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수다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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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0.월] 0610

Hyejin
2024-06-11
조회수 72

 오늘도 쿠팡 알바를 나갔다. 일용직은 아침마다 목걸이 사원증을 주는데 거기에는 사물함 번호가 적혀 있다. 이렇게.

 그런데..! 오늘 날짜의 번호를 받았다. 그것이 뭐 그리 의미 있겠냐마는, 내게는 의미가 컸다. 오늘은 내 생일이었기에. 마치 생일을 축하해 주는 듯해서 신기했다. :)

(그리고 관리자 분께서 음료수를 주셨다. 정말 감사했고 맛있었다..! 나도 뭔가 드리고 싶었는데 잘 마셨다는 인사조차 못했다..에효)


 아빠는 '왜 생일인데 일하러 나가냐고 이런 날은 좀 쉬지'라며 지나가는 소리로 말을 하였는데, 생일이라고 해서 크게 의미를 두고 싶지 않았다. 일이라도 안 하면 또 시간을 허비할 것 같았기에 일을 지원하는 데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나는 으레 주는 걸 좋아하고 받는 걸 부담스러워했기에 그동안 내가 무언가를 주었던 건 정말 마음에서 우러나온 행동이었다. 그러니 give and take가 되지 않더라도, 그냥 나만 주는 거라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본심은 그게 아니었나 보다.

 기억력이 그렇게 좋은 것 같지는 않지만 유독 친구들 생일만은 한 번 들으면 잊혀지지 않았다. 그래서 때마다 생일 축하 문자를 보냈고, 마음이 동하면 선물까지 보냈다. 하지만 막상 내 생일이 되면 아무것도 없었다. 물론 메시지를 보내 주고 간혹 선물을 주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 드는 아쉬움은 내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그래서 생일이 되면 싫었다. 기대하고 싶지 않은 기대를 해서 실망하게 되는 일이 발생하니까. 분명 내가 좋아서 준 건데, 받기를 바라서 준 게 아닌데 내심 무언가를 바랐나 보다.


 이런 옹졸한 마음은 오늘도 나를 힘들게 했다. 그래도 감사한 건 그 속에서도 축하해 주는 이는 있다는 것. 내가 주었던 그 모든 이가 아니더라도, 이렇게 마음을 써 주는 이가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감사했다.

 그중에서는 내가 드린 적도 없는 그런 분들, 오히려 내가 받기만 한 그런 분들이 이렇게 챙겨 주시면 죄송하면서도 감사했다.

 감정적으로 힘들 때마다 잠수를 탔고 최근에도 그런 상태였다. 이 자매님께서는 그럴 때마다 늘 걱정해 주시며 힘을 주셨다. 한 번은 힘내라고 기다리고 있겠다며 마카롱을 선물해 주셨는데, 내가 '선물 거절하기'를 눌렀다. 안 주셔도 된다고. 그분의 성의였을 텐데 그 마음을 무시했다. 그래서 한 번 이런 상황이 있었기에 이번에는 꼭 받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하셨다. 참 감사하다..


 집에 왔는데 아빠가 "케이크라도 사 줄까?"라고 말했다. 그 말에 "됐어. 괜찮아"라고 말했지만 내심 서운했나 보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하는 그런 말은 내 기분을 더 안 좋게 했다. 참 나도 나지. 바라는 거 없다면서 참 많이도 바란다.

 이래저래 감정이 안 좋아 또 동생한테 화풀이를 했다. 동생이 무슨 죄랴. 늘 감정대로 행하는 탓에 동생한테는 늘 미안하다.


 설거지하기 전 이어폰을 가져오려고 방으로 들어갔는데 평소에 가벼웠던 가방이 묵직했다. 들어보니 선물이 들어 있었다.

 내가 필요한 것들만 골라서 담은 그 선물은 여동생이 준비한 것이었다. 미안했다. 그리고 고마웠다. 앱테크로 정말 알뜰히 모은 돈일 텐데 언니 생일이라고 이렇게 챙겨 주다니... 감동이었다.

 그리고 이어서 남동생이 옷 좀 사 입으라고 상품권을 주었다. 올해는 그냥 넘길 줄 알았는데 역시나 챙겨 준다. 고마웠다.

 그리고 엄마도 생일이라며 어제 미리 내가 좋아하는 반찬이며 미역국을 해 놓고 갔고, 오늘은 고기와 회를 사 들고 왔다. 미안하고 고마웠다.


 평범한 일상 속에 기념일을 만드는 게 싫었다. 그날을 의미 있는 날로 생각하기 싫었다. 실망하는 순간이 더 많았으니까. 그렇지만 그 속에서도 나를 위로해 주는 순간들은 있었다. 위로는 물질이 주지 않는다. 그저 마음이, 나를 생각해 주는 그들의 마음이 고마웠기에 위로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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