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목요일까지 가족피정이 이어지고, 늘 그렇듯 저녁을 먹은 뒤, 내면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주제는 '내가 멈춰 있는 곳과 앞으로 나아갈 길'로, 그림이나 글로써 자기 생각을 표현하였다. 같은 주제인데 전혀 다른 이야기가 나옴에 신기해 하면서 내 이야기를 꺼내었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되는 대로 살아가던 아이였기에 대학 갈 나이가 되었을 때 하고 싶은 게 없었다. 그래서 엄마가 원하는 안정적인 직업인 공무원이 되려고 1학년부터 고시반에 들어가 내리 공부만 하였다. 공부가 당연한 줄 알고 제대로 맘편히 쉬지도 못하고 살았지만 결과는 매번 낙방이었다. 워낙 공부를 잘하던 사람이 아니었기에 그런 게 당연하다고 자신만을 탓하며 그렇게 이도저도 아닌 20대를 보냈다. 그러니 공부가 잘되는 날이 드물었고, 그때부터 모든 걸 다 놓고 아무것도 안 하는 슬럼프를 겪게 되었다.
이렇게 아무것도 안 했다가 다시 도전했다가를 반복해도 결과는 없었지만 그동안 해 온 관성이 있었기에 또다시 시험 준비를 하였다. 그런데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과연 합격하여 공직 생활을 하면 내 삶은 행복할까?'
답은 '아니.'였다. 그때가 29살 무렵이었다.
20대 후반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내가 누구인지 돌아보기 시작했다. 어떤 사람이며, 무얼 할 때 행복하고 또 잘하는지. 워낙 스스로에 대한 기대치가 많이 낮아져 있는 상태라,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존재로 인식되었다. 사회에서 아무 가치 없는 인간.
'잘하는 거? 그게 뭐야.. 내게 그런 게 존재하기나 하겠어?'
그래도 어떻게든 돈은 벌며 살아야 했기에 부단히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찾기 시작한다. 열심히 일을 하며 영어 공부도 해 보고 등등. 근데 그때까지만 해도 난 '보통의 삶'이란 그저 나이에 맞게 살아가는 것, 그러니까 '제때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하여 자리를 잡고 결혼을 하여 한 가정을 꾸리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럼에 나도 거기에 맞게 살아가려면 (대학은 졸업했으니) 어디든 취업부터 해야 했는데, 이력서를 쓸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저 내가 오래 지속할 수 있을 일만 찾을 뿐. 사실 그러는 데에는 현실을 마주하는 데에서 오는 불안함도 한몫했다. 그때까지 내가 했던 거라곤 공무원 시험 공부밖에 없었기에 끽해야 엑셀 자격증만 두어 개 있었을 뿐 토익 점수조차 없었고, 잠깐 취업했던 사무직은 최대 한 달밖에 버티지 못했기에 그런 자신이 초라해 더 이력서를 쓰려 하지 않았다.
'나 같은 사람을 써 줄 회사가 어디 있겠어.'
'사람마다 한 가지는 잘하는 게 있다는데, 이런 나라도 잘하고 좋아하는 게 있지 않을까? 그리고 지금은 보이지 않지만 어딘가엔 분명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품고 여러 도전을 해 오다 여기 제주까지 내려오게 되었다.
(...)
제주에서 지낸 지 1년이 넘은 지금, 육지에서는 경험하지 못한 환경을 접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쓸모'라는 개념을 다시 정의하였다. 그리고 내가 지칭하는 '보통의 삶'을 살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20대 후반부터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기로에 멈춰 있었다. 그리고 이는 제주에 오고 나서 '그 길이 꼭 주류의 삶이 아니어도 됨'을 깨닫게 되었다. 하기 싫은 일을 하며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몇 백을 버는 삶이 아니어도, 단지 너무나 적은 돈일지라도 그렇게 사는 삶이 내게 평안을 준다면 그걸로 되었지 싶었다. '적게 벌고 적게 쓰는 삶,' 그리고 나머지 시간엔 나눔을 실천하는 그런 삶이 내게 행복이라면 그렇게 살아가도 되지 싶었다.
그 갈림길 앞에서 보이지 않던 방향이, 제주에서 '안혜진'이라는 사람을 마주하게 되면서 조금씩 그려졌다. 앞으로 내가 나아갈 길은 '그런 길'이라는, 은연중 했던 생각이 오늘 이야기 나눔을 통해 윤곽이 그려졌다. 아직은 최소한의 벌이를 어떻게 마련할지 정해진 바가 없지만 내년부터 있을 청년학교를 통해 그 윤곽이 더해지길 바라본다. 그리고 이런 삶도 있음을 책을 통해 전하고 싶다.
'내가 멈춰 있는 곳과 앞으로 나아갈 길'
아직은 막연하지만 뭔가 좀 더 정리된 것 같아 좋다. 이래서 이야기 나눔 시간이 좋고 소중하다. 이 하루에 감사를ㅡ.
오늘부터 목요일까지 가족피정이 이어지고, 늘 그렇듯 저녁을 먹은 뒤, 내면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주제는 '내가 멈춰 있는 곳과 앞으로 나아갈 길'로, 그림이나 글로써 자기 생각을 표현하였다. 같은 주제인데 전혀 다른 이야기가 나옴에 신기해 하면서 내 이야기를 꺼내었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되는 대로 살아가던 아이였기에 대학 갈 나이가 되었을 때 하고 싶은 게 없었다. 그래서 엄마가 원하는 안정적인 직업인 공무원이 되려고 1학년부터 고시반에 들어가 내리 공부만 하였다. 공부가 당연한 줄 알고 제대로 맘편히 쉬지도 못하고 살았지만 결과는 매번 낙방이었다. 워낙 공부를 잘하던 사람이 아니었기에 그런 게 당연하다고 자신만을 탓하며 그렇게 이도저도 아닌 20대를 보냈다. 그러니 공부가 잘되는 날이 드물었고, 그때부터 모든 걸 다 놓고 아무것도 안 하는 슬럼프를 겪게 되었다.
이렇게 아무것도 안 했다가 다시 도전했다가를 반복해도 결과는 없었지만 그동안 해 온 관성이 있었기에 또다시 시험 준비를 하였다. 그런데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과연 합격하여 공직 생활을 하면 내 삶은 행복할까?'
답은 '아니.'였다. 그때가 29살 무렵이었다.
20대 후반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내가 누구인지 돌아보기 시작했다. 어떤 사람이며, 무얼 할 때 행복하고 또 잘하는지. 워낙 스스로에 대한 기대치가 많이 낮아져 있는 상태라,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존재로 인식되었다. 사회에서 아무 가치 없는 인간.
'잘하는 거? 그게 뭐야.. 내게 그런 게 존재하기나 하겠어?'
그래도 어떻게든 돈은 벌며 살아야 했기에 부단히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찾기 시작한다. 열심히 일을 하며 영어 공부도 해 보고 등등. 근데 그때까지만 해도 난 '보통의 삶'이란 그저 나이에 맞게 살아가는 것, 그러니까 '제때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하여 자리를 잡고 결혼을 하여 한 가정을 꾸리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럼에 나도 거기에 맞게 살아가려면 (대학은 졸업했으니) 어디든 취업부터 해야 했는데, 이력서를 쓸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저 내가 오래 지속할 수 있을 일만 찾을 뿐. 사실 그러는 데에는 현실을 마주하는 데에서 오는 불안함도 한몫했다. 그때까지 내가 했던 거라곤 공무원 시험 공부밖에 없었기에 끽해야 엑셀 자격증만 두어 개 있었을 뿐 토익 점수조차 없었고, 잠깐 취업했던 사무직은 최대 한 달밖에 버티지 못했기에 그런 자신이 초라해 더 이력서를 쓰려 하지 않았다.
'나 같은 사람을 써 줄 회사가 어디 있겠어.'
'사람마다 한 가지는 잘하는 게 있다는데, 이런 나라도 잘하고 좋아하는 게 있지 않을까? 그리고 지금은 보이지 않지만 어딘가엔 분명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품고 여러 도전을 해 오다 여기 제주까지 내려오게 되었다.
(...)
제주에서 지낸 지 1년이 넘은 지금, 육지에서는 경험하지 못한 환경을 접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쓸모'라는 개념을 다시 정의하였다. 그리고 내가 지칭하는 '보통의 삶'을 살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20대 후반부터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기로에 멈춰 있었다. 그리고 이는 제주에 오고 나서 '그 길이 꼭 주류의 삶이 아니어도 됨'을 깨닫게 되었다. 하기 싫은 일을 하며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몇 백을 버는 삶이 아니어도, 단지 너무나 적은 돈일지라도 그렇게 사는 삶이 내게 평안을 준다면 그걸로 되었지 싶었다. '적게 벌고 적게 쓰는 삶,' 그리고 나머지 시간엔 나눔을 실천하는 그런 삶이 내게 행복이라면 그렇게 살아가도 되지 싶었다.
그 갈림길 앞에서 보이지 않던 방향이, 제주에서 '안혜진'이라는 사람을 마주하게 되면서 조금씩 그려졌다. 앞으로 내가 나아갈 길은 '그런 길'이라는, 은연중 했던 생각이 오늘 이야기 나눔을 통해 윤곽이 그려졌다. 아직은 최소한의 벌이를 어떻게 마련할지 정해진 바가 없지만 내년부터 있을 청년학교를 통해 그 윤곽이 더해지길 바라본다. 그리고 이런 삶도 있음을 책을 통해 전하고 싶다.
'내가 멈춰 있는 곳과 앞으로 나아갈 길'
아직은 막연하지만 뭔가 좀 더 정리된 것 같아 좋다. 이래서 이야기 나눔 시간이 좋고 소중하다. 이 하루에 감사를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