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두더집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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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두더집 활동[감사일기] 2025년 3월 22일 토요일

Hyejin
2025-03-23
조회수 38

 토요일마다 꽃덤불에 가서 자연을 만끽하는 활동을 한다. 오늘은 목련을 따서 차를 마시기도 하고 밭에 있는 여러 풀을 따서 나물 밥을 해 먹기도 하고 어머니들은 병풀로 천연 스킨을 만들어 가시기도 했다.


 인간은 자연을 보면 마음에 치유가 되기에 동생도 이곳에서 그 기운을 받아 좋아지길 바랐다. 하지만 토요일 활동을 하고 올 때마다 사람이 많이 모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 기가 빨린다며 힘들어 했다. 다들 너무도 좋으신 분이고 너무나 친절하게 대해 주시는 데도 동생은 그곳을 '불편한 곳'으로 인식했다.

 거기에 더해 병원에 갈 때마다 화를 내시는 듯한 선생님에 동생은 자기를 이해해 주지 못한다며 울분을 토했다. 무언가를 할 의지는 약도, 사람도 만들어 주지 못하고 스스로 찾아야 한다는 걸 머리로는 알지만 그래서 자꾸만 나가서 활동을 해야 한다는 걸 알지만 몸과 마음이 따라주지 않기에 그에 대한 힘듦을 호소하면 스스로가 나약해서 그렇다는 식으로 선생님이 말씀하셨다고, 그래서 이제는 눈치가 보여 힘듦을 호소할 수도 없다고 답답함을 표했다.

 선생님과의 관계가 잘 이어져야 진료도 순조롭게 받을 수 있을 텐데..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모르겠다. 단지 흘러가는 대로 상황을 맡길 수밖에..


 이런저런 이유로 동생은 이곳이 숨막힌다 했다. 간호사와 의사만 없지 폐쇄 병동 같다고. 여긴 자기를 이해해 주는 사람은 한 명도 없고, 그냥 다 불편하고 답답하기만 하다 했다. 그냥 육지로 돌아가고 싶다고. 입원했던 그 병동으로 다시 가고 싶다고.


 병동을 말하기 전에 동생은 약대 시험 얘기를 꺼냈다. 약대 편입을 준비하던 시절, 그 20대 때 최선을 다해 공부하지 않은 자신을 용서할 수 없다고 했다. 과거의 자신이 용서가 안 되어 계속 떨쳐 버리지 못하는 시험. 단지 그 이유로 시험을 다시 준비해 약사가 되고 싶다고 했다. 약사가 되어야 이 불안과 우울이 끝날 것 같다고.

 거기에 난 현실을 인지해 주었다. 지금은 약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책조차도 집중해서 못 읽는 상태고, 시험 준비하는 데 드는 비용이 전보다 비싸져 부모님에게 도움을 구하지 않는 이상 동생이 가지고 있는 돈으로는 준비하지 못하는 상태고, 경쟁률이 더 심해진 상태라 그걸 버틸 힘도 없는 상태고. 단지 '과거에 열심히 공부하지 않은 자신이 용서되지 않아' 준비하기에는 손실이 큰 싸움이라는 걸 명백히 인지해 주었다. 그럼 자기는 이제 뭘 하냐며, 이것 말고는 자기가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미래가 보이지 않아 죽고 싶다는 말을 반복했다. 온라인 속에서 연예인의 자살 소식이 들릴 때면 그 방법을 알고 싶다며 너무도 죽고 싶은데 그 방법을 모르겠다며 울며 이야기했다.


 약을 먹어도 우울이 심해지니 정말 육지로 보내야 하는지, 엄마에게 돈을 빌려서라도 약대 준비를 다시 하게 해야 하는지 부모님께 전화를 했다. 당연히 부모님은 약대 시험을 반대했고, 병원에 재입원하는 것도 반대했다. 그저 여기서 조금만 더 버텨 보라고.

 엄마가 계속 마음이 안 편했는지 다시 전화를 했다. 4월에 시간 내어 제주에 내려온다고. 이왕이면 가족 피정이 있는 4월 말에 내려오길 권했다. 동생을 이해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일 수도 있으니까.


 오늘 육지에서는 부모님과 남동생 그리고 앞으로 우리 식구가 될 여자친구의 식사가 있었다. 다음 주면 엄마 생일이기에 남동생과 그 예비 신부가 자리를 마련한 듯했다. 둘은 식사 이후 엄마에게 깜짝 축하 케이크도 주었던 듯, 사진 속 엄마는 쑥스러운 듯하면서도 엄청 행복해 보였다. 엄청 행복했을 날인데, 넷이서 찍은 네컷 사진엔 부모님의 행복이 가득한데 내 전화로 엄마에게 걱정을 안겼다. 엄마의 행복을 잠깐의 무엇으로 만들었다는 생각에 '전화하지 말걸' 하는 후회가 일었다. 동생은 이러다가도 잠잠해지니까. 여느 때와 같이 그냥그냥 '여기서 해결할 걸' 하고 후회가 되었다.


 오늘의 전화 덕분에 제주에 못 온다는 엄마에게 제주에 와야 하는 마음이 심겼다. 엄마에게는 미안하지만 동생에게 더 나은 방향으로 흘러감에 감사가 되었다.. 그리고 오늘 부모님에게 행복을 안겨 준 남동생과 그 예비 신부에게 큰 감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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