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수다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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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2.월] 변화

Hyejin
2024-07-23
조회수 140

 우와 10시간 잤다. 여독(여행으로 말미암아 생긴 피로나 병)을 풀기 위한 잠이었겠지만 또 예전으로 돌아간 건가 하는 생각이 든다.

 느지막이 일어나 밥도 먹지 않고 제주도 9일차 글을 썼다. 낮에 쓰는데도 감정이 생기는 놀라운 경험을 하면서 글을 마무리한 뒤 밥을 먹었다.


 어제 뭔가 달라짐을 느낀 게 있었다. 바로 아빠의 태도. 뭔가 더 신경 써 주는 말을 해 주고 집안일도 도와줬다.


 아빠는 올해 3월에 퇴직해 실업 급여를 받으며 생활하고 있는데 그간의 힘듦을 보상 받으려는 듯 여유로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보고 싶은 티비 프로를 마음껏 보며 나가고 싶을 때마다 나가 운동을 한다. 그런 활동 중에는 '주식'도 있었다.

 주식으로 몇 차례(?) 돈을 날린 경험이 있어서인지 엄마는 이를 너무도 싫어했다. 아빠가 번 돈으로 하는 거라 완전히 다 막을 수는 없겠지만 엄마는 퇴직금만큼은 넣지 않기를 바랐던 것 같다. 남동생이 결혼하면 월세로 시작할 걸 염려해 집을 구하는 데 보태 주고자 그것만큼은 넣지 말기를 바랐던 것 같다. 아빠도 그러겠다고 약속한 것 같은데, 아빠는 이를 어겼다.

 퇴직금 전부를 주식에 넣었고, 일정 금액을 잃었다. 이를 알면 엄마가 난리 칠 걸 알기에 이를 숨기다가 엄마에게 발각되었다.

 그때부터 엄마는 아빠와 대화하지 않고 잠도 같이 안 잔다. 신뢰를 잃은 마당에 뭐가 더 필요하랴. 엄마는 남동생이 결혼하면 이혼할 거라 하였다.


 엄마는 우리를 위해 여전히 일 끝나고 밤 9시 넘어 들어오면 요리부터 한다. 다음 날 먹을 걸 다 만들어 놓고, 유일한 낙인 트로트 프로그램을 보고 잠을 청한다.


 우리만 생각하며 정말 쉬지도 않고 일하며 집안일까지 다 하는 엄마가 너무 불쌍했다. 엄마의 인생이 보상 받기는커녕 점점 더 힘들어지는 것 같아서, 힘들게 하는 것 같아서 너무 싫고 아팠다. 그래서 아빠를 미워했다. 내가 자리를 잡지 못해 엄마가 힘든 것도 있겠지만 아빠가 주는 스트레스도 작지는 않았기에.


 '나'라도 집안일을 안 하면 이 모든 걸 엄마가 다 해야 했기에, 지금껏 그래 왔기에 늦게나마 집안일을 돕고 있다. 엄마가 조금이라도 더 쉬었으면 하는 마음에.


 그렇게 모두가 싫어하는 줄 알면서도 아빠는 주식을 계속했다. 잃은 걸 만회해야 한다는 생각에 주식 방송이며 유튜브까지 매일 보며 공부했다. 제주도 가기 전까지만 해도 그런 행태가 지속되었는데, 어제 뭔가 달라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게 뭔지는 아래 글을 보고 알 수 있었다.

엄마 화장대에 둔 아빠의 편지글

 미워하는 감정은 말이나 행동으로 표현된다. 모든 걸 다 하는 엄마와 아무것도 안 하는 아빠가 비교되면서 철저히 아빠를 고립시켰다. 아빠가 있는 공간에서는 귀마개를 꼈으며, 말을 안 했고, 뭔가를 물을 때면 화를 내며 대답했다. 아빠와 함께하는 공간에선 난 철저히 '버럭이'가 되어 있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아빠가 너무도 외롭고 힘들 걸 알기에 이렇게밖에 행동 못하는 자신이 미웠다. 기분이 안 좋을 때면 이런 게 복합적으로 작용해 또 아무것도 안 하고 잠만 잤다.


 어떤 계기로 아빠가 마음을 돌렸는지는 모르겠다. 주식 관련 모든 걸 삭제하고 돈도 뺐다고 하는데 엄마는 아직 이를 믿지 못하는 것 같다(이에 대해 엄마와 이야기를 나눠 본 게 아니라서 잘 모르겠다).

 어쨌거나 아빠는 주식으로 보낸 시간을 이젠 우울 관련 정보를 모으는 데 쓴다고 했다(직접적으로 들은 건 아니지만). 주식할 시간에 여동생에게 신경 좀 써 줬으면, 다른 부모님처럼 관련해서 활동하거나 책을 읽었으면 싶었는데 내가 바라던 대로 아빠는 마음을 먹고 조금씩 시작을 하는 것 같다. 이런 마음을 주심에 감사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으나 가족이 더불어 잘 살아갈 수 있는 방향으로 흘러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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