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학창 시절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한 아이였다. 그럼에 먼저 다가가 말을 걸지 않았는데, 다행히 매해 다가와 주는 친구들이 있어 초·중·고 내내 친구가 없던 적은 없었다. 그 시절은 그렇게 무난(?)하게 지나갔고, '우울'이라는 단어를 떠올려 본 적 없이 그런 대로 별 문제 없이 지낸 듯했다.
너무 문제 없이 지낸 탓인가. 생각을 잘 안 하고 살았다. 자아정체감을 형성해야 하는 그 시기에 스스로에 대해 돌아볼 시간을 가지지 않았으니 무얼 해야 할지 모르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내 의지가 아닌 부모님이 바라는 대로 선택한 '공무원'은 어쩌면 그 시작부터 잘못되었을지 모른다. 초반 몇 년은 그저 내가 효율적으로 공부하지 못해 떨어지는 거라고 다독이며 그렇게 다시 붙잡았지만 몇 해가 지나도 달라지는 게 없자 내 능력을 의심했다. 아마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몇 날 며칠을 집 안에만 있고 계속 잠만 자던 생활을 하던 게. 그땐 '시험'이라는 '끝내야 할 과제'가 있었기에 대개 일주일이면 '이러면 안돼' 하며 정신을 차렸지만, 상황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자, '모든 것을 놔 버리고 잠만 자는' 이 생활은 잊을 때마다 찾아오는 안 좋은 버릇이 돼 버렸다.
20대 내내 공무원 시험에만 매달렸기에 하다 못해 남들 다 있는 토익 점수도 없었다. 그런 와중에 원래도 없던 자존감이 시험으로 바닥을 쳤으니 어디 원서라도 낼 용기가 있었겠는가. 이미 '누가 나를 쓰겠어'라는 생각으로 가득해 어떻게든 이 '취업'이라는 현실을 피하고 싶었다. 그래서 선택한 게 공부였다.
시험 공부를 하면서 가장 재밌었던 게 '영어'였기에 내가 좋아하는 걸로 뭐든 해 보자 하여 영어를 공부했었다(그때가 2019년으로 네이버 블로그 글을 쓰기 시작한 것도 그때다). 그러면서 떠올린 게 '캐나다 워홀'이었다.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몸이 힘든 일을 하며(집 앞 트레이더스 즉석조리 코너에서 1년 동안 일했다.) 공부했었는데, 그 무렵 코로나가 터지면서 계획은 무산돼 버렸다.
주변 친구들은 하나 같이 자리를 잡아 가며, 늦게 취업한 친구도 전문직이라는 타이틀을 달며 그렇게 자신의 위치에서 쓰임 받으며 살아가는데, 나만 아무것도 없었다. 이따금 친구들끼리 만날 때면 내겐 없는 줄 알았던 열등감이 올라와 즐겁기는커녕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들이 만나자고 연락해 와도 내 상태는 불안에 휩싸였던 적이 많았기에 거부했고, 자연히 그들과 멀어졌다.
그렇다면 언제라도 다시 마음을 잡고 어느 한 곳에 취업하여 꾸준히 다니면 되었건만 난 그러지 못했다. 그 이후 일한 덕분에 받았던 실업 급여는 새로운 도전을 준비할 시간이 되어 주지 못했고, 나를 더 깊숙한 굴속으로 밀어 넣었다. 5개월 중 3개월은 정말 아무것도 안 하며 낮과 밤이 바뀐 채로 살았고,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냈다.
무언가를 시작할 용기조차 내지 못한 건 어쩌면 '작은 성공 경험'조차 없던 탓에 무너져 버린 자존감 때문이었을지 모른다. 아가 때는 뒤집기만 해도 "오구 우리 혜진이 잘하네." 하며 칭찬을 들었겠지만 커 가면서 '작은 칭찬' 하나도 접하지 못했으니, '나는 쓸모없는 인간'이라는 생각에 일어설 힘을 내지 못했다.
2019년 영어 공부할 적에 네이버 블로그에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도서관에서 그날 공부한 내용을 블로그에 정리해 올려 놓았다. 그러면서 내 감정을 드러내는 '감정일기'도 게재했었다. 워낙 글을 읽는 게 느려서 책과는 담을 쌓고 산 터라 그 이전까지만 해도 '글'은 나와는 별로 관계가 없었다. 그런데 매일 같이 공부한 내용을 정리하고 내 감정을 글로 적다 보니 어느새 글은 내게 친숙한 도구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따금 표현해 주시는 관심의 표시가 나를 기쁘게 하였다. 내가 접하지 못했던 그 '작은 칭찬'을 글로 인해 간간이 듣게 되었고, 거기서 힘을 얻게 되었다.
그래서 감정이 올라올 때마다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때 다시 밖으로 나오게 해 준 것도 다 이런 '작은 관심' 덕분이었다. 네이버 블로그에 게재되어 있는 글, 그림, 만들기 등은 어쩌면 이걸 너무 간절히 원했기에 했던 결과물일지 모른다.
그동안 서비스직만 전전하여 자소서에 기록할 만한 어떠한 이력도 없기에 (여전히 용기가 나지 않아) 스스로를 낮게만 보고 있지만 그래도 '작은 칭찬' 덕분에 무언가 할 마음을 내었다.
누구나 '회복 탄력성'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지금 잠깐 어둠 속에 있더라도 다시 빛으로 나올 '그 시기'는 분명, 누구에게나 '있다'. 내가 '글'로 그 계기를 찾은 것처럼 누구나 저마다의 계기가 있어 왔고, 또 앞으로 있을 것이다.
지금 잠깐 멈춰 있더라도 겁내지 말고 자신을 들여다보아 나갈 구멍을 찾아보자. 내가 무엇을 했을 때 기뻤는지, 내 자존감이 올라갈 만한 요소가 무엇이었는지를 평상시 자신의 생활에서 분명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돌아갈 수 있다. :)
*20대부터 최근까지 일한 경력입니다(공부 포함). 아래는 왜 그만두었는지 그 이유를 적었습니다.
나는 학창 시절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한 아이였다. 그럼에 먼저 다가가 말을 걸지 않았는데, 다행히 매해 다가와 주는 친구들이 있어 초·중·고 내내 친구가 없던 적은 없었다. 그 시절은 그렇게 무난(?)하게 지나갔고, '우울'이라는 단어를 떠올려 본 적 없이 그런 대로 별 문제 없이 지낸 듯했다.
너무 문제 없이 지낸 탓인가. 생각을 잘 안 하고 살았다. 자아정체감을 형성해야 하는 그 시기에 스스로에 대해 돌아볼 시간을 가지지 않았으니 무얼 해야 할지 모르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내 의지가 아닌 부모님이 바라는 대로 선택한 '공무원'은 어쩌면 그 시작부터 잘못되었을지 모른다. 초반 몇 년은 그저 내가 효율적으로 공부하지 못해 떨어지는 거라고 다독이며 그렇게 다시 붙잡았지만 몇 해가 지나도 달라지는 게 없자 내 능력을 의심했다. 아마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몇 날 며칠을 집 안에만 있고 계속 잠만 자던 생활을 하던 게. 그땐 '시험'이라는 '끝내야 할 과제'가 있었기에 대개 일주일이면 '이러면 안돼' 하며 정신을 차렸지만, 상황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자, '모든 것을 놔 버리고 잠만 자는' 이 생활은 잊을 때마다 찾아오는 안 좋은 버릇이 돼 버렸다.
20대 내내 공무원 시험에만 매달렸기에 하다 못해 남들 다 있는 토익 점수도 없었다. 그런 와중에 원래도 없던 자존감이 시험으로 바닥을 쳤으니 어디 원서라도 낼 용기가 있었겠는가. 이미 '누가 나를 쓰겠어'라는 생각으로 가득해 어떻게든 이 '취업'이라는 현실을 피하고 싶었다. 그래서 선택한 게 공부였다.
시험 공부를 하면서 가장 재밌었던 게 '영어'였기에 내가 좋아하는 걸로 뭐든 해 보자 하여 영어를 공부했었다(그때가 2019년으로 네이버 블로그 글을 쓰기 시작한 것도 그때다). 그러면서 떠올린 게 '캐나다 워홀'이었다.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몸이 힘든 일을 하며(집 앞 트레이더스 즉석조리 코너에서 1년 동안 일했다.) 공부했었는데, 그 무렵 코로나가 터지면서 계획은 무산돼 버렸다.
주변 친구들은 하나 같이 자리를 잡아 가며, 늦게 취업한 친구도 전문직이라는 타이틀을 달며 그렇게 자신의 위치에서 쓰임 받으며 살아가는데, 나만 아무것도 없었다. 이따금 친구들끼리 만날 때면 내겐 없는 줄 알았던 열등감이 올라와 즐겁기는커녕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들이 만나자고 연락해 와도 내 상태는 불안에 휩싸였던 적이 많았기에 거부했고, 자연히 그들과 멀어졌다.
그렇다면 언제라도 다시 마음을 잡고 어느 한 곳에 취업하여 꾸준히 다니면 되었건만 난 그러지 못했다. 그 이후 일한 덕분에 받았던 실업 급여는 새로운 도전을 준비할 시간이 되어 주지 못했고, 나를 더 깊숙한 굴속으로 밀어 넣었다. 5개월 중 3개월은 정말 아무것도 안 하며 낮과 밤이 바뀐 채로 살았고,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냈다.
무언가를 시작할 용기조차 내지 못한 건 어쩌면 '작은 성공 경험'조차 없던 탓에 무너져 버린 자존감 때문이었을지 모른다. 아가 때는 뒤집기만 해도 "오구 우리 혜진이 잘하네." 하며 칭찬을 들었겠지만 커 가면서 '작은 칭찬' 하나도 접하지 못했으니, '나는 쓸모없는 인간'이라는 생각에 일어설 힘을 내지 못했다.
2019년 영어 공부할 적에 네이버 블로그에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도서관에서 그날 공부한 내용을 블로그에 정리해 올려 놓았다. 그러면서 내 감정을 드러내는 '감정일기'도 게재했었다. 워낙 글을 읽는 게 느려서 책과는 담을 쌓고 산 터라 그 이전까지만 해도 '글'은 나와는 별로 관계가 없었다. 그런데 매일 같이 공부한 내용을 정리하고 내 감정을 글로 적다 보니 어느새 글은 내게 친숙한 도구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따금 표현해 주시는 관심의 표시가 나를 기쁘게 하였다. 내가 접하지 못했던 그 '작은 칭찬'을 글로 인해 간간이 듣게 되었고, 거기서 힘을 얻게 되었다.
그래서 감정이 올라올 때마다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때 다시 밖으로 나오게 해 준 것도 다 이런 '작은 관심' 덕분이었다. 네이버 블로그에 게재되어 있는 글, 그림, 만들기 등은 어쩌면 이걸 너무 간절히 원했기에 했던 결과물일지 모른다.
그동안 서비스직만 전전하여 자소서에 기록할 만한 어떠한 이력도 없기에 (여전히 용기가 나지 않아) 스스로를 낮게만 보고 있지만 그래도 '작은 칭찬' 덕분에 무언가 할 마음을 내었다.
누구나 '회복 탄력성'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지금 잠깐 어둠 속에 있더라도 다시 빛으로 나올 '그 시기'는 분명, 누구에게나 '있다'. 내가 '글'로 그 계기를 찾은 것처럼 누구나 저마다의 계기가 있어 왔고, 또 앞으로 있을 것이다.
지금 잠깐 멈춰 있더라도 겁내지 말고 자신을 들여다보아 나갈 구멍을 찾아보자. 내가 무엇을 했을 때 기뻤는지, 내 자존감이 올라갈 만한 요소가 무엇이었는지를 평상시 자신의 생활에서 분명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돌아갈 수 있다. :)
*20대부터 최근까지 일한 경력입니다(공부 포함). 아래는 왜 그만두었는지 그 이유를 적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