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그래도,

cocoahot
2023-12-05
조회수 304

어젯밤 잠을 잘 못잤는지 오늘 일어나자부터 유독 우울한 감정이 머릿속에 가득차있었다. 이불 속에 꽁꽁 숨어서 ‘나한테는 더 이상 환히 웃을 수 있을 만큼 행복한 때는 오지 않을거야’라고 생각했다. 그저 누워서 유튜브 영상이나 보면서, 어쩌면 남들에겐 매우 편해보이겠지만, 속으로는 울음을 삼켰다. 차라리 맘껏 울기라도 하면 좋으려만 울고 싶어도 울음이 나오지 않았다. 언제까지 이런 ‘괴로운’ 생활이 계속될까, 영원히 안 끝날 것 같고 일말의 희망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힘든’ 생활을 하게 된 시발점이 된 과거의 일들과 그 때 왔다갔다했던 말들이 머릿속에 계속 맴돌며 나는 행복한 감정을 느낄 가치가 없다는 생각까지 다다를 정도였다. 하지만 그런 생각에 사로잡혀 있을 시간도 잠시 일단 3시간 뒤에 수업이 있기에 아무 이유없이 지치고 아픈 몸을 억지로 이끌고 침대에서 나왔다.

눈물샘이 가득찬 상태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기에 어떻게든 기분을 좋게 만들기 위해 물을 끓이곤 돌체 라떼 스틱을 탔다. 숟가락으로 젓자 가루가 퍼지면서 인공적인 달달한 향이 흘러 들어왔다. 솔직히 맛있진 않았음에도 따뜻하고 달달한 기운이 퍼지면서 내 안의 반항아를 깨웠다. 이 반항아는 ‘어쩌면 진짜 행복할 감정을 느낄 자격이 없을지도 모르지만 그건 내 알빠 아니고 맛있는 점심이나 먹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어줬다.

평소라면 대충 냉장고에 있는 오래된 반찬이나 꺼내서 대충 먹겠지만 진짜 이상하게 무슨 일인지 맛있는 밥을 먹고 싶었다. 아침에 해놓으신 식은 고기를 잘게 짜르고 – 설거지 걱정하면서 김치도 서걱서걱 썰고 – 후라이팬을 데운 다음 – 김치와 고기 굽고 밥 넣고 고추장이랑 굴소스 조금 넣고 비볐다. 그리곤 후라이팬채로 들고 가서 숟가락으로 퍼먹는데 이게 뭐라고 맛있었다. 몸은 더 힘들었고 암울한 기분은 여전하지만 그래도 살 맛이 났다. 냉동 케익까지 배불리 먹곤 그 덕분인지 수업을 늦지도 않고 빠지지도 않고 무사히 갔다.


어쩌면 나는 진짜로 행복하거나 사랑받을 자격이 없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앞으로도 희망 한 줄기 가지기도 어려운 상황이 유지될지 모른다

어쩌면 나는 이미 사회에서 인정하는 ‘정상적인’ 생활을 추구하기엔 너무 멀리 온 것 일수도 있다...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나 자신을 함부로 대하고 사랑하지 않는 걸 정당화할 순 없지 않을까..?!

진짜 못 났고 가진 것도 없지만

과거의 안 좋았던 일들과 정말 험악했던 말들엔 어느 정도 내 잘못도 있고 반성하고 잊지 말아야 하는 건 별개로

내가 나마저 사랑하지 않는다면 그건 너무 서글픈게 아닌가...?


갔다와서 방전된 몸을 침대에 던지곤 몽글몽글 이런 생각을 했다. 당연히 이 꼬라지로는 나 자신을 따뜻하게 대하고 사랑하기엔 어렵긴 하지만 사소한 일, 그냥 집안일을 하나씩 해치워본다던지 오래되어 맛없는 반찬으로 꾸역꾸역 끼니를 때우기보다 귀찮더라도 맛있는 밥을 해먹는다던지 어디든 나가기 전에 신경써써 꾸미고 간다던지 멍한 상태로 폰만 들여다보며 누워있지 말고 대충 그림이라도 그려본다던지, 핫팩들고 그냥 주변 한바퀴 산책을 한다던지......

이렇게 생각해놓고 내일 되면 까마득히 잊었다는듯이 아무 것도 못할 수도 있겠지만, 사소한 것을 한다해도 어두운 이 일상에 큰 변화가 생기진 않겠지만 그래도 뭔가 조금이라도 더 살 맛 나니까 자주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지금 벌써 그 다짐을 잊은 듯이 몇 십분째 침대에 누워있긴 하지만 이따금씩이라도 (나 자신에게 너무 관대하긴 하지만 그래도) 해줘야겠다. 적어도 그 순간에는 기운이 나니까...!

 

+진짜 너무 이렇게까지 할 필요있나 싶을 정도로 세세하게 적기도 했고 읽는 재미도 없는 모자란 글임에도 끝까지 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어제 있었던 생각들과 행동을 그냥 그대로 풀어서 묘사해두었습니다. 약간 새벽 공기 마시고 쓴거라 글에 감정이 풀풀 넘쳐흐르네요...ㅋㅋ 그럼 오늘 좋은 하루 보내시길 바라면서 마무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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