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쓴이: 쵸우
늘 궁금했던 게 있어. 나 같은 히키들에게 있어 학교란 어떤 존재일까?
나만 그렇게나 학교가 싫었고, 답답했고, 끔찍했을까?
나는 매일같이 일어나 학교에 나간다는 게 너무너무 힘들었어. 초등학생 때부터 말이야.
중학교 때부터 꾀병으로 결석하거나 조퇴하는 일이 잦았고, 고등학교 때부터는 무단결석도 하기 시작했어.
그렇다고 내가 일진이거나 비행 청소년인 것은 아니었어. 나는 오히려 학교에서 별로 눈에 띄지 않는 조용한 학생이었지.
그런 내가 어느 날 아침에 눈을 떴더니, 도저히 자리에서 일어나 씻을 마음이 들지 않고 눈물만 줄줄 나더라.
손가락 하나 까딱하고 싶지 않았고, 머릿속으로 ‘어떻게 하면 학교를 빠질 수 있을까?’ 그 생각만 계속했어.
등교 시간이 다가오니 가슴은 쿵쿵 뛰고, 불안함에 몸이 덜덜 떨리는데도 도저히 일어날 수가 없었어.
‘어디 차도에 뛰어들어서 팔다리가 부러지기라도 하면 학교를 쉴 수 있을 텐데.’ 그런 생각만 했어.
지금은 그게 우울증이었다는 걸 알지만, 그때에는 내가 너무 한심하기만 했지.
학교는 ‘당연히’ 가야 하는 것이고, 그 밖에는 다른 어떤 선택지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어.
다들 잘만 다니는 학교를, 왜 나만 이렇게 못 견뎌낼까? 나는 뭐가 문제일까? 마냥 그런 생각을 했었지.
하루 이틀 정도는 어떻게 꾀병으로 잘 넘겼어. 하지만 기간이 늘어가니 점점 일이 커지기 시작하더라.
결국 나는 울면서 학교에 다니고 싶지 않다고 부모님에게 호소하기 시작했어.
당시 내 아버지는 아주 엄했지만, 어떤 방법으로도 나를 설득할 수 없다는 걸 알자 무거운 표정으로 내게 타협안을 하나 제시했어.
‘자퇴는 절대 안 된다, 최소한 방송통신고등학교에 다녀라.’라고 말이야.
히키들아, 방송통신고등학교에 대해 알고 있니?
나도 몰랐던 건데, 그곳에서는 한 달에 한두 번 정도만 학교에 출석하고, 나머지 수업은 온라인으로 수강을 할 수가 있더라.
원래는 학업을 제대로 이수하지 못한 우리 부모님 세대 같은 분들을 위해 만들어진 곳인 듯해.
그분들이 직장을 다니면서도 졸업장을 딸 수 있도록 말이야.
전학을 가 보니, 과연 학생들 대부분이 내 부모님 나이뻘이었지. 내 또래들은 아주 많지는 않았지만, 드문드문 보였어.
개중에는 뭔가 사고를 쳐 반강제로 전학을 오게 된 일진 같은 아이들도 있었고, 그냥 나처럼 얌전하고 조용해 보이는 아이들도 있었어.
서로 사정을 묻지 않았기에 자세한 건 모르지만 말이야.
사실 나는 그렇게 방통고에 가길 잘했다고 생각해. 그땐 내 우울증이 너무 심했기 때문에, 검정고시를 봤더라면 공부를 하나도 못 하고 떨어졌을 것 같아.
우리 집은 날 학원에 보내줄 만한 경제력도 없었고 말이야.
그러니 혼자 검정고시 공부를 해낼 자신이 없는 히키들에게는 방통고라는 선택지도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네.
아무튼 그곳에서는 아무래도 일진 같은 아이들이 많아서인지, 선생님들조차도 거기 오는 십 대들을 별로 좋게 생각하지 않는 눈치였어.
모든 방통고 선생님들이 그렇진 않겠지!
일반 고등학교에도 좋은 선생님이 있는 반면에 나쁜 선생님도 있는 것처럼 말이야.
그저 내가 갔던 곳에서는 선생님들이 다소 십대들에게 쌀쌀맞았고, 내가 힘들어서 전학을 왔다고 해도 그냥 ‘게을러서 학교 가기 싫었던 아이’ 취급하는 느낌이었어.
내가 ‘사정이 있어서 여기에 왔다.’라고 하자 당시의 담임 선생님이 코웃음을 치던 게 생각나.
교육계에 몸담고 있는 선생님들조차도, 이런 곳에 온 나 같은 학생을 이해해주지 못하는구나. 세상의 인식이란 게 정말 이렇구나. 라는 걸 그때 막연히 느꼈던 것 같아.
부모님이나 선생님들은 내가 자퇴하고 싶다고 했을 때, 학교 밖 청소년들이 겪는 문제에 관해 이야기하며 날 잔뜩 겁주고 으름장을 놓았어.
내가 일반계 고등학교를 나오지 못하면, 그 사실이 날 평생 꼬리표처럼 따라다닐 거라는 듯이 말이야.
아마 학생이 한 번 그렇게 학교 밖으로 나가면 계속해서 엇나갈까 봐 걱정스러운 마음에 그런 말을 하기도 했었을 거야.
하지만 아직도 ‘그런 식으로밖에 이야기해줄 수 없었을까?’라는 의문은 여전해.
이를테면 자퇴 문제로 한창 옥신각신하던 때에, 어느 수학 선생님이 누가 봐도 날 저격하는 듯한 이야기를 들려준 적이 있거든.
자퇴가 얼마나 ‘한심한’ 선택인지, 자퇴하고 힘들게 산다는 애들 이야기를 수업 내내 줄줄 들려주더라.
자퇴하지 않는다 해도 나는 죽을 만큼 힘들었는데 말이야! 내가 학교 옥상에서 뛰어내리기라도 했으면 이해해 줬을까?
나는 그 얘기를 듣자마자 자리에서 눈물만 줄줄 흘렸고, 선생님은 아랑곳하지 않고 수업 시간 내내 그런 얘기를 한 뒤 마지막에 딱 한 마디 했어. ‘화장실 가서 세수하고 와.’
반 아이들은 어리둥절해 보였고, 나는 그냥 부끄럽고 창피했지.
그런 기억들이 생겼는데 내가 학교를 왜 더 다니고 싶어 하겠어? 오히려 쪽팔려서 더는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다는 생각만 가득했지.
이미 선생님들 사이에선 내가 문제아로 찍혔구나. 소문이 다 났구나. 그런 생각도 했고 말이야.
그들은 나름대로 날 걱정해서 해 준 말이겠지만 정말 단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았었지.
역시 빨리 자퇴해야겠다는 생각만 더 강하게 만들어줬을 뿐이야.
난 그때 하도 위축되어서인지, 지금까지도 꾸는 악몽이 있어.
이십 대 후반인 내가 길을 걷다가, 어느 날 갑자기 깨닫는 거야. '어? 나 학교 가야 하는데 여기서 왜 이러고 있지?' 하고.
그러면 갑자기 엄청나게 불안해져서 '헉, 남은 출석 일수가 얼마나 되지? 나 이번에 졸업 못 하는 것 아니야?' 하고서 허둥지둥 학교 가는 버스를 찾아 타.
그런데 이상하게 그 버스는 몇 시간이고 길을 빙빙 돌아.
지옥 같은 불안을 느끼며 어떻게든 학교에 도착하면, 결국 해는 져서 교문은 닫혀 있고 안에는 아무도 없어.
그런 꿈에서 화들짝 놀라 깨어나면 한 3분 정도는 '아, 나는 이미 졸업했어. 지금 나는 학교를 안 가도 돼.'라고 스스로 되뇐 뒤에야 다시 잠들 정도야.

그런데 말이야. 우스운 사실을 하나 알려줄까?
정작 오랜 은둔 끝에 사회에 나가보니, 고등학교를 어디 나왔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았어. 진짜 하나도.
어떤 대학을 나왔느냐, 하는 건 조금 현실적인 문제일 수도 있겠지.
하지만 고등학교? 너네, 살면서 ‘고등학교 어디 나오셨어요?’라는 질문을 누군가에게 해 본 적 있니?
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벌써 10년은 넘었기 때문에, 지금 상황이 어떤지는 잘 모르겠어.
하지만 내가 오랜 은둔 끝에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느낀 건, 생각보다 주위에 검정고시를 치른 사람들이 많았고, 그에 대한 시선도 그렇게 이상하지만은 않았던 것 같아.
오히려 면접 볼 때 자기 주도적인 삶을 살았다는 식으로 어필하는 사람도 있던걸.
물론 내가 성인이 된 이후로 좋은 사람들만 만나왔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 당시 나를 그토록 힘들게 했던 건 나를 이해하려고 하기보다는 잔뜩 겁줘서 학교를 계속 다니게 만들려던 사람들의 얄팍한 이야기였던 것 같아.
살면서 정말로 날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을 몇 명 만났더라도, 그때 그렇게 날 겁주지 않았다면 그냥 그 사람들이 이상한 거다. 라고 생각하고 넘길 수 있었을 것 같거든.
새로운 무언가에 도전해보거나, 더 일찍 진로를 찾아서 취업했을 수도 있을 것 같고.
그런데 나는 결국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느라 더 방구석에 틀어박히게 됐던 것 같아.
방통고로 진학을 한 나도 이런데, 자퇴한 친구들은 어떤 말들을 들었고, 얼마나 더 힘들었을까?
10년이 지난 지금은 사회나 부모님의 시선이 좀 나아졌을까? 아니면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을까? 지금, 이 순간에 힘들어하고 있는 십 대 히키들이 있다면 너무너무 물어보고 싶어.
그리고, ‘방송통신고등학교를 졸업하건 검정고시를 치르건, 그렇게까지 사람들이 이상한 눈으로 보거나 나를 이상한 애 취급하지는 않더라’고 진심으로 말하고 싶어.
만약에 그렇게 이상한 눈으로 보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 사람들이 편견투성이에 멍청한 거라는 말 역시도.
우리가 일반적인 학교라는 선택지를 포기하기 위해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했는지 그들은 몰라.
아마 그런 사람들은 내가 멀쩡히 고등학교를 나오고 대학을 나왔어도, 다른 무언가에서 반드시 내 꼬투리를 잡았을 거야.
최소한 내가 겪었던 바는 그래.
만약 다시 그때로 돌아가게 된다고 해도, 나는 그때와 똑같은 선택을 할 거야.
물론 학교를 떠나 마냥 행복했던 것만은 아니야.
분명 내 또래들이 다니는 고등학교에 비해서는 입시에 대한 정보도 부족했고, 온라인 수업이 대부분이다 보니 궁금한 게 생겨도 질문을 할 수는 없었지.
하지만 내가 계속 그대로 학교에 다녔다 한들 제대로 입시를 치를 수 있었을지, 졸업할 수 있었을지는 모르는 일이야.
어쨌든 그때 나는 죽을 만큼 힘들었기에, 무단결석을 밥 먹듯 하다가 유급을 했을 수도 있는걸.
그래서, 어른들이 그렇게나 ‘후회할 거다’라고 나를 윽박질렀지만, 지금의 나는 그 선택을 후회하지 않아.
그때는 나만 이상하고, 나만 학교를 제대로 못 다닌 줄 알았지만, 사실 그런 식으로 겁줬던 어른들 때문에 집으로 숨어버린 우리가 서로 못 만났을 뿐,
어딘가에는 반드시 나를 이해하고 지지해줄 사람들이 있다는 걸 지금은 알기 때문이야.
그중 한 명이 바로 이 글을 보고 있는 너일 수도 있을 테고.
앞으로도 자퇴를 한 친구, 방통고를 나온 친구, 대안학교를 다녔던 친구, 검정고시를 치렀던 친구, 그 외에 내가 모르는 무언가의 길을 선택한 친구들의, 더 많은 이야기와 정보들이 공유되었으면 좋겠어.
고등학교라는 선택지밖에 주어지지 않는 세상은 너무 한심하고 따분하니까!
어딘가에 있을, ‘학교 싫어’ 히키들과 랜선으로 하이파이브 나누며 마무리할게.
읽어줘서 고마워! 우리, 어딘가에서 또 만나자!
글쓴이: 쵸우
늘 궁금했던 게 있어. 나 같은 히키들에게 있어 학교란 어떤 존재일까?
나만 그렇게나 학교가 싫었고, 답답했고, 끔찍했을까?
나는 매일같이 일어나 학교에 나간다는 게 너무너무 힘들었어. 초등학생 때부터 말이야.
중학교 때부터 꾀병으로 결석하거나 조퇴하는 일이 잦았고, 고등학교 때부터는 무단결석도 하기 시작했어.
그렇다고 내가 일진이거나 비행 청소년인 것은 아니었어. 나는 오히려 학교에서 별로 눈에 띄지 않는 조용한 학생이었지.
그런 내가 어느 날 아침에 눈을 떴더니, 도저히 자리에서 일어나 씻을 마음이 들지 않고 눈물만 줄줄 나더라.
손가락 하나 까딱하고 싶지 않았고, 머릿속으로 ‘어떻게 하면 학교를 빠질 수 있을까?’ 그 생각만 계속했어.
등교 시간이 다가오니 가슴은 쿵쿵 뛰고, 불안함에 몸이 덜덜 떨리는데도 도저히 일어날 수가 없었어.
‘어디 차도에 뛰어들어서 팔다리가 부러지기라도 하면 학교를 쉴 수 있을 텐데.’ 그런 생각만 했어.
지금은 그게 우울증이었다는 걸 알지만, 그때에는 내가 너무 한심하기만 했지.
학교는 ‘당연히’ 가야 하는 것이고, 그 밖에는 다른 어떤 선택지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어.
다들 잘만 다니는 학교를, 왜 나만 이렇게 못 견뎌낼까? 나는 뭐가 문제일까? 마냥 그런 생각을 했었지.
하루 이틀 정도는 어떻게 꾀병으로 잘 넘겼어. 하지만 기간이 늘어가니 점점 일이 커지기 시작하더라.
결국 나는 울면서 학교에 다니고 싶지 않다고 부모님에게 호소하기 시작했어.
당시 내 아버지는 아주 엄했지만, 어떤 방법으로도 나를 설득할 수 없다는 걸 알자 무거운 표정으로 내게 타협안을 하나 제시했어.
‘자퇴는 절대 안 된다, 최소한 방송통신고등학교에 다녀라.’라고 말이야.
히키들아, 방송통신고등학교에 대해 알고 있니?
나도 몰랐던 건데, 그곳에서는 한 달에 한두 번 정도만 학교에 출석하고, 나머지 수업은 온라인으로 수강을 할 수가 있더라.
원래는 학업을 제대로 이수하지 못한 우리 부모님 세대 같은 분들을 위해 만들어진 곳인 듯해.
그분들이 직장을 다니면서도 졸업장을 딸 수 있도록 말이야.
전학을 가 보니, 과연 학생들 대부분이 내 부모님 나이뻘이었지. 내 또래들은 아주 많지는 않았지만, 드문드문 보였어.
개중에는 뭔가 사고를 쳐 반강제로 전학을 오게 된 일진 같은 아이들도 있었고, 그냥 나처럼 얌전하고 조용해 보이는 아이들도 있었어.
서로 사정을 묻지 않았기에 자세한 건 모르지만 말이야.
사실 나는 그렇게 방통고에 가길 잘했다고 생각해. 그땐 내 우울증이 너무 심했기 때문에, 검정고시를 봤더라면 공부를 하나도 못 하고 떨어졌을 것 같아.
우리 집은 날 학원에 보내줄 만한 경제력도 없었고 말이야.
그러니 혼자 검정고시 공부를 해낼 자신이 없는 히키들에게는 방통고라는 선택지도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네.
아무튼 그곳에서는 아무래도 일진 같은 아이들이 많아서인지, 선생님들조차도 거기 오는 십 대들을 별로 좋게 생각하지 않는 눈치였어.
모든 방통고 선생님들이 그렇진 않겠지!
일반 고등학교에도 좋은 선생님이 있는 반면에 나쁜 선생님도 있는 것처럼 말이야.
그저 내가 갔던 곳에서는 선생님들이 다소 십대들에게 쌀쌀맞았고, 내가 힘들어서 전학을 왔다고 해도 그냥 ‘게을러서 학교 가기 싫었던 아이’ 취급하는 느낌이었어.
내가 ‘사정이 있어서 여기에 왔다.’라고 하자 당시의 담임 선생님이 코웃음을 치던 게 생각나.
교육계에 몸담고 있는 선생님들조차도, 이런 곳에 온 나 같은 학생을 이해해주지 못하는구나. 세상의 인식이란 게 정말 이렇구나. 라는 걸 그때 막연히 느꼈던 것 같아.
부모님이나 선생님들은 내가 자퇴하고 싶다고 했을 때, 학교 밖 청소년들이 겪는 문제에 관해 이야기하며 날 잔뜩 겁주고 으름장을 놓았어.
내가 일반계 고등학교를 나오지 못하면, 그 사실이 날 평생 꼬리표처럼 따라다닐 거라는 듯이 말이야.
아마 학생이 한 번 그렇게 학교 밖으로 나가면 계속해서 엇나갈까 봐 걱정스러운 마음에 그런 말을 하기도 했었을 거야.
하지만 아직도 ‘그런 식으로밖에 이야기해줄 수 없었을까?’라는 의문은 여전해.
이를테면 자퇴 문제로 한창 옥신각신하던 때에, 어느 수학 선생님이 누가 봐도 날 저격하는 듯한 이야기를 들려준 적이 있거든.
자퇴가 얼마나 ‘한심한’ 선택인지, 자퇴하고 힘들게 산다는 애들 이야기를 수업 내내 줄줄 들려주더라.
자퇴하지 않는다 해도 나는 죽을 만큼 힘들었는데 말이야! 내가 학교 옥상에서 뛰어내리기라도 했으면 이해해 줬을까?
나는 그 얘기를 듣자마자 자리에서 눈물만 줄줄 흘렸고, 선생님은 아랑곳하지 않고 수업 시간 내내 그런 얘기를 한 뒤 마지막에 딱 한 마디 했어. ‘화장실 가서 세수하고 와.’
반 아이들은 어리둥절해 보였고, 나는 그냥 부끄럽고 창피했지.
그런 기억들이 생겼는데 내가 학교를 왜 더 다니고 싶어 하겠어? 오히려 쪽팔려서 더는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다는 생각만 가득했지.
이미 선생님들 사이에선 내가 문제아로 찍혔구나. 소문이 다 났구나. 그런 생각도 했고 말이야.
그들은 나름대로 날 걱정해서 해 준 말이겠지만 정말 단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았었지.
역시 빨리 자퇴해야겠다는 생각만 더 강하게 만들어줬을 뿐이야.
난 그때 하도 위축되어서인지, 지금까지도 꾸는 악몽이 있어.
이십 대 후반인 내가 길을 걷다가, 어느 날 갑자기 깨닫는 거야. '어? 나 학교 가야 하는데 여기서 왜 이러고 있지?' 하고.
그러면 갑자기 엄청나게 불안해져서 '헉, 남은 출석 일수가 얼마나 되지? 나 이번에 졸업 못 하는 것 아니야?' 하고서 허둥지둥 학교 가는 버스를 찾아 타.
그런데 이상하게 그 버스는 몇 시간이고 길을 빙빙 돌아.
지옥 같은 불안을 느끼며 어떻게든 학교에 도착하면, 결국 해는 져서 교문은 닫혀 있고 안에는 아무도 없어.
그런 꿈에서 화들짝 놀라 깨어나면 한 3분 정도는 '아, 나는 이미 졸업했어. 지금 나는 학교를 안 가도 돼.'라고 스스로 되뇐 뒤에야 다시 잠들 정도야.
그런데 말이야. 우스운 사실을 하나 알려줄까?
정작 오랜 은둔 끝에 사회에 나가보니, 고등학교를 어디 나왔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았어. 진짜 하나도.
어떤 대학을 나왔느냐, 하는 건 조금 현실적인 문제일 수도 있겠지.
하지만 고등학교? 너네, 살면서 ‘고등학교 어디 나오셨어요?’라는 질문을 누군가에게 해 본 적 있니?
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벌써 10년은 넘었기 때문에, 지금 상황이 어떤지는 잘 모르겠어.
하지만 내가 오랜 은둔 끝에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느낀 건, 생각보다 주위에 검정고시를 치른 사람들이 많았고, 그에 대한 시선도 그렇게 이상하지만은 않았던 것 같아.
오히려 면접 볼 때 자기 주도적인 삶을 살았다는 식으로 어필하는 사람도 있던걸.
물론 내가 성인이 된 이후로 좋은 사람들만 만나왔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 당시 나를 그토록 힘들게 했던 건 나를 이해하려고 하기보다는 잔뜩 겁줘서 학교를 계속 다니게 만들려던 사람들의 얄팍한 이야기였던 것 같아.
살면서 정말로 날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을 몇 명 만났더라도, 그때 그렇게 날 겁주지 않았다면 그냥 그 사람들이 이상한 거다. 라고 생각하고 넘길 수 있었을 것 같거든.
새로운 무언가에 도전해보거나, 더 일찍 진로를 찾아서 취업했을 수도 있을 것 같고.
그런데 나는 결국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느라 더 방구석에 틀어박히게 됐던 것 같아.
방통고로 진학을 한 나도 이런데, 자퇴한 친구들은 어떤 말들을 들었고, 얼마나 더 힘들었을까?
10년이 지난 지금은 사회나 부모님의 시선이 좀 나아졌을까? 아니면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을까? 지금, 이 순간에 힘들어하고 있는 십 대 히키들이 있다면 너무너무 물어보고 싶어.
그리고, ‘방송통신고등학교를 졸업하건 검정고시를 치르건, 그렇게까지 사람들이 이상한 눈으로 보거나 나를 이상한 애 취급하지는 않더라’고 진심으로 말하고 싶어.
만약에 그렇게 이상한 눈으로 보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 사람들이 편견투성이에 멍청한 거라는 말 역시도.
우리가 일반적인 학교라는 선택지를 포기하기 위해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했는지 그들은 몰라.
아마 그런 사람들은 내가 멀쩡히 고등학교를 나오고 대학을 나왔어도, 다른 무언가에서 반드시 내 꼬투리를 잡았을 거야.
최소한 내가 겪었던 바는 그래.
만약 다시 그때로 돌아가게 된다고 해도, 나는 그때와 똑같은 선택을 할 거야.
물론 학교를 떠나 마냥 행복했던 것만은 아니야.
분명 내 또래들이 다니는 고등학교에 비해서는 입시에 대한 정보도 부족했고, 온라인 수업이 대부분이다 보니 궁금한 게 생겨도 질문을 할 수는 없었지.
하지만 내가 계속 그대로 학교에 다녔다 한들 제대로 입시를 치를 수 있었을지, 졸업할 수 있었을지는 모르는 일이야.
어쨌든 그때 나는 죽을 만큼 힘들었기에, 무단결석을 밥 먹듯 하다가 유급을 했을 수도 있는걸.
그래서, 어른들이 그렇게나 ‘후회할 거다’라고 나를 윽박질렀지만, 지금의 나는 그 선택을 후회하지 않아.
그때는 나만 이상하고, 나만 학교를 제대로 못 다닌 줄 알았지만, 사실 그런 식으로 겁줬던 어른들 때문에 집으로 숨어버린 우리가 서로 못 만났을 뿐,
어딘가에는 반드시 나를 이해하고 지지해줄 사람들이 있다는 걸 지금은 알기 때문이야.
그중 한 명이 바로 이 글을 보고 있는 너일 수도 있을 테고.
앞으로도 자퇴를 한 친구, 방통고를 나온 친구, 대안학교를 다녔던 친구, 검정고시를 치렀던 친구, 그 외에 내가 모르는 무언가의 길을 선택한 친구들의, 더 많은 이야기와 정보들이 공유되었으면 좋겠어.
고등학교라는 선택지밖에 주어지지 않는 세상은 너무 한심하고 따분하니까!
어딘가에 있을, ‘학교 싫어’ 히키들과 랜선으로 하이파이브 나누며 마무리할게.
읽어줘서 고마워! 우리, 어딘가에서 또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