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의 늪

안블루
2024-03-21
조회수 112


중증우울증, 불안장애, 공황장애, 불면증,대인공포증 때문에

7년째 정신과를 다니고 있다.


집에만 있는게 가족들에게 미안해서
사회생활(경제적활동)을 못하는 대신 집안일을 하겠다고 했다.
내가 하겠다고 했으면서 매일 똑같은 하루가 지겨워졌다.
도망가고 싶었다.

그래서 밤을 새우고 
정신과 저녁약을 아침에 먹고 저녁에 일어나는 은둔을 다시 시작했다.

새벽에 주방에 나와서 먹을것을 챙기고
방에 들어가서 먹고 배탈이나 소화제를 먹고
아침에 정신과 저녁약을 먹고 잤다.
이런 하루를 일주일 넘게 보냈다.
몸이 너무 안 좋아졌다.
그래서 하루종일 아무것도 안 먹고 
아침에 정신과 저녁약을 먹고 저녁에 일어났다.
3일째부터 머리가 빙빙돌고 몸이 휘청거렸다.
그래서 뭐라도 먹으려고 엉킨 머리를 대충 묶고  방 밖으로 나갔다.
엄마가 퇴근하고 집에 와 있었다.

방 밖을 나온 나를 보고
엄마는 화를 내기는 커녕
'밥 먹었니? 밥 먹어, 엄마가 국 끓여놨어.' 라고 하셨다.

내가 하기로 한 집안일은 
아침에 나가 저녁 늦게 들어오는 엄마와 
공부를 하는 언니가 대신 해 주었다.

엄마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무거운 물건을 들고 계속 서있어서 
손가락이 퉁퉁 붓고, 팔이 아프고, 다리에 핏줄이 다보이고 

발톱은 다 죽었다.
그런 엄마가 자기보다 내 건강을 걱정한다.

이런 엄마를 보니 내 자신이 너무 한심했다.
할 수 있는 집안일을 해서 엄마가 집에 와서는 쉬게 해주고 싶었다.

정신과 약을 최대치로 바꿔왔지만 먹어도 밤에 잠은 오지 않았다.
전 처럼 아침에 잤지만 알람을 맞춰 오후 5시에 일어났다.
세탁기를 돌리고 밥을 먹었다.

다 돌아간 세탁기에서 옷을 꺼내 건조기에 넣고 양치후 옷을 갰다.
분리수거 하는 요일에는 분리수거를 한다.
음식물이 쌓이면 버리러 밖에 니간다.
엄마 오기 30분전에 저녁 설거지를 한다.

물론 매일 지키지는 못한다...
경제적인 활동을 못하고 짐만 되는 내 상황 때문에 

우울이 너무 심해지는 날에는

다시 잠으로 하루를 보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시 은둔의 생활에 들어가기 싫다.
은둔은 늪과 같아서 빠지긴 쉽지만, 빠져 나오긴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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