지만 주기를 거듭할수록 내성이 생겼는지 그 기간이 길게는 한 달까지 이어졌다. 이성적으로는 '이러면 안 돼'라 생각하면서도 일단 몸이 편하니까, 혼자 있으니 누군가로부터 오는 상처는 입지 않게 되니까 이 상태를 유지하려 했던 것 같다.


  사실 '아무것도 안 했다' 말하지만 생산적인 일을 안 했다뿐이지 여러 활동을 했었다. 주로 쾌락적인 어떤 것들. 내키는 대로 자고 하고 싶은 것만 하는 그런 것들.

  이 모든 걸 하는 데에는 어떠한 외부 영향이 없어야 했다. 철저히 '혼자'여야만 했다. 그럼에 나는 이 시기만 되면 모든 연락을 끊고(카톡방을 나가고, 심지어는 카톡을 탈퇴한 적도 있다) 어느 누구도 만나지 않고 어디에도 나가지 않았다.

  이런 것들은 일시적인 즐거움만 줄 뿐, 하나 같이 머리만 아프게 했다. 그리고 혼자이길 자처하면서도 내심 누군가가 연락해 주기만을 기다렸다.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걸 인지하면서도 몸은 일어서지 않았고, 결국 쉬어도 쉰 것 같지 않은 몸 상태로 스스로 폐인이 되어 갔다.


  이렇게 생활하는 것이 얼마나 이기적인 것인지 안다. 암흑 속에 있을 때면 스스로는 개인적인 쾌락에 빠져 있겠지만 내 주변 사람, 특히 가족들은 엄청난 불안감에 시달릴 걸 아니까. 하지만 이건 머리로만 알 뿐 여전히 몸은 쾌락을 향해 달려간다. 그러니 이 '암흑의 시간'은 내 몸에서 떨어지지 않고 여전히 잊을만 하면 어김없이 내 앞에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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