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호] 히키가 들려주는 히키 이야기 - 자퇴 한 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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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연희 


나는 자퇴를 두 번 했었어.

처음에 일반고등학교에서 첫 자퇴를 하고, 다음 해 실업계 고등학교에 재입학해서 거기서도 또 자퇴했었거든.

오늘 들려줄 이야기는 실업계 고등학교에서 자퇴할 적 있었던 이야기야.

 

나이는 열여덟이었지만 1년을 꿇고 열일곱 살 친구들과 함께하게 되었었지.

사회부적응자인 나는, 당시 그다지 성숙하지 못해서 사회그룹 안에서 처신을 현명하게 하는 편이 아니었어.

잘못된 처신들이 쌓이면서 학교생활이 꼬일 대로 꼬였었고,

‘돌이킬 수가 있는 영역’의 꼬임이 아니었기에 나는 확고한 마음으로 자퇴를 한 번 더 결심하게 되었었지.

 

그런데, 정작 학생 장본인인 나는 그렇게 자퇴를 확고하게 마음먹었는데

장본인들도 아닌 담임교사와 부모가 자퇴를 허락하지 않았었어.

 

‘너는 남들 다 잘 다니는 별것도 아닌 학교 하나를 대체 왜 못 다니는 거니’

‘돌이킬 수 없는 문제 같은 건 없어. 절대라는 건 없으니까 좀만 노력해보자.’

무책임한 어른들의 생각 없는 조언들. 한숨만 가득하였지.

 

어차피 안 가면 되는 학교인 거긴 하지만, 어른들끼리 정한 결론은 이랬어.

2주일 동안만 학교를 더 다녀보자. 그동안 문제들을 해결하려고 최선을 다해보고, 도무지 정말 안되면 자퇴를 하자.

 

그렇게 나는. 이미 내 마음속에서의 나는 ‘이미 자퇴한 년’ 이었는데도,

나는 이미 나의 자퇴를 마음속에서 확실하고 확고하게 내정했는데도,

학교를 꾸역꾸역 더 나가야 했던 거지.

 

얼마나 가기 싫었겠어. 난 2주 동안 무슨 일이 있어도 어차피 자퇴를 선택할 거였고, 그저 시간 낭비로밖엔 안 느껴졌었지.

그래서 아침에 등교 시간에 집에선 나왔지만, 제시간에 학교에 들어가진 않고,

학교 근처 시장과 시내를 멍하니 한참 구경하면서 시간을 보내다 4교시 점심시간쯤 되어서야 기어들어갔었어.


수업시간중에 문을 드르륵 열고 내가 나타나면 다 같이 쳐다보고 정적이 흘렀었지.

수업중이던 선생들도 이 반에 문제아가 있다는 걸 다들 전해 들었기 때문이었을까?

4교시 수업시간 중에 교시마다 결석 처리되어있는 학생이 갑자기 들어왔는데도

말 한마디 없이 그냥 하던 수업을 진행하곤 했었지.

 

난 그렇게 등교해서 바로 책상에 얼굴을 박고 엎드린 채로 시간을 보냈었어.

그럼 잠시 후 점심시간이 되어서 교실이 비었었지.

교실이 비고 나서야 고개를 들고 일어나서는, 급식실에 가봤자 혼자 밥을 먹는 걸 차마 해낼 수가 없었으니

다시 담을 넘어서 학교를 나왔었어.

 

나와서는 뭐, 시장 밥집에서 고등어찜 먹고. 시내 식당에서 순대국 사 먹고 돌아가고. 그랬다?

그리곤 또다시 여기저기 하염없이 걷다가 학교가 거의 끝나갈 때쯤에서야 들어가서 등교할 때랑 똑같이

수업시간 중 문을 드르륵 열고선 들어가서 책상으로 달려가 엎드렸었지.

 

학교에 있는 게 얼마나 힘들고 싫었겠어.

당연히 학교에 있는 게 너무 힘들어서, 학교에 다닐 수가 없어서 자퇴하겠다고 한 거였을 거잖아.

그런 나를 어른들은 이해를 해주질 ‘않았던’ 거야.

내가 학교를 ‘안’가는 거로 생각했으니까. ‘못’ 가는 건데.

 

등교한다고 집에서 나와서 다시 집으로 돌아갈 때까지의 반나절동안

내 머릿속은 나를 자퇴시켜주지 않은 무책임한 어른들에 대한 한없는 원망만으로 가득했었지.

 

그렇게 끔찍한 하루 내내 동안을 보내고 원망에 깔려 죽어가면서 집 문을 열고 터덜터덜 들어왔더니

퇴근해서 먼저 와있던 엄마가 말을 하는 거야.

‘학교 잘 다녀왔니?’

하고 말이야.

그때 눈앞이 갑자기 확 캄캄해지더라.

 

내가 지금 대체 누구 때문에, ‘갈 수가 없는’ 학교를 억지로 꾸역꾸역 가서

하루종일 내가 살아가는 세상을 끔찍해하고 와야 했던건데

대체 무슨 낯짝으로 저렇게 물어볼 수가 있지? 라는 생각에

‘엄마. 나는.. 나는. 학교를... 잘 다녀올 수가 없어.’

하고 말했더니 그 자리에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내리는 거 있지.

너무 서럽고 억울해서 그렇게 몇 시간을 꺼이꺼이 울었었어.

인생에서 가장 오래 울었던 기억으로 가지고 있는 사건이네.

 

원래도 하던 생각이지만 그때 정말 확고히 다잡고 아직도 가지고 있는 생각이 있어.

이 사람들은, 내 부모라는 작자들은, 절대로 나를 이해할 수가 없는 사람들이구나.

나는 평생 이해받지 못하는 채로 살아가겠구나.

하는 생각이야.




자퇴한 친구들 중 대다수는, 자퇴하는 전후 과정에서

속상한 일을 겪어본 경험이 있는 편일 거야.

그런 속상한 일들은 그저 자퇴 전후에서 끝나버리는 게 아니라

꼭 은둔의 씨앗 중 하나가 되곤 하더라.

 

너희의 은둔에 이런 자퇴와 관련된 슬픈 기억이 연결되어 있다면

꼭 위로를 건네주고 싶은 마음이야.

 

삶의 내용이란 게 꼭 남들에게 이해받아야만 하는 건 아니지만

남들에게 이해받지 못하는 자신의 삶을 속상해해 본 기억이 있다면

너를 이해할 수 있는, 네 편이 되어줄 이가, 최소한 세상에 한 명은 있을 거라는 걸.

글쓴이인 내가 있다는 걸, 기억해주길 바래.

 

읽어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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