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 청년의 제주도 기행

이로케36
2024-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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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에 갔지만 땅이 녹고 새싹이 돋고 꽃이 피어날 시기에야 풀어 본다.

(미리 알려드립니다. 사진이 정말 많습니다. 제주도로 가족 여행을 갔습니다. 토요일부터 월요일까지라 제주도 동부 지역만 돌았습니다. )



아침 일찍 열차를 타고 김포공항으로 갔다. 이륙을 준비하는 비행기를 보았다. 날개에 상처를 입은 작은 새처럼 집에 돌아온 나, 다시 날개를 펴고 날아오를 수 있을까? 제주도에는 무려 14년만에 가 본다. 그리고 비행기를 마지막으로 타고 벌써 6년이 지났다.


제주공항에 착륙했다. 그날은 제주도에 비가 내렸다. 비가 오는 날, 동쪽으로 계속 가다가, 삼양 해수욕장을 지나치고 서우봉에 도착했다. 검은 바위와 폭풍이 몰아치는 2월 초의 바다. 하지만 쌀쌀한 날이 오히려 맑은 날보다 바다를 보기에는 좋다.


녹색, 노랑색의 풀, 푸른 바다, 검은 바위. 


코발트 블루 물결 눈부신 바다~ 푸른 빛의 바다가 눈앞에 들어온다. 사실은, 집에 있는 동안 비 오는 일요일에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중 비슷한 광경을 보았다. 오염 물질이 강에 유출되어 강물이 푸른 물감을 푼 듯 이 바다의 색과 비슷하게 보였다. 뉴스에서만 봤던 그 장면을 실제로 보았다. 그래서 이 바다를 보고 그 순간이 떠올랐다.


육각정. 작은 산 서우봉이 있지만 정상까지 올라가지는 않았다. 구멍 송송 뚫린 검은 바위 위에 자리잡은 정자에서 잠시 앉아 쉬었다.

푸른 바다의 상공에는 검은 먹구름이 잔뜩 끼어 있다. 폭풍이 몰아치는 토요일 오후. 지금 나의 마음에도 폭풍우가 몰아친다.


나의 지난날을 돌아보며, 감정의 봉인을 자각하고 살며시 표정을 지어본다.


비자림을 찾았지만, 입장 시간이 다 지나 버려서 결국 내려왔다. 그리고 폭풍우가 몰아치고 파도가 일렁이는 바다와 가까운 고기집에서 저녁 시간을 보낸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흐리고 비 오는 날이 좋다.


야자수가 바람에 흔들린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지는 않았지만 우산이 날아갈 것처럼 바람이 분다.


제주도의 마스코트, 돌하르방. 현무암으로 만든 할아버지 석상. 여행자들을 반갑게 맞아 주시는 할아버지. 독특한 제주도.


1일차, 토요일 제주 동쪽 해안을 둘러보다가 서귀포 성산읍의 관광단지에 도착했다. 저 멀리 작은 산이 보인다.


예전에 제주도에서 어디로 갔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일요일에는, 제주도 동쪽 끝의 성산일출봉을 찾았다. 내 키만한 돌하르방이 보인다. 정말 가슴이 웅장해진다.


입구.


세계자연유산,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되었다. 목표는 저 가파른 산 꼭대기.


아찔하다. 녹화하면서 이 가파른 산을 올라가려니 정말 아찔하다. 그래도 끝까지 평정심을 잃지 않고 정상에 올라, 노란 분화구를 보았다. 


절벽 아래로, 검은 바위와 부서지는 파도.


먹구름 사이로 햇살이 보인다. 

그리고 서귀포 동부 표선해수욕장. 달팽이 석상이 보인다. 달팽이처럼 느릿느릿 걸어가도 괜찮아...


피리를 부는 나의 모습이 떠오른다.


해수욕장에 검은 돌로 만든 십이지신 석상이 놓여 있다. 귀여운 토끼. 토끼의 해는 지났지만 귀여운 토끼를 계속 보고 싶다.


에메랄드빛 바다가 노란 모래 위로 밀려온다. 신발이 잠기지 않을 정도로만 모래톱을 밟아 본다. 이 날은 맑았다. 조금 어지럽지만 바다는 마음을 잠시라도 맑게 해 준다.


남원 큰엉과 천지연 폭포에 갔다. 지금까지 제주도에 세 번 갔는데 이전에 천지연 폭포를 보았던 것은 기억난다. 폭포수 아래에는 청둥오리와 비단잉어가 가득하다. 그리고 화환을 걸고 있는 돌하르방.


여기는 중문 해수욕장. 약간 어두운 색깔의 모래. 그리고 등 뒤로는 태평양이다. 바다를 몇 번 본 적은 있지만 태평양을 본 것은 처음인 느낌이다. 이 주변에 검은 모래가 있지만 그곳은 건너뛰고...

해질녘이 되었으니 다시 리조트로 갔다. 가는 길에 정방 폭포도 있었지만 지나쳤다. 사실 그곳은 참혹한 학살의 현장이었다고 한다. 여행에서 돌아와서 알게 되었다. 그곳에 갈 날이 오겠지. 


단 3일뿐인 가족 여행이라, 제주도 전체를 돌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섬 동부만 돌았다. 서부로 가려면 나중에 다시 와야 할 것 같다.

제주도 여행을 무사히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우리는 왜 여행을 하는가. 그저 뭔가를 즐기고 티내고 자랑하기 위해서? 지친 마음을 안고 잠시 쉬기 위해서? 이유는 제각각일 것이다. 은둔 생활을 하면서도 가끔씩은 여행을 한다. 이번에는 비록 나 혼자가 가는 것이 아닌, 가족 여행이었지만, 나의 지난날을 돌아보며 아픔, 슬픔, 부끄러움도 모두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나 자신을 알아가고, 세상을 향해 나의 존재를 알릴 길을 찾아간다. 거친 세상에도 굴하지 않는 굳은 의지를 다지고, 가장 어둡고 가장 낮은 곳 누군가의 아픔을 함께 나누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 나 아닌 누군가가 보고 들은 것이 아닌, 내가 직접 보고 들은 것으로 세상을 향한 창을 만든다. 나와 비슷한 다른 청년들과 함께 도시를 벗어나 섬, 산골 등으로 떠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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