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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한국사회가 은둔고립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다룰 것인가?

외할머니
2024-09-23
조회수 446

어제로 서울시 은둔고립 부모교육 1기 강좌가 마무리되었습니다. 

현재 부모교육 2기가 진행중이며, 10월초 시작되는 3기 참여자도 모집중입니다.


일본과 달리, 은둔고립 청년 당사자들이 직접 지원서비스를 신청하는 비율이 높고

초기 지원서비스 이용 청년 중에는 국내 모든 지원조직들을 섭렵해 온 분들도 많은 상황이나,


정작 은둔청년의 부모님들이 가족의 솔직한 상황을 오픈하며 교육에 응하실지 사전에 걱정도 많았었습니다.


그런데 어제 평가공유회에서 다수의 부모님이 

"자녀의 은둔탈출을 어떻게 도울지 알고자 교육을 참여했는데

교육과정에서 다음세대의 상황을 이해하고 각자가 보여온 가족 내 태도들을 성찰하게 되었고, 그러자 자녀에게도 변화가 나타났다.

자녀와의 관계 뿐 아니라 부부관계까지 변화하는 계기였다.

우리 아이 '때문에' 시작해, 우리 아이 '덕분에'를 얻었다"는 소중한 말씀을 주셨습니다.

그리고 변화 유지를 위한 사후 자조모임도 결의하셨습니다.


우리 은둔고립 청년들과 지원가들이 그토록 바라던 

가족, 특히 부모님들의 공감과 응원이 확산되리란 기대에 가슴이 뛰었습니다.

부모님들의 용기와 부모다움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제 두두님들께 두 번째 걸음을 위한 화두를 던지고 싶습니다.

우리 은둔고립 청년들의 입장에서 보면, 

부모님이나 가족, 직장 동료 등 사회구성원들은 '환경'이자 동시에 '함께 변화해야 할 당사자'입니다.

그럼에도 가장 핵심의 변화 주체는 은둔고립 청년 당사자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당사자들에게 은둔고립 문제는 어떻게 이해되고 다루어져야 할까요?


은둔이나 고립 경험 자체를 마치 신체적 정신적 장애처럼 평생 자신이 규정당할, 변화불가한 리스크로 여겨야 할까요? 

그래서 장애인복지에 준하는 정부의 '장기적' 생계지원을 요구해야 할까요? 


부모님이 사과하고, 서울시장과 복지부장관이 시도별 센터까지 만드니 어찌 되겠지 하며 방관해도  

대한민국에서 은둔고립 문제를 양산하는 원인이 사라질까요?   


전국의 은둔고립 청년 54만명 중 1%에도 못미치는 정부지원서비스 대상규모 (2024 서울시 정책목표 800명, 복지부 4개 시범기관 

합산 목표 2천명)에도 불구하고, 

두더집에서의 회복과정을 잘 수행하고도,

공공과 민간의 지원서비스를 장기 중복수령(독식)하는 태도로 각자 방어전을 치르는 게 맞을까요?

 

혹은 은둔고립의 문제가 개인의 기질적 원인만이 아니고, 

각자도생을 내면화시킨 교육/경제 구조의 영향이자 sns 비지니스가 만든 비교와 좌절, 불안을 심화시킨 사회문제이니  

주류적 질서를 잘 못 만들고 악용한 부모, 선생님, 직장 선배 등을 탓하고 회피하며  

'내가 내 인생의 주도권을 갖고 만드는 나의 안전과 행복을 위한 한걸음'조차 유보해도 되는 걸까요?


올해들어 부쩍 이런 질문들을 많이 하게 됩니다.

위 어느 것도 그 자체로 탐탁치 않기에 매일 밤낮으로 고민이 깊어집니다.


대한민국은 유별난 Top-Down 사회입니다.

시민사회에서 은둔고립이라는 사회문제를 발견하고 사명과 헌신으로 솔루션을 개발하여 여론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공공이, 

그것도 생활권 단위의 기초 지자체가 아니라 광역 지방정부와 중앙정부에서 

마치 시민사회랑 주도권 경쟁을 하듯, 세금(예산)을 몰빵해 전달체계(센터) 하나를 세워서는 

기존의 다양한 솔루션 실험 주체들이 지속가능성을 고민하게끔 지원 생태계 자체를 위협합니다.


서울시가 26억원을 몰빵할꺼면 서울시를 4~5개 권역화하여 청년 접근성이 높은 모임터 공간을 만들고 지역사회랑 공동대응하면 좋으련만,

평일 9시부터 6시, 은둔청년들이 출퇴근 시민들로 붐비는 지하철을 타고 기지개센터를 오가며 공황발작이라도 일으킬까 걱정됩니다.

씨즈 두더집이야 작은 비영리 법인이라 공간조성에 한계가 있었지만... 서울시가 왜 '그 다음'을 안하는지 안타까울 뿐 입니다.

    

일본의 히키코모리 지원체계는 기초 지자체 단위에 1개의 청년자립센터와 1개의 히키코모리지원센터, 그리고 

3-4개의 다양한 솔루션 조직(히키코모리 스테이션)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인구 1천만명인 광역에 1개센터가 아닙니다.

영국의 외로움부장관은 '고립에서 연결된 사회로'를 표방하며 마을단위 공공의료체계(NHS)에서

의료적 처방이 아닌 사회적 처방을 위해 마을의 시민사회 조직, 사람, 공간들을 커뮤니티링커로 외로움 타파에 모두 나서게 하고 있습니다.

 

민간 공익법인 씨즈에서 정부지원없이 만든 국내 유일의 은둔고립청년 온오프라인 회복공간 두더집과 두더지땅굴이

각각 3년차에 접어들면서 이용회원 연인원이 각기 2천명을 넘어섰고, 

민관 은둔고립 지원조직 중에서 가장 신규 은둔청년 발굴이 활발하고 통합적 솔루션을 보유한 조직이라는 자부심도 갖지만,


한편 아직도 국내엔 (그리고 히키코모리 종주국 일본조차)

은둔고립의 원인별, 시작 시기별, 정신건강 문제의 보유 정도별, 역량별... 차이를 고려한 솔루션 패키징이 미흡하고,

은둔 예방, 치유가 가능한 사회로 나아갈 메타담론이나 실행전략이 부재하며

마을의 청년공간이나 공동체가 은둔고립 시민들과 연결되는 커뮤니티케어의 철학, 사례도 미미함에 한계를 느낍니다.  


지금과 같이 획일적이고 하향평준화된 전달체계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지금과 같이 비협치적 상황에서는 공공과 협력할 솔루션 실험조직이 출현하기도 지속가능할 수도 없습니다.

지금과 같이 은둔탈출 서비스를 이용한지 3년, 아니 5년된 청년조차 5일차인 청년과 동일하게 대우하(받)고자 하는 상황에선

당사자의 절박함이 만드는 '나로 부터의 변혁'조차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다행히 씨즈의 서울두더집이 있는 은평과 제주두더집에서 

'지역공동체가 가진 사회자본을 은둔고립청년에게 공유하며 함께 대안적 삶과 일을 만드는 실험'을 시작했고,

특히 제주의 생태적 치유환경과 지역공동체들의 환대와 연대에 청년들이 놀라운 변화를 시작하여

왜 영국에서 그린&블루 사회적 처방에 집중하는지 확인하고 있습니다.


씨즈는 2010년 이후로 줄곧 사회문제의 해법을 혁신하고 실험해온 조직입니다.


지난 4년간, 특히 올 3~4월로 예고했던 서울시의 기지개센터나 복지부 시범센터 개소가 지체된 올해 9월까지

씨즈와 민간 지원체들이 공공의 사각지대를 메꾸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우리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 센터들이 개소해 민간기관의 5배가 넘는 인력 규모를 자랑하는 바,

장기 심리상담이나 청년 일반의 트랜드에 맞춘 다양한 교육프로그램 수강, 무료 친목공간 등이 필요하신 분들은 

서울시 기지개센터를 적극 이용하시길 권합니다.                


그리고 작은 비영리 조직인 씨즈 두더집은 

한국형 은둔고립의 원인 해소와 현실가능한 해법에 도전하는 청년들, 가족들의 집념어린 실험터이자,

시민적 권리와 사회적 책무가 조화를 이루어 은둔 당사자와 커뮤니티가 함께 변화하는 공동체적 생산을 계속하겠습니다.


이 과정에서 저희의 철학과 역할에 동의하고 신뢰해주신 두두님들의 성장과 안전한 관계에 더 몰입하겠습니다. 


언젠가 저희의 화두가 예각화되어 토론될 날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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