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두더집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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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두더집 활동[감사일기] 2025년 3월 19일 수요일

Hyejin
2025-03-20
조회수 44

#두근두근

 간혹 유튜브로 노래를 듣곤 하는데 오랜만에 가슴을 뛰게 하는 노래를 발견했다. 사람들이 올려 놓은 여러 playlist 중 그리고 싶은 배경이 있는 플리를 선택했는데 두근거리는 노래가 많았다!! 이렇게 마음에 드는 노래가 많은 걸 발견할 때는 기분이 좋아 ㅎ! 감사합니다.


원필(Day6) - 행운을 빌어줘

유다빈밴드 - 털어버리자 (Feat. 하현상) (-> 너무 좋아!)

아이유 - 관객이 될게 (I stan U)

윤하 - 은화

이무진 - 청춘만화 (-> 너무 좋아!)

LUCY - 작은별

달담 - 여정 (-> 너무 좋아!)

윤마치 (MRCH) - 아직은 낭만


#긍정회로

 오늘은 집 밖을 한 번도 안 나갔는데 어째 더 바쁘게 보냈다. 어제, 오늘은 일정이 없던 터라 공모전에 올릴 글을 쓰리라 생각했는데 밥 차리고 설거지하고 밥 차리고 설거지하고... 집안일만 하느라 결국 글자 하나 쓰지 못하고 하루가 다 갔다. 그럼에 너무 슬펐다.

 3월 31일까지 내야 하는 공모전 글이 계속 밀리게 되니 초조해지기 시작했나? 오늘을 이렇게 음식 하는 데 날렸다는 생각에 우울했다. 거기에 동생의 상태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 불안을 호소할 때 나오는 얼굴까지 마주하니 우울은 더해 갔다.


 해야 할 일이 밀리고,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이 또다시 찾아오고. 근데 이상하지? 분명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힘든 상황인데 그다지 힘들지 않았다. 계속 먹어서 그런가? 일을 안 해서 그런가? 내가 싫어하는 상황과 내가 싫어하는 사람들을 마주하지 않아서 그런가? 예전처럼 감정적으로 동생을 대하지 않고 그냥 평소처럼 그렇게 즐겁게 대하였다. 그리고 밀린 글은 아침 시간을 활용해 보자는 긍정적인 생각이 일었다(과연?).


 불안을 낮추는 약을 줄인 것만으로 불안을 호소하는 걸 보면 동생은 아직 약에 많이 의존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약을 조금만 덜 먹어도 상태가 다시 안 좋아지니까. 조금씩 천천히 이곳에서의 생활과, 사람들과의 교류로 약을 조금씩 줄일 수 있길.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해 주심에 감사합니다.

(그래도 오늘은 동생이 처음으로 반찬을 만들었다. 뭐라도 하면 불안한 마음이 사그라들까 움직였다는 것. 많이 힘들었을 텐데 이렇게 마음을 내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동생이 만든 반찬. 한 번에 두 가지! 나보다 낫다 맛있어 :D

내가 한 무생채. 맛있다고 해 줘서 고마워.

청경채 무침은 동생이 했는데 맛있었다 ㅎ


#누구나 하는 생각


 "언니는 죽고 싶다고 생각해 본 적 있어?"
 "당연히 있지. 그것도 많이."


 내가 살아온 인생을 돌아보면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뭘 해야 할지 몰라서 엄마가 원하는 공무원이 되기 위해 20대 내내 공부를 했지만 되지 못했고, 그럼에 남들보다 10년 뒤진 인생을 살고 있다 생각했다. 보통 사람들이 걷는 그런 길을 걷지 못했으니까.


 20대 후반이 되서야 '나란 인간'을 돌아보기 시작했는데, 답은 나오지 않았다. 내가 무얼 좋아하는지, 잘하는지 알 길이 없어 무엇을 준비하고, 어떤 길을 걸어야 할지 몰랐다. 그래서 모든 걸 포기하고 죽고 싶다는 생각만 했다.
 공무원 준비하다 중간에 (교수님 추천으로) 취업한 법무법인은 '나는 사무직과는 맞지 않는 사람. 또래가 있는 공간은 숨이 막히는 곳'이라는 인식을 심어 놓았고, 그렇게 몸이 힘든 일만 찾아 하게 되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그곳에서는 적어도 사람 간의 스트레스는 적으니까. 내가 싫어하는 부류의 사람들을 볼 확률이 적으니까. 그래서 되도록이면 또래가 없는 일을 하거나 혼자 하는 일을 하고 싶었다. 10년간 했던 공부는 공무원 과목밖에 없었기에 남들 다 있는 토익 점수 하나 없었다. 그럼에 이력서가 초라해 지원조차 하지 않았다(자신이 없어 '누가 날 쓰겠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더구나 저렇게 심어진 편견은 더더욱 그런 곳을 갈 생각을 하지 않게 만들었다. 그래서 기업체는 지원해 볼 생각도 않고 그저 '취업'이라는 현실을 피하기만 했다. 아무것도 안 하면 눈치가 보이는 나이였기에 출판번역가가 된답시고 오전엔 서비스직 알바를 하고 오후엔 공부를 했다. 번역 인강까지 들으며 공부를 했지만 그리 오래 가진 못했다.
 이런 식으로 이것저것 도전해 봤지만 어느 것 하나 직업으로 이어지진 못했다. 30대면 뭔가 하고 있을 줄 알았는데 그러지 못한 현실을 마주하니 더 암울해졌다. 더더욱 나는 이 세상에 쓸모없는 인간이라는 생각이 짙어졌고, 그렇게 뭘 해야 하는지 답을 찾지 못한 채 도전하고 아무것도 안 하고를 반복했다.


 그 여정 속에 제주까지 왔다. 여전히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현실 속에 새로운 세상에 오면 뭔가 달라지리라 생각했다. 아니, 솔직히 기대했다. 이곳에 오면 뭔가 있을 줄 알았다. 그리고 내가 지금까지 얻지 못한 '그것'도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없었다.
어디든 똑같았다.


 내가 만약 20대 후반에 코로나를 마주하지 않고 예정대로 캐나다로 워킹 홀리데이를 다녀왔어도 결과는 똑같았을 것이다. 나는 여전히 '취업'이라는 현실을 피했을 것이며,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지 답을 찾지 못한 채 방황했을 것이다.


 남들은 잘들 자기 길을 찾아가던데 왜 나만, 왜 나만 이 모양인가.


 동생은 말한다. 미래가 보이지 않아서 죽고 싶다고. 그건 지금의 나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내가 동생과 다른 건, 이따금 나도 마음이 힘들 때면 죽고 싶다는 마음이 올라오는데도 다르다고 말하는 건, '그냥 흘러가는 대로 살아가자'라는 마음이 있으니까.


 그간의 여정 속에 나는 어떤 공간에서 편안해 하는 사람인지 알았으니, 내가 편하다고 생각하는 그 공간에서 일을 해 보려 한다. 그게 아무리 육체적으로 힘든 일이라도, 왜 그 나이에 그렇게 힘든 일을 하려 하냐고 해도 그냥 거기가 내가 편한 곳이니 그곳으로 갈 것이다. 제주에서 육지로 돌아가면 그러하겠지.


 내가 그토록 찾던 '나에게 맞는 직업'이란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러니 현실에 순응하며 사는 수밖에. 그간 머릿속에 떠돌아 다녔던 생각을 꺼낼 수 있게 해 주심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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