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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1.30.일] 느슨한 삶

Hyejin
2025-12-01
조회수 64

 결혼식 시작 전 그동안의 추억을 짜깁기한 사진이 노래와 함께 흘러나온다. 요즘 어느 결혼식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으로, 남동생의 결혼식(25년 11월 8일)도 다르지 않았다.

 내가 알던 남동생이 맞나 싶을 정도로 사진 속 그 모습은 참 낯설게 보였다. 그리고 한편으론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것이 '보통의 삶'인가? 그나저나 결혼하려면 사진을 많이 찍어 두어야 하는구나.'


 내게는 낯선 이런 것들은 이 세상에선 '흔한' 모습이었고, 그것이 '제대로 살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 같았다. 대학을 졸업하고 어렵게 취업의 관문을 뚫어 그곳에서 자리잡고. 야근을 밥 먹듯 하면서도 돈을 모으기 위해, 사랑하는 이와 함께 휴가를 떠나기 위해, 아님 다른 야망을 위해 그렇게 참고 참으며 (아니면 자신의 능력을 즐기며) 그렇게 살아가는 삶이 '보통의 삶'이라, 사진 속 그들의 모습이 말해 주는 듯했다. 그럼에 엄청난 괴리감을 느꼈다.


 아주 측근의 결혼식을 곁에서 바라보니 결혼하면 으레 '해야만 한다.'라는 그런 의식들이 너무나 불편하게 느껴져 그 자리를 얼른 벗어나고만 싶었다.


(...)


 이 나이 먹도록 자리도 못 잡고 있는 나는 그들에게 그저 '아이고.'의 대상이 된다. 내가 20대 내내 공무원 준비를 할 적에 명절에 큰집을 갈 때마다 공무원이었던 둘째 큰아버지는 내게 어디를 지원했는지 공부는 잘 되고 있는지를 꼭 물어보셨다.

 시간이 흘러 가망이 없다는 게 드러나자 그런 물음은 온데간데없어지고 그저 인사만 건네었다. 아무것도 묻지 않음은 되려 내게 또다른 거리낌을 주었다.


 '난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되었구나.'


 예전에는 이렇게 생각했다. 지금 무얼 하고 있다 한마디 못하는 나를 '아무것도 아닌 존재'로 인식했다. 그들도 그렇게 바라봤고, 스스로도 그렇게 여겼다.

 취업이라는, 내겐 무시무시하고 하기 싫은 그 관문을 계속 피한 결과, 난 주류에 끼지 못했다. 내가 지칭하는 그 '보통의 삶'과 계속 동떨어질 뿐. 그럼에 이제는 이렇게 살면 안 된다며 무엇이든 하자 다짐했지만 끝내 이력서는 쓰지 않았다. 분명 초조했지만 이상하게 이렇게 사는 게 싫지 않았다. '최소한만 벌고 쓰고 하는 삶'이 내겐 맞다 싶었다.


(...)


 나는 컴퓨터 앞에 앉아 하루 종일 모니터를 바라보는 것보다 움직이며 일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게 남을 도울 수 있는 일이면 더할 나위 없이 좋고, 혼자 집중할 수 있는 일이면 잘 해낼 수 있다.

 제주에서 해 온 텃밭 작업이나 돌집 작업은 이러한 내 성향에 딱 맞았고, '이러한 삶도 좋겠다.'라는 신선한 바람을 일으켜 주었다.


 내년 1월부터는 제주에서 청년 학교가 진행된다. 씨즈 이사장님께서 새로 기획한 프로그램으로, 소수 인원의 은둔고립 청년들이 장기간 함께하여 빠른 변화를 꾀하고자 한다. 동생은 당연히 참여할 것인데 나는 어찌 할지 망설였다. 당장 나는 취업을 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었고, 그러면 동생도 나와 떨어져 있는 시간이 많으니 내게 의존하는 것에서 조금씩 벗어나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솔직한 마음으로는 나도 청년 학교에서 하는 돌집 과정이며 여러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싶었다.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또다른 회피로 생각되지만 이렇게 살아가는 게 스트레스 없는 삶이라면 그 시작을 주저하고 싶지는 않았다. 이 세상에는 여러 모습의 삶이 있고, 그건 꼭 '보통의 삶'이 아니어도 괜찮으니까.


 그냥 흘러가는 대로 이런 삶을 살아보려 한다. 그런 느슨한 삶이 비록 경제력은 보태 주지 못하지만 내 마음이 편하면 다이기에, 이런 삶에 흘러가 보려 한다. 그런 느슨한 삶 속에 나를 찾는 여정을 꾸준히 기록하여 책으로 낸다면 재미지겠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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