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형 외톨이, 흔한 말로 히키코모리.
나를 설명하는 단어가 될 거라고는 어렸을 땐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이젠 나에게는 저 단어 없이 설명할 수 없는 기간이 존재 한다.
2018년 타지에서 대학 생활을 시작했다. 혼자였고, 외로웠다. 하지만 아무도 내 곁에 없었다. 내가 갈 수 있는 곳은 내 하숙집 방밖에 없었다. 그곳에서만 있었다. 처음엔 선택이었다. 함께 있으면 편한 친구가 없다는 이유로 난 방에 있었다. 점차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공간은 점점 좁아졌다. 처음엔 학회실이었다. 그러다 적응하지 못해 도서관으로, 도서관이 답답해져 학교 밖 벤치로. 내가 너무 부끄러워져 방 안으로. 그렇게 난 방에 고립됐다. 도와달라는 말조차 할 수 없었다. 가족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타지로 왔던 대학이었는데, 힘들다고 휴학하고 본가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하면 나는 죄인이 될 거 같았다. 가족들의 기대를 받던 내가 기대를 깨버릴 수 없었다. 그렇게 나는 회피의 늪에 빠졌다.
1학기에는 학교를 나가지 않아 학자금대출도 나오지 않는 학점을 받았다. 등록금을 벌어서라도 2학기를 다니려고 알바에 지원했다. 은둔생활을 오래 했던 나는 적응이 힘들었다. 알바를 그만뒀다. 중도 휴학을 했다. 그 후로 내가 갈 수 있는 공간은 정말 방뿐이었다.
그 이후론 기억이 생생하게 난다. 매일 울면서 지금 잠들면 일어나지 않도록 해달라고, 신이 있다면 제발 날 죽여달라고 기도하면서 잠들었거든. 지독히도 깊은 우울로 빠졌었던 난 죽고 싶은 게 아니었다.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았을 뿐.
그때 내가 방 안에 할 수 있는 건 단 하나였다. 일기 쓰기. 매일 누워있던 나였지만, 조금이라도 에너지가 생기면 책상 앞에 앉아서 일기를 썼다. 지금 너무 힘들다고 일기장에 투정 부리면서도 나는 분명 이겨낼 수 있을 거라고 나에게 세뇌하듯 썼다. 그렇게 일기를 한참 쓰다가 문득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도, 내가 잘하는 것도 알지 못한다는 걸 알게 됐다. 내 취미와 특기를 찾고 싶어졌다. 그래서 하고 싶은 걸 기록했다. 읽고 싶은 책, 보고 싶은 영화를 적었다. 내가 알고 있는 책과 영화는 몇 개 없었다. 인터넷에서 명작을 찾아서 기록했다. 기록한 걸 하나씩 찾아보기 시작했다. 매일 방 안에만 있던 내가 용기를 내서 영화관에 갔다. 도서관에 찾아갔다. 책을 읽었다. 재미있더라. 그래서 더 살고 싶어졌다. 사실 용기가 없어서 하지 못했던 말이었다. 그 날 나는 살고 싶다는 말을 일기장에 처음으로 썼다.
할 수 있던 게 일기 쓰는 거밖에 없어서 일기장으로 도망쳤던 나는, 일기를 쓰면서 다시 살고 싶어졌다.
이랬던 내가 은둔생활을 완전히 마무리하고, 학교도 졸업하고 멋지게 취직했다는 말로 이야기를 마무리 지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건 아니다. 그 후에도 휴학을 했다. 물론 복학해서 학교 생활도 했다. 작년엔 다시 휴학을 하고 시험 준비를 시작했다. 지금은 시험 준비를 접고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려고 한다. 스무 살의 나처럼 내가 뭘 좋아하는지, 뭘 잘하고 싶어 하는지 알아보고 싶다. 이제는 예전처럼 혼자이고 싶지 않아서 이곳에 가입하고 글을 쓴다. 함께 해줄 동료들을 찾아서.
은둔형 외톨이, 흔한 말로 히키코모리.
나를 설명하는 단어가 될 거라고는 어렸을 땐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이젠 나에게는 저 단어 없이 설명할 수 없는 기간이 존재 한다.
2018년 타지에서 대학 생활을 시작했다. 혼자였고, 외로웠다. 하지만 아무도 내 곁에 없었다. 내가 갈 수 있는 곳은 내 하숙집 방밖에 없었다. 그곳에서만 있었다. 처음엔 선택이었다. 함께 있으면 편한 친구가 없다는 이유로 난 방에 있었다. 점차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공간은 점점 좁아졌다. 처음엔 학회실이었다. 그러다 적응하지 못해 도서관으로, 도서관이 답답해져 학교 밖 벤치로. 내가 너무 부끄러워져 방 안으로. 그렇게 난 방에 고립됐다. 도와달라는 말조차 할 수 없었다. 가족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타지로 왔던 대학이었는데, 힘들다고 휴학하고 본가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하면 나는 죄인이 될 거 같았다. 가족들의 기대를 받던 내가 기대를 깨버릴 수 없었다. 그렇게 나는 회피의 늪에 빠졌다.
1학기에는 학교를 나가지 않아 학자금대출도 나오지 않는 학점을 받았다. 등록금을 벌어서라도 2학기를 다니려고 알바에 지원했다. 은둔생활을 오래 했던 나는 적응이 힘들었다. 알바를 그만뒀다. 중도 휴학을 했다. 그 후로 내가 갈 수 있는 공간은 정말 방뿐이었다.
그 이후론 기억이 생생하게 난다. 매일 울면서 지금 잠들면 일어나지 않도록 해달라고, 신이 있다면 제발 날 죽여달라고 기도하면서 잠들었거든. 지독히도 깊은 우울로 빠졌었던 난 죽고 싶은 게 아니었다.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았을 뿐.
그때 내가 방 안에 할 수 있는 건 단 하나였다. 일기 쓰기. 매일 누워있던 나였지만, 조금이라도 에너지가 생기면 책상 앞에 앉아서 일기를 썼다. 지금 너무 힘들다고 일기장에 투정 부리면서도 나는 분명 이겨낼 수 있을 거라고 나에게 세뇌하듯 썼다. 그렇게 일기를 한참 쓰다가 문득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도, 내가 잘하는 것도 알지 못한다는 걸 알게 됐다. 내 취미와 특기를 찾고 싶어졌다. 그래서 하고 싶은 걸 기록했다. 읽고 싶은 책, 보고 싶은 영화를 적었다. 내가 알고 있는 책과 영화는 몇 개 없었다. 인터넷에서 명작을 찾아서 기록했다. 기록한 걸 하나씩 찾아보기 시작했다. 매일 방 안에만 있던 내가 용기를 내서 영화관에 갔다. 도서관에 찾아갔다. 책을 읽었다. 재미있더라. 그래서 더 살고 싶어졌다. 사실 용기가 없어서 하지 못했던 말이었다. 그 날 나는 살고 싶다는 말을 일기장에 처음으로 썼다.
할 수 있던 게 일기 쓰는 거밖에 없어서 일기장으로 도망쳤던 나는, 일기를 쓰면서 다시 살고 싶어졌다.
이랬던 내가 은둔생활을 완전히 마무리하고, 학교도 졸업하고 멋지게 취직했다는 말로 이야기를 마무리 지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건 아니다. 그 후에도 휴학을 했다. 물론 복학해서 학교 생활도 했다. 작년엔 다시 휴학을 하고 시험 준비를 시작했다. 지금은 시험 준비를 접고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려고 한다. 스무 살의 나처럼 내가 뭘 좋아하는지, 뭘 잘하고 싶어 하는지 알아보고 싶다. 이제는 예전처럼 혼자이고 싶지 않아서 이곳에 가입하고 글을 쓴다. 함께 해줄 동료들을 찾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